비둘기·바늘·피에로…특정 사물이 죽도록 무섭다? 말못할 괴로움 ‘특정공포증’
비둘기·바늘·피에로…특정 사물이 죽도록 무섭다? 말못할 괴로움 ‘특정공포증’
  • 강인희 기자
  • 승인 2013.09.1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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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울, 불안, 공포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곤충, 풍선, 구멍, 피 등 특정 대상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특정공포증환자까지 생겨났다.

특정공포증은 특정 대상을 보거나 특정 상황을 맞는 경우 발생하는 공포를 말한다. 특정공포증은 자신이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하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시작된다. 공포자극에 노출되면 심한경우 공황발작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환자 스스로도 이러한 공포가 너무 지나치고 비합리적임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이나 직업적·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원인 불분명하지만 스트레스와 관련…우리나라 유병률 4.8%, 외국은 10% 육박
자극 계속 노출되면 심한 경우 공황발작…행동·심리치료와 함께 불안 다스려야


사실 특정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유명인사 중 특정공포증을 겪은 사람을 보면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계단공포증, 로마의 시저는 어둠공포증, 셰익스피어는 고양이공포증이 있었다.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은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극도로 무서워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말을 무서워하는 동물공포증이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는 “특정공포증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유전-체질이론 측면에서는 행동위축과 같은 소인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공포증상이 발병하는 것으로 본다”며 “학습이론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모델링이나 부모가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들이 학습돼 공포증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은영 교수특정공포증의 종류는 공포대상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동물이나 곤충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동물형 ▲높은 장소, 폭풍, 물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자연환경형 ▲피를 보거나 주사를 맞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혈액-주사-손상형 ▲대중교통이나 터널, 다리,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상황형 ▲질식, 구토, 큰소리, 캐릭터분장 등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유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아이들에게는 동물형공포증이 많고 최근에는 각종 사고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상황형공포증과 자연환경형공포증이 많아지고 있다.특정공포증을 겪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 교수는 “외국의 경우 인구의 10~11%에서 평생 1회 이상 특정공포증을 앓는다는 보고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평생 유병률이 약 4.8%라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공포증 치료법 중 가장 많이 적용되는 것은 행동치료다. 행동치료 중 탈감작치료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자극을 가장 약한 것부터 서서히 강한 것에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환자에게 각종 이완기법을 습득시켜 자극 앞에서 이완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홍수법은 탈감작치료와 반대로 환자의 공포대상을 상상이나 실제 노출을 통해 한 번에 가장 힘든 자극을 경험하게 해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또 인지치료는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로 실제보다 그 상황이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두려운 상황에 대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약물치료는 행동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천 교수는 “불안, 공포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생기는 감정”이라며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면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어두운 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공포와 불안 같은 자극에 잘 견디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과 수양을 통해 자아의 힘을 기름으로써 정서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TIP. 특정공포증 자가 진단법

- 응답방식
전혀 그렇지 않다 = 0점
약간 그렇다 = 1점
보통이다 = 2
상당히 그렇다 = 3점
매우 심하게 그렇다 = 4점

1. 광장공포증

-문항
1. 토할 것 같다.
2. 기절할 것 같다.
3. 틀림없이 뇌암에 걸린 것 같다.
4. 심장마비가 일어날 것 같다.
5. 질식해서 죽을 것 같다.
6.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다.
7. 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8.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다.
9. 누군가를 해칠 것 같다.
10. 뇌졸중이 올 것 같다.
11. 미칠 것 같다.
12. 비명을 지를 것 같다.
13. 더듬거리거나 실없는 소리를 할 것 같다.
14. 공포로 인해 몸이 마비될 것 같다.

- 응답한 값을 합산한 후 문항수로 나눔
1.84점 - 2.07점 : 불안경험을 파국적으로 생각하는 경향 있음.
2.08점 - 2.30점 : 불안경험을 상당히 파국적으로 생각함.
3.31점 이상 : 불안경험을 매우 파국적으로 생각함.

2. 사회공포증

- 문항
1. 나는 권위나 권한을 가진 사람을 두려워한다.
2. 나는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일로 힘들다.
3. 파티 같은 사교모임은 나를 겁먹게 만든다.
4. 나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을 피한다.
5. 비난받는 것은 나를 매우 겁나게 한다.
6. 당혹스럽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무언가 하는 것을 피한다.
7. 다른 사람 앞에서 땀을 흘리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다.
8. 나는 파티 같은 사교적 모임에 가는 것을 피한다.
9. 나는 내가 관심을 받는 상황을 피한다.
10.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
11.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연설하는 것을 피한다.
12. 나는 비판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13. 사람들과 있을 때 심장이 빨리 뛰면 곤혹스럽다.
14.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겁난다.
15. 당황하게 되거나 바보처럼 보이는 것은 나에게는 가장 무시무시한 일이다.
16. 나는 권위나 권한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피한다.
17. 다른 사람 앞에서 떠는 것은 나에게 고통스럽다.

- 총점을 내 19점 이상이면 문제가 있음을 의미함.

3. 구토공포증

- 문항
1. 나는 토할까 두려워 사람들을 피한다.
2. 나는 토할까 두려워 다른 사람들이 만진 물건을 피한다.
3. 나는 토할까 두려워 어떤 상황이나 활동을 피한다.
4. 다른 사람들이 아프거나 토할지 알기 위해 남들을 쳐다보곤 한다.
5.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토할까 두려워 어떤 상황에서 빠져나가곤 했다.
6. 나는 토할까 두려워 일정 양 이상의 음식이나 술을 섭취하지 않는다.
7. 나는 토하는 장면을 떠올리거나 그것을 생각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8. 나는 속이 자주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
9. 토할 거 같은 느낌이 들면, 토하지 않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곤 한다.
10. 난 왜 구역질이 나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곤 한다.
11. 나는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보다는 내가 아프거나 혹은 토할지에 더 신경 쓰곤 한다.
12.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토하지 않을지 걱정하곤 한다.
13.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토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14. 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아프거나 혹은 토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려고 노력한다.

- 총점을 내 10점 이상이면 문제가 있음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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