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슬기로운 만성신장질환(CKD) 관리법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슬기로운 만성신장질환(CKD) 관리법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4.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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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고양이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 빼놓을 수 없는 질환이 있다. 소리 없이 서서히 진행하며 노령묘의 사망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성신장질환(CKD: Chronic Kidney Disease) 또는 만성신부전(CRF: Chronic Renal Failure)이다. 질병의 초·중기 단계에서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가 심각한 단계에서 갑자기 알게 돼 보호자를 슬프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신부전이란 말 그대로 신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크게 급성신부전(ARF)과 만성신부전(CRF)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신부전은 독성물질에 의한 신장손상, 요관이나 요도의 폐색 등으로 단기간에 신장이 기능을 잃고 심하면 수일 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만성신부전은 선천적 기형, 신장낭종, 신장결석, 면역이상, 감염, 종양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신장이 서서히 손상되고 기능을 잃게 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만성신부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장질환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신장은 고쳐 쓰는 장기가 아니다. 게다가 신장의 주요 기능은 신체의 대사활동으로 일어나는 찌꺼기를 여과해 배출하는 것인데 고양이들은 여과를 담당하는 기능적 단위인 사구체의 개수가 사람이나 개보다 월등히 적다.

신체 크기가 비슷한 실내 환경에서 사는 반려견은 약 45만 개의 사구체를 갖고 있지만 고양이는 그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약 20만 개의 사구체를 갖고 있으니 당연히 신장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80세 이상이면 3명 중 한 명에서 암이 발병한다고 하듯이 고양이는 10세 이상이 되면 3마리 중 한 마리가 신장질환을 진단받아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만성신장질환은 국제신장협회(IRIS: 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의 기준에 따라 1~4단계로 병기를 구별하고 치료와 모니터링을 한다. 만성신장질환은 신장기능의 75%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 특별한 임상증상이 없다. 때문에 고양이가 아파서 동물병원을 찾았을 때 검사해보면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신장의 또 다른 기능인 혈압조절과 혈액 생성에 관여하는 조혈인자의 생성에도 문제가 생겨 고혈압, 빈혈, 식욕부진, 기력저하 등 많은 증상을 함께 조절해야한다. 고양이뿐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도 함께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신장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신장질환을 예방하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양질의 식사와 충분한 수분공급, 적절한 운동, 적정 체중의 유지는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이니 이러한 노력들은 필요하다.

또 하부요로기계 질병과 결석 등은 향후 신장질환의 유병률을 높이는 위험요소가 되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빨리 치료받고 재발방지를 위해 힘써야한다.

신장질환은 예방보다는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IRIS stage 1~2단계에서는 무증상인 고양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신장손상은 언제나 진행성이기 때문에 2단계에서 3단계로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고양이는 질병이 있어도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울뿐더러 신장질환은 더더욱 검사를 제외하고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건강검진이 필수다.

전통적인 혈액검사에 나오는 신장 관련 수치들은 신체의 근육량, 탈수 정도에 따른 변수도 있고 조기발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추가로 SDMA 검사와 신장초음파, 소변검사를 함께 받아야한다. 신장질환의 조기 바이오마커로 사용되는 SDMA 수치는 다른 신체조건의 영향을 덜 받고 현재까지는 실제로 측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고양이의 사구체 여과율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밝혀져 있다.

고양이의 신장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은 시간, 노력, 정성, 비용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병증의 단계, 뇨단백 유무, 혈압, 신장의 구조적 이상 등 여러 가지 지표 등을 잘 검사하고 고양이의 성향에 맞춰 관리 프로토콜을 섬세히 디자인해 줄 수 있는 주치의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단기간에 치료가 끝나는 단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식이조절, 보조제 또는 치료제의 투약 등 매일 관리가 필요하다. 고양이의 성향과 보호자의 생활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관리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치료효과 또한 보장할 수 없다.

투병 생활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지만 모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관리 프로그램은 슬기로운 만성신장질환 관리의 키포인트다. 고양이의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보호자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행복한 보호자가 행복한 고양이를 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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