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으로 ‘겉기미’와 ‘속기미’를 없앤다? 불가능한 일!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으로 ‘겉기미’와 ‘속기미’를 없앤다? 불가능한 일!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4.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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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잠시 방심했던 사이 피부 여기저기 거뭇한 색소가 올라왔다. 겨울이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봄만 되면 슬그머니 올라오는 지긋지긋한 기미.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라는 말처럼 혹한을 이겨내고 받는 봄날 자외선은 피부에 최악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겨울에는 수중에 수분이 많아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적지만 3월부터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지표면에 내리쬐는 양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봄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색소침착을 예방해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미백화장품이 대거 출시된다.

최근 홈쇼핑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몰, 유명블로거, 유튜버 등을 동원한 화장품회사에서 ‘겉기미’와 ‘속기미’라는 생소한 단어를 등장시켰다. 사진을 통해 피부표면과 피부 안의 색소분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에 표현된 피부 안 색소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화장품을 구매해야할 것 같은 공포심마저 일으킨다. 그런데 단순히 화장품을 통해 겉기미와 속기미를 없앤다는게 가능할까?

사실 겉기미와 속기미라는 의학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한 기미의 의학용어는 색소가 발생하는 피부층에 따라 표피형기미(Epidermal Melasma), 진피형기미(Dermal Melasma), 혼합형기미(Mixed Melasma)로 나뉜다.

표피형기미의 경우 일반적으로 갈색을 띠며 멜라닌세포(색을 나타내는 세포)가 표피의 기저층(표피의 최하부에 있으며 진피와 접촉하고 있음)과 기저층 상부 전반에 분포한다. 진피형기미의 경우 청회색을 띠고 진피층에 분포하며 특히 혈관주위에 색소침착이 발견된다. 혼합형기미는 표피형과 진피형 기미가 혼합된 형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발견되는 유형이다.

기미는 과색소침착의 한 종류로 표피의 기저층에 존재하는 멜라노사이트가 멜라닌을 형성해 발생한다. 대부분 여성에서 발견되는데 유전적 영향, 자외선 노출, 임신과 호르몬변화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기미치료를 위해서는 국소도포미백제제인 하이드로퀴논복합제나 레이저, 복용약, 박피 등 복합치료방식이 적용된다. 특히 진피형기미의 경우 재발률이 높고 치료율도 낮은 편이라 더욱 신중하게 치료해야한다.

왜냐하면 기미는 색소도 문제이지만 그 아래에 있는 혈관문제도 배제할 수 없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미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기술이 필요한 명백한 피부질환이다. 따라서 기미는 화장품으로 제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전문의가 치료해야하는 영역이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화장품광고만 보면 겉기미는 표피에 존재하는 표피형기미, 속기미는 진피형기미를 의미하는 것처럼 모호하다.

하지만 화장품에 ‘기미’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화장품법 제13조에 의해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한다. 또 속기미에 효과를 낸다는 것은 화장품이 ‘진피’에 작용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화장품법에서 명시한 ‘화장품이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에 위반돼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광고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겉기미·속기미 개선 인체적용시험 인증제품’이라며 당당하게 판매하는 화장품을 살펴보면 ‘인체적용시험보고서’를 앞세워 화장품의 효능을 홍보하고 있다. ‘2중 기미 개선효능 평가시험’을 통해 안면부 피부색소 침착과 각질 하층부 멜라닌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안면부 피부색소침착은 겉기미, 각질 하층부 멜라닌은 속기미라며 ‘2중 기미’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피부표면의 겉기미는 차치하고라도 각질 하층부라는 경계없는 표현은 어디까지의 멜라닌을 설명하는 것인가? 화장품이라고 한정해 본다면 각질 하층부는 표피층까지를 지칭하는 것일 터. 그렇다면 2중 기미, 즉 겉기미, 속기미란 본래 표피층의 기미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일제품의 임상보고서가 아니라 20만원이 훌쩍 넘는 두 가지 제품을 혼합해 사용한 경우라고 하니 이는 과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모호한 단어로 마치 화장품에 기미를 개선하는 의료효과가 있다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경계해야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사용 후 얼굴이 환해지고 촉촉하다고 느끼는 것을 틴달(Tyndall)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피부각질층이 화장품의 수분을 머금고 있어 느끼는 착각이다. 즉 화장품으로 기미를 없앤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틴달효과가 아닐까 싶다.

화장품이 기미를 개선할 수 있다면 그건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다. 이제 더이상 부정확한 마케팅용어로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과소비의 늪에서 헤매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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