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 건강백세] 충치치료에 아말감만 써야 양심치과라고?
[이상민의 건치 건강백세] 충치치료에 아말감만 써야 양심치과라고?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desk@k-health.com)
  • 승인 2020.04.08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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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기술발전에 따라 충치치료를 위한 재료는 매우 다양해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말감은 1819년에 개발된 후 지금까지 약 200년 동안 충치치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지난 200여년 간 아말감은 정말 좋은 재료였다.

하지만 아말감이 과연 21세기에도 좋은 재료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아말감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수은 자체의 위험성이다. 아말감은 수은과 구리를 섞어 만든다. 물론 수은과 구리를 잘 섞어 만든 수은화구리는 더 이상 수은의 위험성이 없다. 하지만 내부에 수은화구리가 되지 않은 수은이 미량이나마 남아있고 뜨거운 물을 마시거나 사용하면서 조금씩 수은이 방출된다.

사실 구강 내에 남아있는 미세한 수은은 별 문제 없다. 오히려 수은을 보관하는 치과에 더 큰 위험성이 있다. 수은보관병을 실수로 깨거나 수은을 떨어뜨려 그 증기가 치과에 퍼질 경우 치과 직원이나 환자들이 수은을 흡입하게 된다. 또 공장처럼 중금속 하수처리가 안 된 작은 치과에서 수은을 하수구에 버리면 바로 중금속을 뿌리는 것과 같다.

환자에 끼치는 잔류수은의 위험성, 치과대기 중 수은중독위험성, 환경에 대한 문제점 등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치과용 아말감사용을 중단했으며 일본, 필란드, 네덜란드 등도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역시 정책적으로 2018년 단계적 아말감폐지를 결정했고 캐나다는 어린이와 임산부, 신장질환자에 대한 아말감사용을 중지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말감에 대한 아무런 입장이 없다. 오히려 일부치과에서는 아말감을 사용해야만 양심적인 치과이고 아말감을 쓰지 않는 치과는 잘못됐다는 엉뚱한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둘째, 치아와의 접착력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치아를 많이 삭제해 아말감이 유지되도록 기계적인 두께와 저항력을 줘야한다. 반면 치아와 직접 접착되는 재료, 예컨대 레진 같은 경우 충치와 그 일부만을 제거한 후 접착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어 치아를 훨씬 덜 삭제해도 된다.

20세기 후반부터 나타나고 있는 치과계의 흐름은 ‘less invasive dentistry’이다. 번역하면 ‘덜 깎고 덜 삭제하고 덜 피나는’ 치의학이다. 지난 200년 동안의 치의학이 ‘너무 많이 깎고 지나치게 삭제하고 피가 많이 나는 수술’이었다는 반성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아말감이 대표적인 예다.

치아와의 접착력이 없다 보니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2차 충치가 잘 생긴다는 점이다. 레진으로 치료할 경우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도 아래쪽 접착력이 강해 충치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지만 아말감은 접착력이 없다 보니 바로 충치가 아래쪽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치아를 많이 깎아야하고 2차 충치가 잘 생긴다는 점은 아말감의 가장 큰 단점이다.

셋째, 비심미적이라는 점이다. 아말감은 주로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구강 내에서 까맣게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20세기 치의학은 심미보다는 충치제거와 충진(채워 넣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미적인 부분이 중시되면서 아말감보다 보기 좋으면서도 저렴하고 단단한 재료가 많이 개발됐다.

그렇다면 아말감을 대체할 수 있는 충치치료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말감의 비심미적이라는 단점과 치아에 붙지 않는 성질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재료가 GI라고도 부르는 ‘글래스 아이오노머(Glass Ionomer)’다.

글래스 아이오노머는 비록 약하지만 치아와의 접착력이 있고 하얀색으로 아말감보다 한층 심미적이며 충치를 덜 생기게 하는 불소를 포함한 좋은 재료다. 또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재된, 소위 보험이 적용되는 재료다. 하지만 아말감보다 강도가 약하고 치아와의 접착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글래스 아이오노머 다음으로는 콤퍼짓 레진(composite resin)이라는 재료가 있다. 레진은 치아와 강하게 결합하는 기전이 개발돼 있으며 치아와 비슷한 다양한 색을 갖고 있다. 또 치아만큼의 강도를 가진 레진도 개발돼 있어 활용도가 다양하다.

치아와의 접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치아를 삭제할 수 있으며 아말감이나 글래스 아이오노머보다 심미성이 뛰어나 환자만족도도 높다. 변색이 조금 잘되지만 자가중합형 레진의 경우 보험이 적용되며 광중합 레진은 아직 비보험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레진의 물성이 좋아지면서 가격이 이전에 비해 훨씬 저렴해졌다.

아직 완벽하게 치아를 대신할 수 있는 재료는 없다. 치과의사들이 꿈꾸는 완벽한 재료는 충치가 생긴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 약처럼 발라 치아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고 충치를 없애는 꿈의 물질이지만 지금까지는 충치를 삭제하고 인공재료로 메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아말감은 지난 200년 동안 치아를 메워주는 훌륭한 재료였다. 하지만 200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 아직도 가장 좋을 수는 없다. 아말감의 단점을 보완, 치아보존과 심미적 치료에 더해 보험까지 적용되는 더 좋은 재료가 많이 개발돼 있으니 꼭 아말감만 해야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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