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환자-가족…“이 환상의 삼합이 ‘파킨슨병’ 극복 이끌죠”
주치의-환자-가족…“이 환상의 삼합이 ‘파킨슨병’ 극복 이끌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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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태범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안태범 교수는 “파킨슨병은 주치의와 환자 그리고 가족 간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치의는 병의 진행단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치료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안태범 교수는 “파킨슨병은 주치의와 환자 그리고 가족 간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치의는 병의 진행단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치료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더불어 대표적인 퇴행성뇌질환으로 꼽힌다. 완치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파킨슨병 역시 치료제의 발전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얼마든지 일상 속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됐기 때문이다.

안태범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함께 뛰는 마라톤’이라는 신조로 매일 수많은 환자, 보호자와 치료 레이스를 시작한다. 4월 11일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그와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파킨슨병도 뇌의 도파민과 연관된 문제라고 들었다. 도파민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이런 병이 생기는 것인가.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점차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도파민은 하는 일이 아주 많은데 그중 하나가 몸의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동작을 빠르게 해야 할 때는 빠르게, 느리게 해야 할 때는 느리게 하는 등 우리 몸이 적절한 동작을 할 수 있게 한다. 파킨슨병환자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부족하고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기 때문에 손발이 떨리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등의 운동장애 증상을 겪게 된다.

- 뇌졸중과 혼동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을 좀 더 강력하게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은 없는지.

파킨슨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안정떨림’이다. 말 그대로 어떤 동작을 할 때 손이 떨리는 게 아니라 아무 동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데도 신체부위가 떨리는 것(ex. 가만히 TV를 보고 있는데 손발이 떨리는 경우 등)이다. 또 동작이 느려지고(ex. 의자에서 일어날 때 한번에 못 일어나고 어디를 짚고 일어나는 등) 근육이 경직되며 중심 잡기가 어려워 자세가 불안정해진다.

뇌졸중 역시 손발이 떨리고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등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단 뇌졸중은 이러한 증상이 대부분 한쪽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서서히 나빠지는 퇴행성질환이라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반대쪽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또 파킨슨병은 동작속도가 느려질 뿐 팔다리는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체마비와도 구분해야한다. 

아울러 파킨슨병은 변비, 어지러움, 우울증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부분 운동장애 증상이 있기 전에 나타나서 파킨슨병 조기진단의 지표로 활용된다.  

- 파킨슨병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 위주인가.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자의 증상과 병의 진행속도에 맞춰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방법은 크게 약물, 운동,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증상이 가볍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약물치료를 뒤로 미루기도 하는데 도파민이 계속 부족한 상태로 있으면 병이 악화될 수 있어 최소한의 약물치료는 시작해야한다. 

현재 쓰이는 약물은 뇌세포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건 아니지만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정, 뇌의 균형을 되찾아줌으로써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뇌에 좋은 세포를 공급해 뇌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보다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운동보다 걷기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맨손체조, 러닝머신, 요가 등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도 좋다. 운동은 되도록 매일 하고 한 번 할 때마다 약 30분간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할 것을 권장한다.  

수술은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약물치료과정에서 매우 어려운 한계점에 봉착했을 때 고려한다. 즉 약물치료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파킨슨병은 장기간 치료해야 해서 나름의 진료철학이 있을 것 같다.

일단 병 자체가 낯선 데다 완치도 안 되다 보니 낙담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때마다 ‘파킨슨병 치료는 함께 뛰는 마라톤’이라고 얘기한다. 평생 관리해야하지만 치료방법을 제시해줄 전문가도 있고 곁에서 격려해주는 가족도 있으니 절대 혼자 고생할 일은 없다고 말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처음에는 우울해하다가 막상 치료 시작 후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병을 받아들이고 평범하게 자기 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이어간다.

단 파킨슨병은 환자별로 증상과 발병시기, 약에 대한 반응이 달라서 맞춤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주치의는 병의 진행단계에 맞춰 치료방법과 속도를 조절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치의와 환자 그리고 가족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다. 이때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려운 점을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당부한다.

- 마라톤의 구성원으로 환자의 가족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환자에게는 작은 말 한마디도 큰 위안이 된다.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잘해보자’고 정서적으로 격려·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도파민은 의욕과 동기부여에도 깊이 관여해서 파킨슨병환자들은 운동 의지가 약할 수 있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좋으니 환자가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도록 가족이 함께 나서는 것이 좋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지 말라고도 꼭 당부하고 싶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보니 가족들은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시도하는데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병을 처음부터 봐온 주치의가 가장 믿을 만한 전문가이니 논의 없이 섣불리 행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 보호자는 평소 환자의 움직임을 자세히 기록해뒀다가 진료 시 말해주면 좋다. 앞으로 치료계획을 짜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은 환자와도 손뼉이 맞아야하지만 가족들과도 잘 호흡해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TIP. 한눈에 보는 파킨슨병 관리법

■파킨슨병 자가 체크리스트

1. 느린 움직임 : 팔다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져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나기 등 평소 쉽게 했던 동작도 하기 어려워진다. 또 얼굴표정 감소증, 발음감소증(목소리가 작고 어눌해짐), 글씨쓰기 장애 등이 나타난다.

2. 떨림 :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을 비비는 듯한 동작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팔, 다리 전체를 침범하면 턱과 혀, 머리에서도 떨림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떨림의 가장 큰 특징은 움직일 때는 사라지지만 동작을 멈췄을 때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잘 때는 떨림증상이 없어지고 흥분하면 심해진다.

3. 근육의 경직 : 몸이 굳어 관절을 움직여보면 유연성이 없고 손가락 또는 발가락이 꼬이게 된다.

4. 보행장애 및 자세 이상 : 앉았다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거나 첫걸음이 잘 안 떨어진다. 하지만 걸음을 걷기 시작하면 조금씩 빨라져 오히려 뛰는 듯한 걸음(종종걸음)으로 달려가다 넘어지기도 한다.

■파킨슨병환자에게 좋은 운동

1. 걷기운동 및 맨손체조 : 식후 등 운동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2. 실내 자전거 타기 : 주 3회 이상 하면 뇌심부에 전해지는 자극률이 높아져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

3. 수영 :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관절통이 있는 파킨슨병환자는 수영이나 물속 걷기운동을 추천한다.

■파킨슨병 치료 돕는 3분 체조

1. 머리 위로 팔 모아 펴기 : 두 팔을 몸통과 직각이 되도록 앞으로 나란히 뻗은 상태에서 5초간 유지. 이후 팔을 위로 쭉 뻗으면서 5초간 유지 후 천천히 원위치로 내린다. 이 패턴을 총 5회 반복한다.

2. 누워서 무릎 당기기 : 누워서 두 다리를 곧게 편 다음 한쪽 다리 무릎을 가슴 쪽으로 서서히 굽혔다 편다. 반대쪽 다리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 패턴을 총 5회 반복한다.

3. 발꿈치 들기 : 바르게 선 자세에서 두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발꿈치를 들어올렸다 내리기를 총 5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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