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신체 어느 곳이든 노화가 찾아온다. 주름이나 피부처럼 눈으로 보이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곳은 도통 언제부터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막막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뼈 건강’이다. 사실 뼈는 만년 단단할 것 같지만 새로운 뼈를 만드는 과정(파골세포가 낡은 뼈를 파괴하면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형성)은 30대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그 이후부터 시들해진다고 알려졌다. 30대부터 골밀도(뼈 안에 칼슘과 인 등 무기질이 들어있는 양)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이유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뼈 건강관리의 포인트는 ‘어릴 때부터 30대까지 최대한 뼈를 건강하게 만들어놓은 뒤 이를 중장년기까지 잘 끌고 가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골밀도감소는 피할 수 없지만 뼈 건강을 잘 다져놓은 사람은 골밀도감소의 영향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뿐더러 감소속도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실천해야 할 뼈 건강관리법은 어떤 것일까.
■영유아기…산모 영양 섭취 중요
이 시기는 사실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뼈 굵기와 강도는 유전적 요소에 크게 좌우돼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타고난 약골과 통뼈는 실제로 가능한 얘기다. 임신기간 엄마는 칼슘, 비타민D,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뼈 건강에 해로운 술, 담배, 카페인 등을 멀리해야한다.
■10~20대…운동·영양으로 골량 끌어올리기
이때는 뼈 건강의 기초체력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잘 관리하면 최대 골량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뼈를 위아래로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대한골대사학회는 청소년기에 운동을 통해 골밀도를 높여두면 노년기 골다공증 및 골절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난 2월 ‘뼈 건강 강화를 위한 청소년기 운동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맨몸운동 ▲덤벨, 바벨을 이용한 운동 ▲기계운동 같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체중부하운동과 배구, 농구처럼 점프동작으로 가벼운 충격을 주는 운동 등이 골밀도향상에 도움을 준다.
영양섭취도 중요하다. 뼈 건강을 생각한다면 탄산음료, 인스턴트식품 섭취를 피하고 멸치, 버섯, 견과류, 우유 등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 칼슘은 마그네슘,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의 도움이 있어야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우유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멸치는 비타민C가 풍부한 꽈리고추, 버섯 등과 함께 먹을 것을 권장한다.
■20~30대…무리한 다이어트·스트레스 조심
이 시기는 한창 외모를 관리할 때라 특히 여성들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한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줘 생리불순을 부르고 뼈 건강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에스트로겐은 뼈 발달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영양분을 적절히 보충하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이 시기는 학업부터 취업준비, 야근 등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스트레스 역시 뼈를 녹이는 파골세포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과 수면, 취미활동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해야한다.
■30~40대…건강한 생활습관 계속 유지하기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골밀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때다. 따라서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면서 20대까지 잘 다져놓은 뼈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20대와 마찬가지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피하고 영양섭취,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쓴다. 또 햇볕을 적당량 쬐면서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를 보충하고 카페인 조절, 금연 등을 실천한다. 술 역시 칼슘 흡수를 방해하지만 사회생활로 어쩔 수 없다면 스스로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50대 이후…골다공증 대비하기
골밀도 감소속도가 빨라지면서 여러 가지 질환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그중에서도 단연 경계해야 할 것은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뼈가 골절되는 질환이다. 그 자체로 통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무섭다고 알려졌다.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데다 한 번 골절되면 재골절될 확률이 높으며 골절로 인한 또 다른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 연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대퇴골절환자 10명 중 7명은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5명 중 1명은 1년 내 사망하며 척추골절환자 3명 중 1명은 골절이 발생한 지 2년 뒤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따라서 50대 이후에는 골다공증 위험군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 대비해야한다. 특히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골밀도 감소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여성은 50대 이후부터 10년씩 나이가 많아질 때마다 골다공증 발생위험이 2배씩 올라간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가에서도 50대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관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만 54세와 만 66세 여성은 무료로 골밀도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증상이 없어도 이때는 꼭 검사받는 것이 좋다.
또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뼈 건강을 관리하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한다.
80대 이후에는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집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주거환경을 개선해 최대한 실내 낙상위험을 낮춰야한다. ▲문지방 없애기 ▲화장실 미끄럼방지 타일 깔기 ▲벽에 손잡이 만들기 ▲침대 높이 낮추기 등이 대표적이다.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때는 지팡이를 꼭 챙기고 가능한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박성배 교수는 “골다공증환자가 벌써 100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고령화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환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어릴 때부터 뼈 건강을 관리하면 골다공증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설령 골다공증으로 진단받더라도 치료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으로 적극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매일 먹는 경구제 외에도 6개월 1회 주사만으로 척추, 고관절 등 모든 뼈에서 골절위험을 최대 68%까지 낮출 수 있는 골다공증 치료제가 등장하는 등 치료옵션이 다양해지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