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만드는 ‘흉선’, 퇴화 안 하면 ‘병(病)’ 될 수도
면역세포 만드는 ‘흉선’, 퇴화 안 하면 ‘병(病)’ 될 수도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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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정점으로 퇴화하는 것이 정상
그대로 남아 악성종양 생기거나 커지면
흉선암 또는 중증근무력증 원인 될 수도
성인이 돼도 퇴화하지 않은 흉선에 종양이 생기거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흉선암, 중증근무력증 등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양쪽 폐 사이에는 나비모양을 한 ‘흉선’이라는 신체기관이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만드는 중요한 면역기관이다. 그런데 흉선은 신생아 때부터 자라기 시작해 사춘기를 정점으로 퇴화한다고 알려졌다. 성인이 됐을 때는 약 5~25g 정도의 작은 조직만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인이 돼도 흉선이 퇴화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종양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흉선암’과 ‘중증근무력증’이다.

■흉선암, 증상 뚜렷하지 않아 뒤늦게 발견

흉선암은 흉선을 구성하는 상피세포가 과다증식해 나타나는 악성종양이다. 국내 암의 0.3%를 차지할 만큼 드물지만 이것 역시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어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보고에 따르면 흉선암의 5년 생존율은 초기의 경우 74~79%로 높지만 3기는 약 33~50%, 4기는 약 24~40%로 진행할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흉선암의 발병연령은 40~60세이며 주로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흉선암이 발생하면 일부에서는 기침, 흉통, 흉부압박감,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때문에 건강검진 시 흉부엑스레이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병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흉부엑스레이에서 흉선암이 의심되면 흉부CT를 받아야하며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진단하게 된다.

흉선암은 병기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지만 수술로 흉선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로 여겨진다.

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암의 병기와 조직학적 형태에 따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도 고려될 수 있지만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치료 및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최선”이라며 “흉선은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절제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흉선질환들은 뚜렷한 증상도,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서 정기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흉부엑스레이 또는 흉부CT를 통해 흉선 이상여부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증근무력증, 가능한 빨리 수술하는 게 예후 좋아

흉선이 문제를 일으키면 근육의 힘이 일시적으로 빠지는 중증근무력증도 발생할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중증근무력증의 원인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의 15%에서 흉선암이 발견되고 65%에서 흉선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흉선비대증이 나타난다는 점에 비춰 퇴화되지 않고 남아버린 흉선이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중증근무력증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의 모든 근육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다리근육 힘이 빠지면 보행에 문제가 생기고 호흡에 필요한 근육의 힘이 빠지면 자가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가 있어야만 숨을 쉴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등 약물로도 치료 가능하지만 평생 약을 복용해야한다. 따라서 수술이 가능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흉선을 제거하는 수술이 권장되며 조기 수술 시 예후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수술로 흉선은 완벽 제거, 흉터는 최소화

다행히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흉선수술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현구 교수는 “최근에는 가슴을 열지 않고도 로봇수술을 통해 명치부분에서 접근함으로써 흉터를 최소화하면서도 흉선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수술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흉선암과 중증근무력증은 뚜렷한 증상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예방법도 딱히 없다”며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서라도 흉선 이상여부를 꼭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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