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좋다는 코 세척, 비염 때문에 자주 했더니 중이염 왔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좋다는 코 세척, 비염 때문에 자주 했더니 중이염 왔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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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오랜만에 방문하신 민서(가칭) 어머님이 상기된 표정으로 약국에 들어오셨습니다.

“약사님, 안녕하세요.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요. 혹시 코 세척하는 것과 중이염이 서로 연관 있나요?”

민서는 계절성 비염이 있어 환절기만 되면 어머님과 함께 약국에 자주 방문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코 세척을 하고 나서부터는 병원 방문이 많이 줄었지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요? 비염, 축농증이 있을 때는 코 세척이 좋다고 하셨잖아요?”

“맞아요. 코세척은 아주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보조방법이에요.”

“그런데 중이염이 생긴다면 좀 위험한 거 아닌가요?”

코세척을 권해 드린 필자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내시며 민서 어머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그럴 수 있다는 거예요. 항상 그러는 건 아니죠. 사용법을 잘 지키지 못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요.”

“코세척이 그냥 코 안에 식염수를 넣고 흘려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려요. 식염수가 이관 쪽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사용해야 하거든요.”

“이관이요?”

환절기에는 기온차에 의해 감기에 잘 걸리기도 하지만 꽃가루나 먼지 등이 날려 알레르기 비염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마스크 착용과 코 세척, 그리고 손 씻기가 중요합니다.

특히 알레르기 물질이 비강 점막을 자극하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 등 비강에 분비물이 정체돼 나타나는 증상에는 코 세척이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코 세척에 대한 좋은 점을 방송이나 SNS 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죠. 다양한 기구를 통해 사용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더라고요.

코 세척을 식염수로 한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식염수는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을 정제수에 녹인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농도입니다. 1L의 물에 0.9g 소금을 넣어야합니다(0.9% 염화나트륨 수용액이 생리식염수).

이렇게 농도를 맞추는 이유는 삼투압 때문입니다. 김장할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배추를 그냥 물에 담가놓는 것이 아니라 소금을 잔뜩 푼 물에다 오랫동안 넣어놓죠. 그래야 배추 안에 있는 물이 쪽 빠져나오면서 배추 숨이 죽습니다.

그냥 물에다 담가 놓으면 오히려 배추가 수분을 빨아드려 일명 물 먹은 배추가 되죠. 이와 마찬가지로 0.9%보다 낮은 농도의 소금물을 사용하면 점막이 물을 먹어 부풀게 됩니다. 코는 더 막히고 통증도 생기죠.

그럼 0.9%보다 높은 농도의 소금물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점막 안에 물을 빼앗아 오게 됩니다. 점막은 수분을 빼앗기면서 부기가 가라앉고 코막힘이 덜해집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일반의약품이 바로 페스네츄럴 비강분무액입니다. 코점막이 부어 코가 막혔을 때는 사용하면 좋지만 염증성 상태나 점막이 건조돼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극이 심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극 없이 코를 씻는 것이기 때문에 0.9% 농도를 맞춘 소금물, 즉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에는 1회용 식염가루를 이용해 일정 용기에 녹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때 물양을 잘 조절해야 정확한 농도를 맞출 수 있습니다.

식염수 온도도 중요합니다. 식염수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점막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매우 아플 수 있습니다. 개봉한 식염수를 오래 보관하고 싶어 냉장고에 넣어 놓으셨다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봉된 식염수를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해도 세균 번식은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 번 세척에는 한 번 사용할 만큼의 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물의 온도가 너무 낮다면 따뜻하게 데워 사용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식염수가 ‘이관’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를 ‘중이’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유스타키오관’이라는 관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관입니다.

이관은 고막이라는 얇은 막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고막을 기준으로 보면 귓바퀴 쪽 외이는 대기압에 영향을 받습니다. 만일 기압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면 고막이 지나치게 팽창돼 자칫 찢어집니다. 그전에 아주 심한 통증이 생기겠죠.

이때 이관이 열리면 고막 안쪽 압력이 조절되면서 고막 이상 팽창을 막게 됩니다. 이관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 그리고 하품을 하면 열리게 돼 있습니다. 비행기 이착륙 할 때 귀가 아프면 껌을 씹거나 음식을 삼키라고 말하는 건 이관을 열어서 압력을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코 세척을 할 때는 이 부분을 꼭 고려해야합니다. 식염수를 코 안에 넣으면 비강을 지나 인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때 이관이 열려 있으면 중이 쪽으로 식염수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일 식염수를 삼킨다면 그 상태는 더 심해지겠죠. 코 안에는 많은 세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식염수가 이관으로 들어가면 세균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코 세척을 할 때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식염수가 인후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합니다.

또 입으로 ‘아~’하면서 소리를 내면 이관을 닫을 수 있어서 더욱 좋겠죠. 식염수를 코 안에 넣을 때 압력을 적당하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강하게 세척하면 중이에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이관이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 및 소아에게 더욱 자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가 없는 한 코 세척은 1일 1~2회 정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오래된 식염수 또는 오염된 식염가루, 깨끗하지 않은 물을 사용하면 세균감염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식염수는 개봉한 후 최대한 빠르게 사용하며 식염가루는 사용 직전 개봉해서 사용해 주세요. 중이염 등 귓병이 걸린 상태에서는 코를 세척하면 안 됩니다.

좋을 것만 같았던 코 세척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고요. 보다 자세한 사항은 의사, 약사와 상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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