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수술 어려운 췌장암, 암치료 유전자 실은 ‘아데노바이러스‘로 잡는다
절제수술 어려운 췌장암, 암치료 유전자 실은 ‘아데노바이러스‘로 잡는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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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이종찬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두 가지 효소에 의해 아데노바이러스가 항암제로 변화 암세포 사멸
부작용 없고 췌장암 진행여부도 관찰 안 돼…추가 임상연구 근거 마련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왼쪽)·이종찬 교수(오른쪽)

암 중에서도 유독 치명적인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5년 생존율이 약 12.2%에 불과하고 예후도 나쁘다고 알려져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이다.

하지만 암 치료기술의 발전 속에서 췌장암 역시 꾸준히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여러 형태의 새로운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러 원인으로 수술마저 어려운 췌장암환자들에게 유전자치료가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연구팀(1저자: 이종찬 교수)은 2016년 8월부터 약 2년간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췌장암환자 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유전자 변형 아데노바이러스’를 통한 암세포 사멸 치료법의 1상 임상시험결과를 발표했다.

황진혁 교수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한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치료 12주째까지 의미있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CT검사에서도 9명 모두 췌장암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항암제효과를 평가하는 주요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암이 추가적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기간)의 중앙값이 11.4개월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내시경초음파시술로 췌장암에 유전자를 투여한 치료 모식도(출처=분당서울대병원)

아데노바이러스는 감기 같은 가벼운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유전자의 운반체로 흔히 이용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췌장암치료에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에는 사이토신 디아미나아제(cytosine deaminase, yCD)와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HSV-1 TK)라는 두 가지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탑재됐다.

내시경초음파를 통해 췌장세포에 미리 투입된 아데노바이러스는 유전자조작의 일차적 효과로 인해 정상세포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췌장암 세포에서만 증식하게 되는데 이후 환자가 항암효과가 없는 경구약을 복용하면 췌장암 세포 내 바이러스 효소와 만나 항암제로 변화한다. 결국 암세포에서만 살아있던 바이러스가 항암작용을 해 췌장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황진혁 교수는 “국내에서 단독으로 수행된 췌장암 1상 임상연구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치료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게 돼 의미 깊다”면서 “특히 췌장암에 직접 유전자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유전자치료가 췌장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췌장암은 아직까지 치료가 어려운 암에 속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를 갖는 저널인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Gastrointestinal Endoscopy, IF:7.2)’ 최신 호에 게재됐으며 지난 3월에는 논문이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이 발행하는 저널 워치 NEJM Journal Watch2에 소개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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