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크릴오일’ 먹는 것 멈추지 않으면 대왕고래 멸종한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크릴오일’ 먹는 것 멈추지 않으면 대왕고래 멸종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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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크릴오일이 TV광고로 많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크릴오일은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대표적인 오메가3지방산이다. 인지질 함량이 높아 물에 녹는다는 점 때문에 더욱더 인기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 크릴오일을 먹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지구가 위험에 빠질 것 같다. 최근 크릴새우와 관련된 다양한 경고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릴새우(Krill)는 새우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새우가 아니다. 새우는 십각목(Decapoda)에 속하지만 크릴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다. 크릴은 작은 새우처럼 생겼지만 일종의 플랑크톤에 가까워서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그냥 ‘크릴’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근 크릴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TV광고나 건강프로그램, 인터넷에는 수많은 크릴오일이 광고되면서 소비되고 있는데 그 원료인 크릴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니 무언가 잘못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크릴은 남극이 주된 서식지로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해양생물의 중요한 먹이다. 그런데 현재 남극의 크릴은 거의 80%가 사라지고 20%만 남아 있다고 한다. 크릴이 줄어든 주된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너무 많은 크릴을 포획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크릴은 대왕고래, 물개, 펭귄의 먹이가 된다. 따라서 크릴의 수가 줄면서 이들 해양동물의 개체수 또한 감소하고 있다. 그린피스 역시 대왕고래나 남극 턱끈펭귄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로 크릴새우 같은 먹이의 감소를 지목했다. 크릴이 멸종한다면 언젠가는 지구상에 대왕고래나 펭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 자연산 붉은 주황색 연어를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자연산 연어는 크릴을 먹이로 해서 크릴새우에 함유된 아스타잔틴 색소에 의해서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크릴새우를 먹지 못한다면 그 특유의 색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양식 연어는 합성 아스타잔틴 색소를 사료에 첨가해서 색을 낸다.

크릴은 남극 빙하 아래에서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음과 동시에 플랑크톤 양까지 줄면서 크릴 또한 감소한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크릴은 점점 차가운 남쪽으로 이동을 해서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크릴과 지구온난화의 관계는 역함수 관계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줄고 있는 크릴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크릴은 동물성으로 산소를 필요로 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그런데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면서 몸이 무거워지면 바다 깊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크릴은 1년에 2300만 톤이나 되는 탄소를 끌고 내려가서 바닷속 깊은 퇴적물에 저장한다. 이 양은 아마존 밀림에서 제거되는 연간 318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크릴을 보존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크릴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이 크릴을 소모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크릴오일과 같은 건강식품 섭취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닭과 소의 사료로 크릴을 사용한다고 하니 그 수요는 가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소모량이 늘어난 만큼 크릴의 개체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무작정 방치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크릴 포획은 국제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1982년에는 남극해양의 생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까밀라협약(CCAMILR,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은 특히 크릴 보존에 집중돼 있다. 이런 조약이 있는데도 크릴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면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필자는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크릴오일을 먹는 것을 줄이거나 멈춰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이제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서 한번쯤 어디서 왔을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해볼 만한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크릴오일을 충분하게 대체할 만한 식품이 많다. 이제 크릴은 대왕고래의 먹이로 남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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