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여드름화장품이라 불리는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의 진실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여드름화장품이라 불리는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의 진실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5.0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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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앳된 청소년의 볼에 울긋불긋 솟은 여드름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여드름이 청춘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바로 왕성한 호르몬분비의 증거이기 때문. 하지만 여드름이 남긴 흔적만큼은 청춘의 꽃이 아니라 깨끗하게 지워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최근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등으로 뒤늦게 핀 청춘의 꽃, 즉 성인여드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젠 여드름화장품이 더 이상 청소년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셈이다. 그동안 우리가 여드름화장품을 선택할 때 아마도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 화장품을 맹신했을 터. 그런데 우리는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단 ‘코메도(Comedo)’라는 단어는 면포 또는 여드름집이라고도 불리며 모낭 안쪽에 피지가 쌓인 것으로 모낭입구가 공기와 산화돼 까맣게 보이는 블랙헤드와 모공입구가 막힌 화이트헤드로 나뉜다.

화장품 중 코메도제닉(Comedogenic)은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유발하는 제품을, 반대로 논코메도제닉은 여드름을 유발하지 않는 제품을 말한다. 이는 ‘논코메도제닉 테스트완료’ 또는 ‘여드름피부 적합완료’라는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FDA에는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의 성분기준도 없으며 심지어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이라는 정의도 없다. 당연히 논코메도제닉을 검증할 만한 표준화된 테스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화장품성분만으로 여드름유발 유무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모두가 각기 다른 피부의 복잡한 생리·화학적 이해가 필요하고 또 제조과정에서 여러 화학물질이 최종 혼합됐을 때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 즉 단일성분을 일반화해 모든 피부에 표준화시킨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공식적인 논코메도제닉이라는 화장품이 아니라 단지 기능성 여드름화장품으로 여드름피부완화에 도움을 주는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해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논코메도제닉이라는 문구에 대한 규정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여드름화장품이라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장품회사에서 얘기하는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은 무엇이 기준일까? 

보통 화장품회사는 ‘모공 막힘 가능성(Comedogenicity scale)’이라는 기준을 활용하는데 이는 1979년 미국의 피부과의사인 클리그만(KLIGMAN)이 ‘토끼 귀를 모델로 화장품 모공 막힘 성분평가(An improved rabbit ear model for assessing comedogenic substances)’라는 보고서에서 유래됐다. 이후 1989년 풀토(FULTO)는 ‘화장품성분의 모공 막힘과 자극성(Comedogenicity and irritancy of commonly used ingredients in skin care product)’이라는 논문을 통해 모공을 막을 수 있는 성분을 0~5단계까지 분류했다.

현재 국내 화장품회사에서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을 논할 때는 이것이 기준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토끼의 귀에 단일성분을 사용한 결과일 뿐 인체에 적용된 결과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신뢰할 만한 공식적 인증이 아닌데도 모공을 막을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논코메도제닉이라는 문구를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또 ‘논코메도제닉 테스트완료’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공을 막지 않았음을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여드름의 기본병변인 면포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지 않음을 검증했다‘는 것으로 대신한다.

즉 모공을 막지 않았다는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논코메도제닉 테스트완료의 의미는 단일성분의 기능보다 복합성분인 화장품의 효과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여드름화장품의 주기능이 모낭 속 피지 및 노폐물제거와 여드름균의 살균 및 항균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이란 문구는 화장품회사에서 만들어낸 마케팅용어에 불과하다. 단순한 여드름화장품을 프리미엄화장품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논코메도제닉 화장품이 단순히 모공을 막을 수 있는 단일성분을 제외했다고 해서 모든 여드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착각도 하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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