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고 숨차다는 부모님…서둘러 ‘심장판막’ 점검해보세요!
어지럽고 숨차다는 부모님…서둘러 ‘심장판막’ 점검해보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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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판막협착증’ 최근 9년간 2배 이상↑
어지럽고 숨이 찬 증상 등은 단순한 노화증상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는 심장판막이 노화돼 혈액흐름에 장애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이상증상일 수 있어 전문가의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음과 달리 부모님의 신속한 건강 도우미가 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심장질환은 빠른 대처가 관건이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급격히 진행되는 통에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질병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대동맥판막이 병드는 것으로 최근 9년간 환자가 2배 이상 늘며 중장년층의 건강을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 통계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는 2010년 1만4058명에서 2018년 2만9123명으로 9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에는 50대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70~80대에 환자가 집중(60%)됐다.

■노화 피할 수 없는 ‘심장판막’

대동맥판막은 좌심실에서 분출하는 혈액이 온몸으로 나가는 문으로 노화되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혈액을 제대로 보내고 받기 힘들어진다.

온몸의 혈액순환을 총괄하는 심장의 큰 조력자는 판막이다. 그것도 심장의 방에 발맞춰 4개나 있다(▲좌심실-대동맥 사이 대동맥판막 ▲좌심방-좌심실 사이 승모판막 ▲우심실-폐동맥 사이 폐동맥판막 ▲우심방-우심실 사이 삼첨판막). 이 판막들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혈류를 통제하는 밸브역할을 한다.

하지만 심장판막도 쓰면 쓸수록 닳아서 나이가 들면 칼슘이 쌓여 딱딱해지거나 얇아지면서 찢어질 수 있다. 특히 대동맥판막은 좌심실에서 나간 혈액이 일차적으로 지나는 문으로 1년에 약 4000만번이나 열리고 닫힌다고 알려졌다. 나이 들수록 그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흉통, 호흡곤란 등 발생…방치 시 사망위험↑

대동맥판막이 노화되면 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잘 나가던 혈액이 못 나가게 된다. 이렇게 혈액흐름에 장애가 생기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하기 때문에 전신 쇠약, 흉통, 어지럼, 실신,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나이 들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대동맥판막협착증을 방치하면 심장기능이 점점 떨어지면서 사망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대동맥판막협착증 방치 시 2년 내 사망률은 50%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평소 부모님이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거나 ▲숨이 차서 똑바로 누워서 자기 어렵다거나 ▲움직일 때 특히 숨이 자주 차다고 하시면 심장판막 이상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좋다.

유철웅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방치 시 2년 내 사망률이 50%에 육박하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심초음파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발전된 치료기술로 쉽게 판막을 교체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검사·치료받을 것”을 권장했다.

■병든 판막, 새 판막으로 교체해야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과 연관이 깊어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일단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대동맥판막에 작은 풍선을 넣어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방법(풍선확장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다. 보다 확실한 치료법은 병든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판막교체 방법도 여러 가지다. 우선 가슴을 열어 문제가 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50대 이후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외에도 고혈압, 당뇨 같은 다른 만성질환을 이미 동반한 경우가 많아 가슴을 여는 수술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치료법이 가슴을 열지 않고 판막을 교체하는 이른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이하 TAVI시술)’이다.

■수술 고위험군 위한 ‘TAVI 시술’

TAVI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사타구니, 쇄골 아래 또는 갈비뼈 사이 등을 작게 절개해 카테터(얇은 관)를 동맥에 삽입, 병든 대동맥판막부위에 인공판막을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TAVI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전신마취가 필요없고 출혈이 적어 회복속도가 빠르다. TAVI시술 2~3일 후면 퇴원이 가능해 수술보다 훨씬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고령이나 복합적인 질환으로 수술이 위험한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초음파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며 치료기술도 발전해 수술이 어려운 고령환자도 안전하게 새 판막으로 교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부모님이 어지럽거나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나이 탓이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사·치료받게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TAVI시술은 2011년 국내 첫 도입 이후 자체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는 인공판막을 니켈과 티탄의 합금인 니티놀 소재로 제작, 시술 중 판막을 70%까지 펼친 상태에서도 판막의 위치를 재조정할 수 있는 자가확장형 판막도 등장했다.

또 교체된 판막의 위치를 기존 판막보다 더 높게 형성해 혈액이 통과하는 판구 면적을 넓게 확보, 심장이 한 번의 펌핑만으로 혈액을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하는 등 판막 디자인도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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