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마스크 착용했더니 오히려 여기저기 아프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마스크 착용했더니 오히려 여기저기 아프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0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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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중에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것은 개인 위생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역감염 상황에서는 누가 바이러스 전파자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밀폐된 장소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합니다.

마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래 쓰고 있으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필자처럼 환자를 계속 대면해야하는 사람들은 의료용 마스크(일명 덴탈 마스크)가 아닌 방역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여러 번 복약지도를 하고 나면 너무 숨이 찹니다. 평소 운동을 하는 편인데도 호흡이 쉽지 않습니다. 약국에 방문하는 환자도 많이 줄어서 한가한데 이상하게 약국 끝나고 집에 갈 때가 되면 머리가 무겁고 때로는 아프기까지 합니다.

방역 마스크는 KF 99·94·80 세 종류로 나뉩니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이며 미세먼지 차단율에 따라 구분합니다. KF80은 0.6μm 입자를 80% 걸러낼 수 있고 KF94와 99는 0.4μm 입자를 각각 94%, 99% 차단하는 필터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특징이 하나둘 밝혀지기 전까지는 차단율이 매우 높은 KF94 방역마스크 착용이 권고됐지만 이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에어로졸) 전파가 아닌 침방울(비말)으로 옮겨진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침방울은 직경 10μm로 KF80이 차단하는 0.6μm 입자보다 10배 넘게 큽니다. KF80도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한 연구에 의하면 의료용 마스크도 N95(우리나라 KF94와 비슷한 필터 기능) 방역 마스크와 유사한 감염 예방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의료용 마스크도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80 방역 마스크 사용 권장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은 매우 큽니다. 초창기 방역 당국에서 KF94 방역마스크를 권장한 것이 깊게 각인됐거나 왠지 적은 숫자보다 높은 숫자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유소아, 노인 등 연령에 상관없이 대부분 공적 마스크는 KF94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 패턴은 방역 마스크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호흡량 저하입니다. 그중에서도 산소량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KF94 방역 마스크는 강한 필터를 갖고 있습니다. 필터를 통해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산소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나가는 비율도 떨어집니다.

어느 정도나 떨어질까요?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국내 연구 자료가 부족해서 KF94와 비슷한 필터기능을 가진 N95 방역 마스크 연구논문들을 인용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살펴볼 논문은 《Respiratory consequences of N95-type Mask usage in pregnant healthcare workers a controlled clinical study》로 임신한 의료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입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한 N95 방역 마스크로 인해 산소 부족이 온다면 오히려 태아, 산모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겠죠.

연구에 따르면 N95 방역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분당 환기율은 25.8% 감소했으며 산소 소비량은 13.8%,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7% 감소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감소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Objective Assessment of Increase in Breathing Resistance of N95 Respirators on Human Subjects》는 건강한 자원 봉사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공기 교환량이 무려 37%가 줄었다고 합니다.

중증 호흡기질환인 COPD 환자의 경우 N95 마스크 착용이 어려웠다는 연구도 있어요. 해당 논문에서는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폐질환 환자는 강한 필터 기능을 지닌 방역 마스크가 오히려 호흡곤란, 두통, 현기증,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KF94 이상 기능의 필터를 가진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면 공기 유통량이 떨어지면서 산소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우리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낮은 산소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 피로감, 어지럼 등이 나타나며 다양한 질병이 유발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낮은 산소 농도가 자살률을 높인다는 것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산소 농도는 정신적인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는 것이죠.

산소가 부족해질 때 우리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예가 있습니다. 승용차에 4명이 탑승하고 창문을 닫습니다. 송풍을 내부로 돌려놓고 운행을 시작합니다. 30분 정도가 지나면 산소 농도는 21%에서 19.2%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탑승자는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좀 더 떨어져 18.4% 정도 되면 불쾌감이, 18% 밑으로 내려가면 두통, 졸음, 호흡수 증가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방역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이 바로 이와 유사합니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처지고 힘들었는데 다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 호흡량이 부족한 유소아나 노약자는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활동량이 많아 산소 소비량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산소 부족에 더 시달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마스크를 자꾸 손으로 만지거나 잘못 착용하면서 감염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답답함은 자꾸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게 합니다. 마스크 표면에는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부위를 손으로 만지면 손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가게 됩니다. 세척 또는 소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으로 이어지죠. 감염을 막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방역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공기가 새지 않도록 밀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코나 볼, 턱 부분에 마스크가 떠 있는 상태로 착용합니다. 심지어 마스크를 끝까지 펴지 않고 접힌 상태에서 착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면 해당 부위에 손을 대 보세요. 공기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잘 착용하신 것입니다. 공기가 샌다는 건 침방울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흡이 힘들어지면 더욱 마스크 착용이 불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스크는 대상과 용도에 따라 달리 사용해야 합니다. 유소아, 노약자, 임산부, 장기간 착용해야하는 사람은 호흡량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KF94 방역 마스크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세먼지 차단과 침방울로 인한 감염 예방은 분명 다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는 KF94 방역 마스크를 잘못 착용하는 것보다 KF80 방역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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