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아토피피부염에 바르는 스테로이드, 중지하면 왜 바로 심해질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아토피피부염에 바르는 스테로이드, 중지하면 왜 바로 심해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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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아토피피부염, 습진, 건선환자들을 보면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을 흔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할 때는 빠르게 진정이 되다가 중지하면 곧바로 심해지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바를 때는 나은 것 같지만 나은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용을 또 중지하면 곧바로 증상이 더 심해져 환자들은 난감할 때가 많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스테로이드는 ‘합성’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도 모두 합성 스테로이드성분이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면역억제작용이 있기 때문에 염증반응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문제는 스테로이드의 경우 고용량을 쓰거나 사용을 중단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 먹는 스테로이드의 경우 고용량을 2주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moon face가 나타나거나 골다공증, 백내장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어린 아이들은 이마나 얼굴에 다모증도 쉽게 관찰된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피부에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바르면 피부가 얇아진다. 또 해당 부위의 피부색이 하얗게 변한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많이 바른 부위를 보면 피부가 비늘처럼 얇아져 있고 특히 팔꿈치나 무릎의 오금부위는 주변의 정상 피부와 확연하게 구별된다.

바르는 스테로이드로 겪는 흔한 문제는 효과적으로 진정이 돼 좋아졌나 싶어 사용을 중지하면 갑자기 심해지는 것이다. 또다시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좋아졌다가 중지하면 또다시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결국 스테로이드를 끊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지했을 경우 악화되는 것을 보통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반동현상)’이라고 한다. 강력한 면역억제작용이 있는 스테로이드를 중지하면서 안정되지 못한 염증반응이 곧바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악화라는 표현보다는 ‘원래의 증상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몸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스테로이드가 해당 피부에만 진정작용을 나타낸 결과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은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적용했을 경우, 너무 자주 빈번하게 바른 경우에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보통 저용량으로 너무 자주 사용하지 말고 어느 정도 횟수를 줄여가면서 서서히 끊도록 지시한다.

아토피피부염이나 습진, 건선에 스테로이드제제를 바르고 있는 상태에서 한의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필자는 한약과 한약로션 또는 연고를 처방한다. 바르고 있는 스테로이드는 바로 중지하게 한다. 환자에게는 2~4주 정도는 심해졌다가 기복을 보이면서 서서히 진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피부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진정이 된다. 이후 한약치료를 중지해 지속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문제는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을 잘 이해한 환자라면 필자를 믿고 치료지침을 따르지만 간혹 복용 중인 한약이나 한약크림 때문에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환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래는 이렇게 심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하면서 억울해한다.

바르는 경우라도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는 어느 정도 전신작용을 나타낸다. 그런데 스테로이드를 바르다가 중지하면 원래 없었던 부위에도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바르는 스테로이드의 전신작용에 의해 억눌려 있었던 진정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악화된 것이 아니라 원래 나타날 부위에 증상이 보이는 것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약으로 치료를 할 때 간혹 아무것도 처방하지 않는 상태로 사용 중인 스테로이드를 중지하고 2주 후에 다시 내원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당황하지만 한약에 대한 불신 없이 치료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는 마치 미운 오리새끼 같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면역억제제로 알레르기나 면역질환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약이다. 하지만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등의 피부질환에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칫 스테로이드 없이는 하루도 지내지 못할 정도로 의존성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아주 심각하지 않는 피부질환이라면 스테로이드 없이 이겨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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