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중증뇌졸중, 이제 의사보다 주변인이 먼저 판단한다”
아는 것이 힘…“중증뇌졸중, 이제 의사보다 주변인이 먼저 판단한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12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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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의료진, ‘단계별 뇌졸중 선별 시스템(CIVIL)’ 최초 개발
뇌졸중여부와 치료 단계별 유형 한눈에 확인
의사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시도 가능

뇌졸중은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3위로 꼽히는 질환이다. 무엇보다 골든타임 내 치료받지 못하면 생존하더라도 뇌세포가 손상돼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대처를 위해서는 일반인도 뇌졸중의 증상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막상 증상이 나타나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지 허둥지둥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시도할 수 있을 만한 뇌졸중 대처법이 나왔다. 이른바 ‘단계별 뇌졸중 선별시스템’이다.

아주대병원은 신경과 홍지만 교수와 응급의학과 이성은 교수팀이 4년간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총 1599명 환자의 ▲임상정보(Clinical Information) ▲생체징후(Vitial Signs, 혈압·맥박·체온·호흡수) ▲초기 혈액검사 소견(Initial Labs)을 토대로 1-2-3단계로 뇌졸중 아형을 분류하는 단계별 선별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단계별 뇌졸중 선별 시스템 CIVIL(Clinical Information, Vital signs, Initial Labs) 평가항목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선별시스템은 먼저 ▲1단계로 뇌졸중인지 아닌지 ▲2단계로 뇌졸중이 맞다면 출혈성인지 허혈성인지 ▲3단계로 허혈성에서 급하게 혈관재개통술이 필요한 급성대형동맥폐색인지 단계별로 구분한다.

연구팀이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1단계는 ▲연령대가 젊고(40대 이하) ▲뇌졸중 위험인자(심장질환, 발작 혹은 정신과적 병력, 혈당 등)가 없고 ▲편마비가 없고 ▲초기 혈압이 낮은 경우로 이 경우 뇌졸중이 의심됐지만 실제 뇌졸중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2단계는 ▲의식저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60세 미만) ▲높은 초기 혈압 ▲뇌졸중 위험인자(심장질환, 당뇨 등)가 적은 경우로 이 경우 출혈성(뇌출혈)일 가능성이 높았다.

3단계는 ▲안구편위(눈이 좌-우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걸을 수 없는 편마비 ▲언어장애가 동반된 경우로 신속히 응급혈관재개통술을 통해 막힌 뇌혈관을 뚫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3단계에서 응급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급성대형동맥폐색일 가능성은 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으면 약 21.7배, 팔 마비가 있을 시 약 2.2배, 언어장애가 있을 시 2.4배 높아졌다.

이 모든 분석내용을 종합해 연구팀은 ▲눈이 한쪽으로 쏠리는 안구 편위 ▲걸을 수 없는 편마비 ▲언어장애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바로 119로 신고하고 바로 막힌 뇌혈관을 뚫는 응급 혈관재개통술이 가능한 큰 병원을 방문해야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관한 홍지만 교수는 “이번 선별시스템은 특히 치료에 민감한 3번째 단계를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 이 3단계를 신속하게 선별하지 못해 치료시기가 늦춰진다면 사망에 이르거나 살아남더라도 평생 장애를 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본 연구의 1저자이자 현재 119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은 교수는 “중증 뇌졸중의 경우 본인이 의사표현을 하거나 거동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의사가 판단하기 전에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의 신속한 선별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범국민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전 세계적으로 뇌졸중의 골든타임 사수를 위한 선별시스템이 개발돼왔으나 복잡하거나 유형을 분류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뇌졸중여부와 치료 단계별 유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쉽고 빠르게 뇌졸중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4월 15일 SCI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임상 정보, 활력징후 및 초기 실험실을 통한 단계별 뇌졸중 인식 : 전자 건강 기록 기반 관찰 코호트 연구 (Stepwise stroke recognition through clinical information, vital signs, and initial labs (CIVIL): Electronic health record-based observational cohort study)’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이러한 단계별 뇌졸중 선별진료시스템과 더불어 한글 표어 ‘이웃-손-발-시선’도 함께 기억하면 뇌졸중 조기대처에 더욱 큰 도움이 된다.

▲‘이‘~ 하고 ’웃‘어 보세요 ▲양 ’손‘을 들어 보세요 ▲’발음‘이나 언어장애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지 확인하세요’의 내용으로 이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F.A.S.T 캠페인(▲Face, 웃을 때 얼굴 좌우 모양이 다른가 ▲Arms, 한쪽 팔다리에 힘이 약해지나 ▲Speech, 말이 잘 나오지 않나 ▲Time to act, 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라)을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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