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혈관부종, 가족 중 한 사람이 진단되면 모두 검사 필수
유전성혈관부종, 가족 중 한 사람이 진단되면 모두 검사 필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5.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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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혈관부종은 체내염증을 조절하는 ‘C1 에스테라제 억제제’의 결핍 혹은 기능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부종이 심할 경우 기도폐색, 장폐색,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유전성혈관부종은 체내염증을 조절하는 ‘C1 에스테라제 억제제’의 결핍 혹은 기능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부종이 심할 경우 기도폐색, 장폐색,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생명을 주고도 이제 자신의 인생까지 주려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 척 팔라닉이 한 말이다.

이렇듯 부모의 사랑은 한 명의 부모가 되질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치료제도 없는 유전성희귀질환에 걸린다면 어떤 심정일까.

안타깝게도 희귀질환의 정의는 지역별로 다르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그 기준이 국가별로 다르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0명 중 1명 미만, 미국은 유병인구 20만명 이하, 프랑스는 2000~3000명 미만일 경우 희귀질환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병환자가 2만명 미만일 경우 희귀질환으로 정의하며 환자 수는 1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희귀질환의 인식제고를 위해 제정된 날은 많다. 대표적으로 5월 16일 국제 유전성혈관부종환자 단체(HAEi)가 제정한 ‘세계 유전성혈관부종의 날’이 있다.

■유전확률 50%, 유전성혈관부종

이름도 생소한 ‘유전성혈관부종’은 체내염증을 조절하는 ‘C1 에스테라제 억제제’의 결핍 혹은 기능이상으로 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유전성혈관부종은 입술, 얼굴, 복부 혹은 후두부의 조직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부종이 심할 경우 기도폐색, 장폐색, 호흡곤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전성혈관부종은 상염색체 우성유전질환으로 부모 중 1명에게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자녀 유전확률이 50%에 이른다. 환자의 약 40%에서 5세 이전에 첫 혈관부종 증상을 경험하며 약 75%에서 1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부모가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자녀에게서 혈관부종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유전성혈관부종을 진단받으면 가족들도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한다.

외국에서는 유전성혈관부종에 대한 유병률을 인구 5만~15만명당 1명꼴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전성혈관부종에 대한 유병률이 조사된 바가 없지만 지난해 80여명이 유전성혈관부종을 진단받은 것을 감안하면 100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조영주 사무총장(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유전성혈관부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인 만큼 조기에 환자를 발굴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유전성혈관부종에 대한 인식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상에 따라 달리 치료되는 ‘유전성혈관부종’

유전성혈관부종의 진단은 임상적 평가, 문진, 혈액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혈액검사는 ▲C4 ▲CH50 ▲C2 감소 ▲C1 억제제 감소 ▲C1 억제제 기능 감소 등을 확인한다. C1억제제의 농도가 낮거나 떨어져 있는 경우를 제1형 유전성혈관부종이라 하며 C1 억제제의 농도는 정상이나 그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를 제2형 유전성혈관부종으로 진단한다.

유전성혈관부종의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복통을 호소하면 진통제를 투여하며 구토가 심한 경우 진토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또 수분섭취 부족과 체액이 조직 밖으로 새어나가는 경우에는 혈관을 통해 수액을 보충한다.

이밖에도 기도부종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산소를 공급하면서 맥박, 혈압, 호흡 등 환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한 후 치료를 진행한다. 만일 기도폐쇄가 나타나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응급으로 기관삽관이나 기관절개를 시행하기도 한다.

■2시간 내 급성발작 잡아주는 치료제 개발

문제는 유전성혈관부종이 급성발작할 때다. 과거 유전성혈관부종으로 급성발작이 발생해도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없었다. 하지만 급성발작을 다스릴 수 있는 치료제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icatibant acetate)’가 출시되면서 환자들은 자가투여를 통해 발작 초기단계에서 빠르게 증상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는 성인에서 C1-에스테라제 억제제 결핍으로 인한 유전성혈관부종의 급성발작에 사용되는 치료제다.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는 브래디키닌의 혈관확장작용을 차단해 2시간 내 급성발작을 완화해준다.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는 사전 충전형 주사기로 제공되며 전문의의 지도를 받은 환자는 급성발작 시 자가투여 처치를 통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는 2018년 9월 1일 급여가 인정됐다. 급여 적용 대상은 혈청검사 등으로 C1-에스테라제 억제제 결핍으로 인한 유전성혈관부종이 확진된 환자로 급성발작 시 사용할 수 있는 1회분에 대해 급여가 적용된다.

조영주 교수는 “유전성혈관부종은 유전성질환인 만큼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본인에게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한다”며 “특히 비교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소아의 경우 증상을 경험하더라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어 가족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함께 관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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