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의사의 45가지 고백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의사의 45가지 고백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5.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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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태어나줘서 고마워
오수영 지음/다른/328쪽/1만6000원
오수영 지음/다른/328쪽/1만6000원

그런 날이 있다. 유독 힘들고 지친 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제과점에 들려 단팥빵에 손을 뻗는다. 즐겨 먹지도 않은 단팥빵을 쥔 채 자식들이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생전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단팥빵. 생각해보니 가끔 술에 취해 들어오는 부모의 손에는 빵이 한가득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부모가 된 지금. 이제는 알 것 같다. 나의 부모 역시 지치고 힘든 날이면 독한 소주를 한입에 털어놓은 채 자식이 좋아하는 빵을 들고 귀가했던 사실을.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무게라는 사실을.

이렇듯 부모가 되질 않는 이상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와 값진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가 태어나 나를 처음 보는 순간. 아파서 잠을 뒤척이면 가슴 졸여 잠을 이루지 못했던 순간. 매 순간이 힘들었지만 부모의 원동력이었다.

이런 무게를 매일 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겪지 않았다면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그저 막연하고 경이로운 대상이다. 하지만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고 가슴 뛰는 이야기를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이 이야기는 생과 사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 수많은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를 구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의 이야기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순조롭지 않다. 임신 초기 질출혈 발생확률만도 4분의 1에 이르고 생리적 유산까지 합해질 경우 모든 임신의 반은 유산으로 끝난다. 또 조산의 빈도는 약 8~10퍼센트, 임신중독증의 빈도는 약 6~8퍼센트, 임신성당뇨 빈도는 약 5~10퍼센트다.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아기들은 100명 중 2~3명은 기형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들은 임산부와 보호자에게 믿기 힘든 사실이다. 이럴 때 의사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막연한 희망이 아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밖에 없다.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의 45가지의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같이 고군분투한 영웅들의 이야기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 이 책의 인세는 출생 전·후 염색체 이상을 진단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나 치료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전액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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