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 여성도 임신·출산 가능…“막연한 불안감 버려야”
염증성장질환 여성도 임신·출산 가능…“막연한 불안감 버려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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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한희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건강한 임신·출산 원하면 오히려 적극 치료 나서야
염증성장질환 여성도 적극적인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임신을 기피하거나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아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계 염증성장질환의 날(5월 19일)’을 앞두고 여성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만한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염증성장질환의 중증도가 낮다면 일반인과 같이 얼마든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염증성장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장을 공격해 복통, 설사 등이 반복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과거만 해도 서구에서 흔한 질병이었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염증성장질환은 10~30대에 잘 발생해 사회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로 증상이 없는 관해기에 도달해 이를 잘 유지하면 얼마든지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임신·출산시기와 맞물린 여성들은 염증성장질환 치료제가 태아에 미칠 부작용을 걱정해 임신을 피하거나 임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한희 교수
이한희 교수

하지만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한희 교수 연구팀(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보인, 성빈센트병원 피부과 배정민, 소화기내과 이강문 교수)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의 중증도가 높지 않은 경우 얼마든지 임신이 가능해 건강한 임신·출산을 원하면 오히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2007년 1월~2016년 1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염증성장질환의 중증도와 임신성공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15~50세의 가임기여성 중 염증성장질환(크론병, 궤양성대장염)으로 5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해당 기간에 임신이 확인된 2058명의 환자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염증성장질환의 질병 정도를 중증도가 낮은 군과 높은 군으로 비교했다.

중증도가 낮은 군은 6개월 미만의 스테로이드 처방, 1년 미만의 생물학적 제제 처방 그리고 장절제술을 받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일단 염증성장질환 여성의 임신성공률은 27.5%로 비염증성장질환 여성의 32.3%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염증성장질환 여성들이 치료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고 있는 결과로 해석했다.

하지만 실제로 염증성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군은 대조군(염증성장질환이 없는)과 출생률(68.9% vs 69.9%), 자연유산(12.6% vs 11.9%) 및 제왕절개(39.5% vs 38.8%)의 빈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임신 합병증(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사산, 자궁내 성장지연 등)의 빈도(7.4% vs 8.1%) 역시 차이가 없었다.

즉 염증성장질환이 있더라도 질병 중증도가 높지 않으면 일반인과 비슷한 임신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염증성장질환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는 대조군(염증성장질환이 없는)에 비해 자연 유산율(14.9% vs 11.9%), 제왕절개(46.4% vs 38.8%), 자궁내 성장지연의 빈도(3.4% vs 1.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희 교수는 “염증성장질환과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 결과를 환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임기 여성은 질병 자체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지양해야하며 오히려 임신 전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소화기학회지인 소화기 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7.731) 2020년 5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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