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무더운 여름철, 항히스타민제 먹고 운동하면 큰일 난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무더운 여름철, 항히스타민제 먹고 운동하면 큰일 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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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필자는 알레르기질환 환자들을 주로 치료하고 있다. 간혹 환자들에게 유산소운동을 해서 땀을 내게 하는데 정작 땀이 잘 안 난다고 하는 환자들이 있다. 여기에는 체질적인 원인도 있지만 평소 비염이나 피부 가려움증 때문에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필자는 한의사로서 양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필자의 한의원을 방문하는 많은 환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는 터라 부작용에 관심과 고민이 많다. 이 점 너그럽게 양해 바란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땀의 분비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하겠다.

‘항(抗)히스타민(histamine)’이란 말은 그대로 풀어보면 히스타민의 분비를 막아주는 약물이라는 뜻이다. 히스타민은 면역반응에 의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알레르기질환을 앓고 있다면 아주 흔하게 접해봤을 것이고 굳이 알레르기질환이 아닐지라도 감기에도 흔히 처방되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복용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 분비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항콜린작용도 나타난다. 콜린은 아세틸콜린의 성분으로 이 또한 신경의 흥분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원래 항콜린제는 발한의 기전을 차단하고 억제시켜서 평소 땀이 너무 많이 흘리는 다한증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일부 항히스타민제 또한 항콜린작용을 갖고 있다.

보통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으로 입마름이나 안구건조증상이 생긴다. 이런 증상은 주로 항콜린제제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데 항히스타민제와 항콜린제의 수용체가 구조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도 비슷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점막의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일부 항히스타민제는 항콜린제와 마찬가지로 땀의 분비도 억제한다.

땀은 체온을 조절하는 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땀이 피부에서 증발되면서 체온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몸을 식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과열된 엔진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라디에이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만일 이런 장치가 없으면 엔진은 과열로 터져버릴 것이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서 등산을 하거나 운동, 사우나를 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땀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체온은 떨어지지 않고 열 조절이 안되기 때문에 열사병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현기증이 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고 방치되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체온이 상승하면 두드러기가 유발되는 콜린성 두드러기 환자들의 경우에도 항히스타민제를 흔히 복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땀은 더욱 차단되고 열은 발산이 안 되기 때문에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것 같다가도 결국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더군다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서 운동까지 하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콜린성 두드러기의 경우 땀을 내는 유산소운동은 결과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만일 운동을 한다면 항히스타민제는 운동 전이 아니라 운동 후에 증상이 너무 심할 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말했듯이 항히스타민제는 특히 무더운 여름철 한낮에 야외활동을 하거나 운동이나 등산할 때 복용하지 말아야한다. 사우나를 하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항히스타민제는 누구나 쉽게 구해서 복용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약국에서 구입해 복용하고자 할 때도 약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여름철 무심코 복용한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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