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세안 후 스킨’이라는 공식은 이제 버리자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세안 후 스킨’이라는 공식은 이제 버리자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5.22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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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세안 후 스킨을 바르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중 하나다. 바르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솜에 묻혀 닦아내는 사람, 볼이 터져나갈 것처럼 흡수시키는 사람, 피부를 솜털 마사지하듯이 가볍게 두드리는 사람 등 그 모습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우리는 왜 세안 후 스킨을 발라야한다고 세뇌된 걸까?

우선 스킨을 말하기 전에 세안제에 대해 이해해야한다. 세안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폼세안제, 가루세안제, 액체세안제, 고체세안제 등으로 나뉘며 개인의 기호와 피부타입에 따라 선택한다. 세안제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목적은 ‘자극 없이 불순물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극 없이 피부의 불순물을 닦아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정확한 표현은 가능한 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잔여화장품과 불순물을 최대한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좋은 세안제의 기준이다. 이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pH(Potential of Hydrogen)’인데 스킨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pH균형이 깨지면 신체가 불편해진다. pH란  용액의 수소이온농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용액의 산성도(염기성도)를 알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pH는 0부터 14까지로 나뉘며 pH7을 기준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산성, 숫자가 높을수록 알칼리성으로 분류된다.

우리 피부는 외부자극과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pH5.5~5.9 정도의 약산성을 유지하며 몸의 균형을 이룬다. 이는 피부에서 분비되는 산성분비물이 피부의 천연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피부분비기능이 저하된 여드름피부의 pH는 7.5, 아토피피부는 pH8.0인 것으로 나타나 알칼리성에 가까울수록 피부트러블이 많아진다. pH농도유지가 피부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세안제는 크게 약산성과 알칼리성로 나뉜다. 먼저 약산성 세안제는 거품이 적고 세안 후 미끌거린다. 이 때문에 세정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대신 피부자극이 적다. 반면 알칼리성 세안제는 세안 시 풍부한 거품과 강한 세정력으로 뽀드득 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고 피부가 당긴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잘못된 세안상식으로 인해 알칼리성 세안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알칼리성 세안제를 사용할 경우 우리 피부도 알칼리성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때 중화반응, 즉 고유특성을 잃게 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pH를 약산성으로 유지해주는데 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스킨이다.

스킨은 대부분 피부표면의 pH농도를 4.5~5.5로 유지하도록 돕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피부의 pH를 스킨으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즉 너무 많이 알칼리성 세안제를 사용하거나 피부트러블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정상피부와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하는 사람까지 필수적으로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안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피부의 정상활동을 통해 천연보호막이 생성돼 pH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스킨은 대부분 정제수(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스킨 자체에 기능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안 후 깨져있던 pH를 약산성으로 되돌려준다는 명분 아래 과용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세안 후 스킨이라는 공식은 과감히 버리자.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피부는 자정능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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