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몸에 좋대서 먹은 ‘공진단’…힘은커녕 발진 생겼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몸에 좋대서 먹은 ‘공진단’…힘은커녕 발진 생겼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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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얼굴에 뭐가 났는데 좀 봐 주실래요?”

김옥래(가명) 님은 58세 여성입니다. 이런 저런 건강상담을 위해 자주 약국에 방문하시는 단골 고객이죠. 얼굴을 보아 하니 좁쌀 같은 구진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고 해당 부위는 구진보다 넓게 붉은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에고,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글쎄, 내가 얼마 전에 수술을 받았거든요. 그 뒤에 너무 힘들어하니까 아들 놈이 ‘공진단’을 사갖고 왔어요. 기운 내시라고. 그거 먹고 하루는 진짜 반짝 기운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이틀째부터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거 같더니 이렇게 발진이 생겼어요.”

“그러셨군요. 김옥래 님은 평소 더위도 많이 타고 찬 것도 좋아하시고 열도 많은 편이시잖아요.”

“그렇죠. 내가 열이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죠.”

“이번에 기운이 떨어진 것도 수술 때문에 일시적인 것이고요.”

“그렇죠.”

“그런 분이 크게 보해주는 공진단을 드셔서 열이 확 떠 버린 것 같아요. 조금만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열이 강해진 것이죠. 일단 공진단은 중단하시고 피부에 올라온 열을 꺼주는 약을 드릴 테니 한 번 드셔보세요.”

“공진단도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봐요.”

김옥래 님은 어린 아들이 이래저래 돈을 아껴서 사다 준 귀한 공진단을 몇 번 먹어 보지도 못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많이 속상해 하셨습니다.

공진단은 자타공인 최고의 보약입니다.

가격이 비싸 자주는 못 사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한 번쯤 ‘공진단’을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또 원기가 떨어져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밀려드는 업무에 지친 배우자에게 줄 선물로도 빠지지 않는 품목입니다.

공진단은 중국의서 세의득효방에 실려 있는 처방으로 우리나라의서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도 실려 있습니다. 허약한 사람의 원기를 올려주는 것으로 말 그대로 ‘보약’입니다.

공진단이 ‘옛 서적에만 실려 있는 것 아니냐, 진짜 효과가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논문 등을 통해 공진단은 항산화효과, 신경보호 및 회복효과, 항염효과, 심근보호효과, 면역증강효과, 간 보호효과, 생식기능 활성효과 등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효능, 효과에도 ‘선천적 허약체질, 무력감, 만성병에 의한 체력저하, 간기능 저하로 인한 어지러움, 두통, 만성피로, 월경이상’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진단은 본래 녹용, 산수유, 사향, 당귀로 구성돼 있지만 일반의약품으로 나오는 제제는 인삼과 숙지황이 추가돼 있습니다. 효능은 원기(元氣)를 크게 보하는 것과 기혈(氣血) 소통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원기는 에너지를 내는 원양(元陽)과 호르몬이나 신체 구성물질로 작용하는 원음(元陰)으로 나뉩니다. 공진단의 녹용은 원양과 원음을 모두 보충하죠. 여기에 추가로 인삼을 더해 원양을, 산수유와 숙지황을 더해 원음을 보강합니다.

사향은 침향, 용연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에 속합니다. 아주 먼 곳에 있어도 그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할 만큼 강력하죠. 사향은 막혀 있던 모든 곳을 뚫어 기를 통하게 합니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기능이 있어요.

이러한 효과로 인해 원기가 소진되고 스트레스 등으로 기혈이 막힌 사람이 공진단을 복용하면 몸 상태를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좋은 공진단은 아무나 복용해도 되는 걸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원기를 강하게 보충하는 효과와 기혈을 강하게 순환시키는 효과는 기력이 쇠약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만일 기력이 크게 소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먹어도 크게 감흥이 없습니다.

실제로 공진단이 비싸기만 하고 효과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원기가 크게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약을 계속 드신다고 해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큰 문제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복용했을 때입니다. 한방에서는 에너지 생성이 과하게 일어나는 사람은 열이 많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땀이 많으며 찬 것을 좋아하고 움직임이 많은 편입니다.

이런 분들이 공진단을 복용하면 녹용과 인삼의 효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로 상열감이 생기고 얼굴이나 피부가 붉어지며 심하면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바로 저희 약국에 방문하셨던 김옥래 님에게 나타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면 공진단 복용을 바로 중단하고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합니다.

위장이 약한 사람도 공진단 복용을 주의해야합니다. 공진단에 들어있는 숙지황은 점액 성분과 철분 등 미네랄 도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평소 위장기능이 떨어져 설사를 하는 편인 사람이 숙지황을 복용하면 복통이나 가스팽만,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일 계속 공진단을 먹으면 위장점막이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공진단 의약품 설명서에도 다음 증상이 있는 사람은 즉각 복용을 중단하라고 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1) 피부: 발진, 두드러기 등

2) 소화기계: 식욕부진, 위부불쾌감, 구역, 설사 등

3) 1개월 정도 복용해도 증상 개선이 없을 경우

공진단, 경옥고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한약제제는 무심코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몸에 잘 안 맞으면 원하지 않는 반응들이 나올 수 있어요. 약을 드실 때는 항상 의사, 약사와 먼저 상의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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