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음수·소변량 늘고 체중 줄고, 당뇨병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음수·소변량 늘고 체중 줄고, 당뇨병 의심하세요!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5.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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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반려견이 다음·다뇨를 보이며 급격하게 체중이 빠지는 것이 주요한 임상증상이라면 당뇨병을 가장 쉽게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부족해 발생하는 인슐린의존성 당뇨병(type1)과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져 인슐린 효과가 떨어져서 나타나는 인슐린비의존성 당뇨병(type2)이 있다.

사람은 비만과 운동부족으로 인슐린비의존성 당뇨병이 생긴다. 이는 식이조절과 다이어트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당뇨를 진단하고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 강아지가 치료 잘 받으면 완치되는 건가요?”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뇨로 정확히 진단된 강아지는 거의 모두 평생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하는 인슐린의존성 당뇨병(type1)을 앓는다. 위에서 ‘정확히 진단된’이라는 말을 쓴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잠깐 혈당이 높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설탕물처럼 혈당이 매우 높은 음식을 먹은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암컷이 발정주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혈당 상태가 며칠 이상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에 2~3주 동안의 평균 혈중 포도당을 예상할 수 있는 프룩토사민(Fructosamine)을 측정하면 진성 당뇨와 감별할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강아지의 당뇨병은 췌장에서 더 이상 인슐린 생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발병한다.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유전적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자가항체가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 및 인슐린, 인슐린 전구체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으며 ▲여러 호르몬 질환, 비만 등으로 반복적으로 췌장염이 재발하며 결국 당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대부분 7살 이후에 발병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지만 암컷은 수컷보다 두 배 정도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당뇨는 초기에 단순하게 다음·다뇨만 보일 수 있어 보호자가 이상증상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요즘 물을 많이 먹는 것 같네’ 정도로 생각하며 오랫동안 방치할 수도 있다. 이러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인슐린의 부족은 지방분해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그 때문에 케톤체 생성이 증가하게 된다. 케톤이 혈액 속에 많이 축적되면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게 되며 과도한 이뇨를 일으켜 심각한 탈수,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러한 경우는 즉시 입원치료를 통해 전해질 불균형, 탈수를 교정해 줘야 한다.

당뇨의 만성합병증으로 백내장, 포도막염, 저혈당증, 만성췌장염, 재발성 감염 등이 있을 수 있다. 백내장은 당뇨를 앓는 강아지의 가장 일반적인 합병증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를 앓는 강아지의 80%가 진단 후 500일 이내 백내장이 발병했다고 한다. 고혈당에 의해 수정체에서 삼투변화가 생겨 백내장이 생기게 된다. 백내장이 생기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으며, 한번 시작되면 매우 빨리 진행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당연히 혈당관리가 잘 될수록 백내장 발생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당뇨에 의한 신부전, 고혈압도 보고되고 있다.

한번 당뇨가 발생한 반려견은 평생 인슐린을 맞으면서 합병증이 생길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목표는 최대한 정상혈당을 유지해 합병증을 피하는 것이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당연히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는 피해야 한다. 고섬유질의 식사는 식후에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인슐린의 필요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보통의 당뇨 환자에겐 밥을 먹이고 나서 바로 인슐린을 주사하게 된다. 인슐린을 주사하더라도 밥을 먹은 직후에는 혈당이 높게 치솟으며 이후 조금씩 혈당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인슐린 주사 이후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골격근으로 인슐린을 더 많이 운반하고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해서 혈당을 조금 더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이유로 인슐린의 활성이 최대화되는 시간(주사 이후 4~8시간)의 과도한 운동은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 당뇨 치료에 사람의 인슐린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슐린 지속시간이 매우 짧아 혈당관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강아지의 인슐린과 사람의 인슐린의 염기서열이 달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강아지와 염기서열이 비슷한 돼지에서 유래한 인슐린도 정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면서 혈당관리가 조금은 수월해졌다.

인슐린은 보관 및 사용 시 쉽게 불활성되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효과가 미비할 시 바로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몸 안에 발생한 염증이나 발정주기에 따라 인슐린의 활성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혈당을 자주 측정해 유지가 잘 되고 있는지를 지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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