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질병에 빗대 사람을 웃음거리로 삼는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그 질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무분별한 언어사용이 폭력이 되는 것이다.
최근 ‘확찐자’라는 단어가 생겼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활동량이 줄어 ‘살이 확 찐 사람’을 ‘확진자’를 이용해 만든 말이다. 얼핏 듣기에는 확진자라는 심각한 단어를 해학적으로 풀어 감염병으로 침체된 사회에 웃음을 주는 것 같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비만인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청주시는 7일 한 공무원이 직원에게 ‘확찐자’라고 발언한 것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바 있다.
365mc병원 김하진 대표원장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웃음거리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지 의문”이라며 “신체적 고통은 물론 죄책감과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는 확진자에게 확찐자라는 신조어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유발자’ ‘선택장애’ 등의 단어도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암 유발자’는 ‘암에 걸릴 만큼 화가 나고 답답하게 하는 대상’을 일컫는다. 주로 드라마 속 악역을 ‘발암캐릭터’라고 부르거나 막장드라마를 ‘암 유발드라마’라는 식으로 사용된다. ‘확찐자’가 확진자와 비만인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듯이 이 역시 실제 암 환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더할 수 있다.
또 ‘선택장애’는 유난히 우유부단한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장애’는 남들보다 열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선택장애’라는 말이 공공연히 사용될 경우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농담처럼 쓰이는 말도 상대의 결점을 이용했다면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특히 사회적으로 확산될 경우 부정적 의미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