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전자담배 모두 피우는 이중흡연자 “심혈관질환 더 취약”
일반·전자담배 모두 피우는 이중흡연자 “심혈관질환 더 취약”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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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이중흡연자, 심혈관질환 부르는 대사증후군 유병률↑
완전한 금연 위한 최선의 선택은 ‘금연치료’

전자담배의 등장 이후 일반담배(궐련)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중흡연자가 많아졌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자담배 사용실태 및 금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 이용자 574명 중 270명(47%)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모두 피우는 이중흡연자(이중사용자)였다.

전자담배는 전기로 발생시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로 잎을 태우는 과정이 없어 연기와 냄새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 때문에 줄곧 일반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도 상황에 따라 전자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흡연습관조차도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모두 피우는 이중흡연자가 일반담배만 피우는 흡연자보다 심혈관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기 때문. 다가오는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다.

전자담배 사용자 대부분이 일반담배까지 사용하는 이중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복흡연은 흡연량을 늘리고 니코틴의존도를 높여 금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중흡연자, 대사증후군 유병률 가장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은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9세 이상 남성 7505명을 추려▲이중흡연자(일반담배+전자담배) ▲일반흡연자(일반담배만) ▲비흡연자로 나누고 대사증후군을 중심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의 유병률을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혈압 상승 ▲혈당 상승 ▲중성지방 상승 ▲HDL콜레스테롤 저하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더욱 경계하고 관리해야한다. 실제로 대사증후군환자는 ▲심장 및 혈관이상이 생길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으며 당뇨병의 발병은 무려 10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이중흡연자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중흡연자는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비흡연자의 2.79배, 일반흡연자에 비해 1.57배 높았으며 특히 대사증후군 구성요소 중 복부비만, 중성지방 상승, HDL콜레스테롤 저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게다가 니코틴 의존도 및 요중 코티닌 수치가 일반흡연자와 비흡연자에 비해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 경험율 등 정신적인 리스크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주목할 점은 전자담배 사용자 중 85%가 이중흡연자로 이들은 금연의지와 시도율이 일반흡연자에 비해 높고 평균 흡연량에도 차이가 없었는데도 니코틴 의존도와 요중 코티닌 수치가 더 높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연에 더 관심이 있지만 대부분 완전한 전환 혹은 금연에 실패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면서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기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담배 이용자의 대부분이 이중흡연자이며 심혈관질환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만큼 이들에게는 적극적인 금연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도 해로운 건 마찬가지

한편 이러한 변화된 흡연습관에는 냄새나 연기가 덜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미 공식적으로 보고됐듯 전자담배 액상 증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나 연기 자체도 기관지에 악영향을 준다.

또 전자담배에도 역시 니코틴이 포함돼있어 일반담배처럼 한 번 피우기 시작하면 계속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증가한다.

니코틴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 각종 독성물질과 함께 폐로 들어와 단 7초 만에 뇌에 도달, 자신이 달라붙은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이때 바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술·담배·마약 등 약물의 영향으로도 분비된다. 문제는 약물로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훨씬 많다는 것. 따라서 담배를 피우면 우리가 평소 기분이 좋고 즐거울 때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큰 괘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중 니코틴농도가 감소하면서 도파민 양이 줄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특히 흡연 양이 많고 오래 담배를 피울수록 니코틴수용체 개수가 늘어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필요해진다. 니코틴중독이 심해져 담배를 점점 더 끊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담배는 이러한 니코틴중독 때문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며 “완전한 금연에 도달하는 최선의 선택은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전문가를 통해 상담 및 금연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니코틴중독이 심한 흡연자는 약물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금연에 도달할 수 있다. 금연치료제는 니코틴 유사물질을 체내에 공급함으로써 실제 니코틴이 인체에 들어와 결합해야하는 니코틴수용체를 막아버린다. 결국 담배 맛과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도 점점 줄어든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금연치료지원사업 정보 숙지하고 적극 활용

하지만 금연을 결심해도 막상 금연치료를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국가 금연치료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금연치료지원사업 참여기관에 해당하는 병의원 및 보건소 등에서 진료상담 및 금연치료의료품·금연보조제 구입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먼저 진료상담의 경우 8~12주 기간 동안 6회 이내 범위에서 공단이 상담비용의 80%를 지원, 금연참가자는 20%만 부담하면 된다. 금연치료의약품 및 금연보조제 구입비용은 1회 처방당 4주 이내의 범위에서 총 12주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지원은 금연치료 참여의료기관에 참여를 등록하면 1년에 2번까지 가능하며 금연치료프로그램을 모두 이수(6회 상담 또는 8~12주간 투약 완료)하면 1~2회 방문할 때 부담한 본인부담금도 전액 환급해준다.

금연치료 참여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http://hi.nhis.or.kr/ca/ggpca001/ggpca001_m04.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금연치료지원사업은 건강검진제도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인데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금연은 절대 개인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금연을 결심했다면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금연치료 참여 의료기관을 찾아 적극적으로 상담·금연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TIP. 금연 성공을 위해 기억해야 할 5가지

1. 흡연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상담 및 금연치료에 적극 임하기

2. 흡연일지 쓰기(흡연 시간, 흡연 장소, 흡연 욕구가 높은 때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

3. 자극적인 음식, 고지방음식, 카페인 등 흡연욕구 높이는 음식 피하고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채소 섭취하기(담배와 관련된 독소성분을 줄일 수 있음)

4. 금연의지 무너뜨릴 수 있는 과음 피하기(불가피하다면 음주량 정해놓고 계획 음주 하기)

5.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 담배와 관련된 모든 흔적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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