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된 의사, 비로소 알게 된 ‘돌봄의 의미’
보호자가 된 의사, 비로소 알게 된 ‘돌봄의 의미’
  • 이원국 기자·김보람 인턴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06.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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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교수의 치매간병 10년의 기록
케어/아서클라인먼/노지양 옮김/시공사/312쪽/17,000원
아서클라인먼 지음/노지양 옮김/시공사/312쪽/17,000원

동·서양학계와 의료현장을 넘나들며 정신의학, 의료인류학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선 아서 클라인먼. 생사의 촌각 사이에서 40년 동안 줄다리기를 했던 그를 기다리는 건 평화로운 노년이 아니었다.

연구파트너이자 영혼의 동반자인 아내 조앤이 예순도 되지 않아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받았기 때문. 클라인먼은 이제 간병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서 클라인먼은 평생 의료계에 종사하며 ‘돌봄’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환자의 가족이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고백했다. 그가 병원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반복되는 검사와 끝없는 대기, 병명과 진단에만 초점을 맞춘 진료, 의료진으로부터 느끼는 소외, 실질적 지원의 부재였다.

의료진에서 보호자로 상황이 바뀐 아서 클라인먼은 ‘돌봄’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 깊은 통찰을 이 책 ‘케어’에 담아냈다.

저자는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해지고 의료계와 가족 안에서의 돌봄과 보살핌이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간병인으로서 느낀 관계, 존재, 인내, 추억을 소중히 하는 것이 돌봄의 핵심임을 말한다.

특히 저자가 돌봄을 ‘현존’이라 정의한 것이 인상적이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 생생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서로의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의 현존을 이끌어낸다.

또 모든 돌봄은 ‘상호성’에 기반하며 이를 통해 지속된다고 말한다. 돌봄을 주는 사람 이상으로 돌봄을 받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내 조앤은 투병 마지막 몇 년을 제외하고는 돌봄의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개인에게 돌봄을 떠맡기는 사회는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시기만 다를 뿐 늙음과 아픔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을 돌보는 일은 곧 당신 자신을 돌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고 역설하는 아서 클라인먼의 역작 ‘케어(Care)’는 오늘날 사라져가는 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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