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진성 육식동물’ 고양이에게 채식은 금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진성 육식동물’ 고양이에게 채식은 금물!
  • 이바른 대구 죽전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6.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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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른 대구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죽전 내과원장
이바른 대구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죽전 내과원장

수의사 생활을 시작했던 첫해, 나를 정말로 당황케 했던 한 고양이 보호자가 있었다. 아기고양이를 데려와 채식주의자인 본인의 뜻에 따라 고양이도 그렇게 키우겠다던 보호자였다. 사람에게는 좋은 방식일 수 있지만 고양이에겐 그렇지 않다고 예방접종을 하러 올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찾아서 해주며 말려보았다. 하지만 본인의 방식이 틀렸다고 하는 데 대해 마음이 상했는지, 두어 번 발길을 하곤 병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요즘은 고양이와 함께 채식을 하고 싶어하는 ‘보호자’를 위한 채식사료까지 나오고 있다 하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고양이는 ‘진성 육식동물’로 분류된다. 애초에 고기를 먹음으로써 생체의 기능이 유지되게끔 태어난 동물이다. 고양이는 기초대사에서 아미노산 요구량이 사람이나 개와 같은 잡식성 동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의 종류 또한 사람에 비해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식물성단백질로는 얻지 못하는 아미노산들도 있다. 타우린, 아르기닌, 타이로신, 카르니틴과 같은 아미노산들은 결핍될 시 ▲심장병 ▲신부전 ▲간부전 ▲비만 ▲신경계문제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채식사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양이가 먹기에 너무 고탄수화물의 사료라는 것이다. 고양이가 고탄수화물사료를 섭취하면 혈당이 매우 빠르게 오르게 되며 이는 인슐린저항성을 일으켜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또한 고양이는 단백질에 비해 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탄수화물로 섭취한 잉여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되게 된다. 오히려 채식 기반 사료는 고양이를 비만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고탄수화물사료를 장기간 먹게 되면 단백질을 흡수하는 능력 자체가 저하되어 나중에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그 영양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육식을 함으로써 약산성으로 유지되던 소변의 pH가 알칼리로 변하면서 하부요로계 질환에도 취약하게 된다.

그 외에도 채식사료에는 여러 영양소의 결핍이 있다. 비타민 B군도 고양이의 요구량에 비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양이는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비타민 A도 부족하다. 비타민 D, 오메가 지방산, 아라키돈산 등과 같이 식물성 영양소만으로는 충분하게 공급하기 힘든 고양이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들도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부분들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원료들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식사가 과연 고양이에게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채식을 시키겠다는 것은, 초식 동물인 소에게 고기를 먹이겠다는 말과 같다. 사람은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고, 마침 사람은 먹이로서 식물과 동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동물군이기에 운 좋게도 한가지 선택지가 더 있을 뿐이다. 채식은 초식 동물이나, 고기를 굳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채식을 하다간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육식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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