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만과 거리 멀어도 ‘지방간’ 안심 못한다”
“술·비만과 거리 멀어도 ‘지방간’ 안심 못한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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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성 지방간, ‘복부지방’도 중요한 발병원인

보통 술, 비만 등과 거리가 멀면 간(肝)질환과도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특히 간질환 중에서도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고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흔히 술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환자가 더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지방간환자의 80%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5년 사이 환자수 역시 알코올성 지방간은 감소한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환자는 2015년 3만3463명에서 2019년 3만1283명으로 감소한 데 반해 비알코올성 지방간환자는 2015년 2만8368명에서 2019년 9만9619명으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 비알코올성 지방간환자가 1만6762명에서 5만8156명으로 약 3.47배 증가했으며 여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환자는 1만1606명에서 4만1460명으로 약 3.57배나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알려져 있지만 복부지방 역시 발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발생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복부지방이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만하지 않은 사람도 지방간?

그렇다면 술도 안 마시고 비만도 아닌 사람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왜 발생하는 걸까?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주원인이라고 알려졌지만 복부지방, 즉 내장지방이 지방간의 더 큰 원인이 돼 실제로는 그다지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방간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신체 다른 부위로부터 잉여의 지방이 간으로 많이 운반되는 것과 ▲장으로부터 운반돼 간으로 유입된 지방이 간 내 대사과정의 장애로 간에 많은 양의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체중이나 비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동양인의 정상체중 체질량지수 23kg/㎡ 이하, 서양인은 25kg/㎡ 이하를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10~30%를 차치하며 국내 연구에서도 유병률이 12.6%로 발표된 바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2007~2008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2017명을 4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내장지방량이 증가할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위험이 최대 2.2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염까지 발생하면 더 위험

한편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이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단순 지방간이지만 일부에서는 간세포가 괴사돼 염증이 동반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까지 발생하면 그중 10~15%에서는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연관질환으로 알려진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향후 심근경색이나 중풍 같은 순환기계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지방간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부 초음파검사 등으로 진단

하지만 지방간 역시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피로감, 전신 권태감, 오른쪽 상복부 불편감 등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또는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형준 교수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 이상소견을 보이면 지방간을 우선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며 “지방간은 복부 초음파검사로 지방에 간이 침착됐는지 살펴보면 쉽게 진단할 수 있는데 단순 지방간과 향후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는 지방간염의 감별을 위해서는 간조직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통한 체중감량이다. 단 급격한 체중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염을 부를 수 있어 적정 속도로 서서히 감량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원인질환 교정 필수

지방간을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 없다. 하지만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철저히 관리하면 지방간을 개선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개선을 통한 체중감량이다. 최소 자기 체중의 5%를 감량하면 간수치를 호전시킬 수 있으며 약 10%를 감량하면 지방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고지혈증 치료, 혈당조절 등을 병행해야한다.

단 급격한 체중감량은 금물이다. 금식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체중을 갑자기 많이 줄이면 내장지방에서 간으로 지방산이 이동해 오히려 급성 지방간염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간부전, 담석이 발생할 수 있다.

체중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0.5~1kg가 적당하다. 식사는 지방질의 섭취를 전체 열량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고기류, 유제품 같은 동물성식품에 많이 든 포화지방산의 섭취를 줄여야한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환자는 체중의 절대량 감소보다는 내장지방의 감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는 쌀밥, 떡, 빵 등의 섭취를 줄이고 고등어, 삼치 등 지방침착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식습관 개선과 더불어 30분간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하고 여기에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체중감량은 물론, 혈당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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