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도둑 ‘녹내장’…2030 청춘에게도 온다
시력도둑 ‘녹내장’…2030 청춘에게도 온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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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외상으로 방수유출로 막히면 ‘녹내장’ 발생
자각증상 없는 정상안압 녹내장, 정기검사 필수
젊을 때 녹내장 진단된 경우 가족력 점검도 필요
젊은 사람은 녹내장과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녹내장은 노화가 아닌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 연령에 관계없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녹내장은 대표적인 실명원인질환으로 꼽히지만 유독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각증상 없이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의 특성 탓일 수도 있지만 눈이 노화되거나 안압이 올라가야만 녹내장이 발생한다고 생각해 방심하고 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녹내장과 거리가 멀 것이라는 생각에 눈에 큰 이상이 없는 한 안과진료 자체를 소홀히 하게 된다. 하지만 녹내장은 노화 외 다른 원인으로 젊은층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눈 외상 후 녹내장 주의보 

특히 활동범위가 넓은 젊은층은 눈 주변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은 크게 전방각(홍채와 각막 사이에 위치한 조직)의 개폐여부에 따라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으로 나뉜다. 우리 눈은 적절한 압력이 유지돼야 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방수다.

정상적인 눈에서는 전방각 내 조직인 섬유주를 통해 매일 방수가 배출된다. 이렇게 방수가 잘 배출되면서 원활하게 순환해야 안압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눈 안에 영양분도 적절히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수 유출로가 막혀버리면 방수가 배출되지 못해 눈 내부의 압력, 즉 안압이 갑자기 올라가 녹내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폐쇄각녹내장’이다. 폐쇄각녹내장은 오심, 구토, 두통, 안통이 발생하거나 각막부종으로 인해 시력저하가 나타난다.

눈 외상으로 인한 녹내장의 발병기전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진은 외부 충격으로 홍채가 뒤로 밀리면서 전방각을 막아 방수 유출을 방해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안과병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유영철 교수는 “특히 눈 외상에 의한 녹내장은 전방각에 출혈이 발생해 방수유출로가 갑자기 막히는 폐쇄각전방각인 경우가 흔하다”며 “이때는 안압강하제 치료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수술까지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방각의 출혈이 흡수된 뒤에도 방수유출로인 섬유주가 손상되면 방수유출 흐름에 장애가 생기면서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부상을 당한 후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전방각후퇴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개방각녹내장에 준하는 치료를 해야한다. 개방각녹내장은 급성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서서히 진행되며 발생하더라도 자각증상이 없어 말기가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유영철 교수는 “당장은 아니지만 부상을 입은 후 몇 년이 지나고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며 “눈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을지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고 녹내장 발병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상안압녹내장은 많이 진행되기 전에는 시력도 정상이고 안압도 정상범위에 있기 때문에, 녹내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시력, 안압 검사뿐만 아니라 시신경의 구조와 기능을 보는 시신경 검사가 필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안압 정상이어도 안심 금물, 가족력도 영향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어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안압은 정상범위에 있지만 시신경이 비각역적으로 손상되는 것이다. 이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국내 녹내장환자의 70~80%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최근 시력교정수술을 위해 안저검사를 받는 젊은층이 늘면서 20~30대 젊은 녹내장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정기검진이 필수인데 특히 안저검사는 망막과 시신경에 병이 발생했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정상안압 녹내장은 병이 많이 진행되고 나서야 이상증상(시야가 좁아지거나 평소보다 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등)이 나타나 조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안저검사뿐 아니라 시신경의 구조와 기능을 보는 시신경검사도 필수로 받아야한다.

이미 정상안압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손상된 상태라면 이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진단 후 바로 치료를 시작하면 시신경이 손상되는 속도만은 늦출 수 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안과 신혜영 교수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치료는 정상안압 범위에서도 안압을 더 낮게 유지해 녹내장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본적으로 안약을 사용하는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젊은 나이에 녹내장이 진단된 경우는 유전적인 위험요인도 의심해봐야한다. 신혜영 교수는 “실제로 직계가족 중 녹내장환자가 있는 가족 구성원의 녹내장 발생률이 가족력이 없는 일반인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녹내장을 진단받았다면 직계가족에게 알리고 다른 가족도 녹내장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력이 확인되면 기저질환 등 다른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시신경검사를 꼭 받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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