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계속되는 설사…‘마그네슘’ 너무 많이 먹어서라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계속되는 설사…‘마그네슘’ 너무 많이 먹어서라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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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유산균제 좋은 거 있음 하나 권해주세요.”

김정남(가명) 님은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50대 남성입니다. 운동이나 식이조절도 적당히 하고 있으셔서 건강검진을 받으면 신체나이도 본 나이보다 적게 나오는 편이셨죠. 그런데 프로바이오틱스를 안 드시고 계셨다니 좀 의외였습니다.

“김정남 님, 프로바이오틱스 안 드시고 계셨어요?”

“네, 항상 변 상태도 좋고 소화도 잘 돼서 굳이 복용 안 했죠. 그런데 요즘 변이 자꾸 묽어지고 좋지 않아서 한번 복용해보려고요.”

“갑자기 변이 묽어졌나요? 항생제 등 다른 약을 드신 건 없어요?”

“병원에 가 봤는데 특별한 건 없더라고요.”

묻는 저나 대답하시는 김정남 님이나 난감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근래에 바꾼 영양제 등이 있지 않으세요? 영양제 많이 드시잖아요.”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 눈 떨림이 있어서 다른 약국에 갔는데 마그네슘 부족일 수 있다고 권해줘서 먹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칼슘제도 드시고 계시잖아요. 거기에도 마그네슘이 들어있을 텐데요? 그 제제들을 다 드시고 계신다면 지금 변 상태는 마그네슘을 너무 많이 복용하셔서 그럴 수 있어요. 일단, 칼슘제와 마그네슘 보충제를 중단해보세요.”

일주일 정도 지나 김정남 님이 다시 약국에 방문하셨습니다.

“약사님, 영양제 끊고 나니 변이 점점 굳어지더니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그래도 유산균제는 먹고 싶네요. 하나 권해주세요.”

“다행이네요. 칼슘제만 드셨을 땐 변비가 없으셨으니 둘 중 하나는 다시 드시기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마그네슘은 인체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미네랄입니다. 뼈에 약 60%, 근육에 30%, 나머지는 연조직 등 세포에 존재하며 세포 외액에도 존재합니다. 마그네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과 결합해 인산마그네슘을 이뤄 뼈와 치아에 주성분을 이루는 것입니다.

만일 체내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면 뼈에 있는 인산마그네슘이 혈중으로 녹아들게 됩니다. 이때 칼슘도 같이 녹아 나오기 때문에 뼈가 약해지며 세포기능도 떨어지죠. 마그네슘은 당이나 지방대사에도 관여해서 에너지 생성에 영향을 미치며 단백질 대사, 300여종의 효소 반응에도 관여합니다.

근육수축이나 자극 전달에도 관여합니다. 근경련은 대표적인 근육 수축 이상 상태인데 칼슘과 마그네슘 밸런스가 깨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쥐가 잘 나거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이 오면 마그네슘 부족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이승남 박사는 ‘착한 비타민 똑똑한 미네랄’에서 마그네슘을 ‘천연 안정제’라고 말했는데 이는 신경계, 근육계에 작용해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마그네슘이 여러 부분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마그네슘 보충제를 복용합니다. 하지만 마그네슘 보충제뿐 아니라 종합비타민제, 칼슘제, 활성비타민B군 제제 등에도 마그네슘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서 자칫 마그네슘 과잉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마그네슘을 과잉섭취하면 미쳐 흡수되지 않은 마그네슘이 장에 머물게 됩니다. 소장 내에 마그네슘 농도가 높아지면 강하게 물을 끌어당겨 수분이 많아지며 이로 인해 변 농도가 묽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삼투성 설사’라고 합니다. 변비약으로 유명한 마그밀은 수산화마그네슘으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변비를 개선시킵니다. 그럼 마그네슘을 어느 정도 복용해야 설사가 발생할까요?

마그밀은 수산화마그네슘 500mg으로 1정에 약 200mg의 마그네슘이 들어있습니다. 변비가 있을 때 1일 2정~4정 복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마그네슘 400mg부터는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의 의료건강포털 WebMD에서도 성인 남성 기준으로 마그네슘 안전 복용량을 400mg 이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으로 보이는데요. 보충제를 복용해서 이 양을 넘을 수 있을까요?

유명 영양제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종합영양제(센트룸포맨-화이자)와 칼슘제(케어칼디정-일동), 마그네슘제(마그네비정-한미약품)를 같이 복용한다고 했을 때 1일 용량을 보면 센트룸은 84mg, 케어칼디는 280mg, 마그네비는 400mg의 마그네슘이 들어있습니다. 1일 복용량은 764mg이나 됩니다.

WebMD에서 말하는 400mg 약 2배나 해당하는 양이네요. 여기에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채소류까지 다량으로 먹게 된다면 정말 많은 양의 마그네슘을 복용하게 되는 것이죠. 하루 이틀 정도 복용한다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계속 이렇게 복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케네스 등은 ‘The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만성 설사환자의 4.2%(359명중 15명)가 그 원인이 마그네슘과잉섭취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마그네슘 과잉섭취에 의해 설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남 님 역시 과도한 마그네슘 섭취로 인해 변 상태가 나빠진 경우지요. 이럴 때는 마그네슘 섭취를 적정량으로 조절하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마그네슘 과잉섭취는 설사 외에도 고(高)마그네슘혈증으로 인한 근력저하, 호흡마비, 의식장애, 심질환, 우울증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높은 농도의 마그네슘 섭취는 주의해야합니다. 마그네슘 혈중 농도는 이뇨제를 복용 중이라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마그네슘 복용 시에는 약물 상호 작용도 주의해야 합니다. 테트라사이클린이나 퀴놀론계 항생제, 골다공증약, 철분제, 아연보충제 등 미네랄 제제를 복용할 때 마그네슘 제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흡수를 방해해 약효가 떨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시간간격을 두고 복용해야합니다.

혈압약이나 근육이완제를 복용할 때는 마그네슘 복용으로 약효가 너무 강해져 저혈압이나 과도한 근육이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답니다.

몸에 좋을 것만 같았던 마그네슘 보충제도 같이 복용하는 다른 보충제나 약물들을 살피지 않는다면 몸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보충제를 구입하시거나 복용하실 때는 현재 복용 중인 다른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약사에게 알려서 성분이 겹치진 않는지, 별도로 주의해야 할 복용법이 있는지 꼭 조언을 얻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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