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누로 머리 감으면 왜 뻣뻣해지는 걸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누로 머리 감으면 왜 뻣뻣해지는 걸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6.07 13:4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아뿔싸! 샴푸가 떨어졌다. 궁여지책으로 비누로 열심히 머리를 감는다. 거품도 제법 나고 향도 은은하니 머리를 감긴 감았나 보다. 하지만 머리를 말린 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머릿결이 뻣뻣하다 못해 빗질도 안 된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비누는 인류를 구원한 최애(最愛)제품이 됐건만 왜 머리에는 통용되지 않는 걸까?

우리 머리카락은 80~90%의 단백질, 10~15%의 수분 외 멜라닌색소 및 지질, 미량원소로 구성된다. 이 중 단백질은 18~21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경섬유성 단백질이며 머리카락은 크게 큐티클과 피질, 수질로 구성된다.

머리카락의 가장 바깥층을 이루는 큐티클은 머리카락 사이의 마찰을 줄여 손상을 낮추고 머릿결을 보호한다. 큐티클은 모표피라고도 불리며 마치 물고기비늘모양으로 겹쳐있어 촘촘할수록 모발에 힘이 있고 윤기가 흐르며 건강하게 보인다. 하지만 큐티클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기능이 없어 평소 손상을 줄이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머리카락은 pH4.5~5.5 정도의 약산성인데 pH7을 중심으로 숫자가 낮으면 산성, 높을수록 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발관리를 할 때 큐티클층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깨끗이 세정해 약산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비누는 지방산나트륨염으로 구성돼 보통 pH8~9 정도의 알칼리성을 띤다. 기름과의 친화력이 높은 친유성기인 탄화수소, 물과의 친화력이 큰 친수성기인 카르복시기를 동시에 갖고 있어 계면활성제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머리카락 단백질이 알칼리성을 만나면 쉽게 분해돼 보호막(큐티클층)을 제거한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빳빳해지고 푸석거리며 결국 머릿결이 나빠진다. 이를 반복할수록 머리카락 손상이 가속화되며 회복도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약산성인 머리카락과 알칼리성인 비누가 만나 머리카락을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들어 빗질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비누로 머리를 감고 식초로 머리카락을 헹구면 모발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비누의 알칼리성 때문에 깨진 pH를 식초의 산성으로 중화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치 알칼리성 세안제로 세안한 후 바로 스킨을 발라 pH를 중성으로 되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부든 모발이든 pH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비누로 머리를 감을 경우 뻣뻣해짐과 함께 일명 ‘떡’이 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는 물속의 칼륨이온(Ca2+)이나 마그네슘(Mg2+) 등 미량의 금속이온과 비누의 지방산이 반응해 앙금, 즉 비누때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머리카락은 물론 두피에 잔류할 경우 일시적으로 모공을 막아 탈모를 촉진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꼭 유념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한주영 2020-06-25 06:27:11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