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태양계를 닮지 못한 산소…질병 일으키는 ‘활성산소’ 된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태양계를 닮지 못한 산소…질병 일으키는 ‘활성산소’ 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09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영화 맨인블랙(Men in black, 1997년)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는가. 지구 위 한 사람을 포커스로 해서 카메라 앵글이 멀어지더니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고 급기야 광활한 우주로 넘어간다. 결국 지구가 속한 ‘우리은하’는 하나의 구슬이 되면서 외계인들이 은하로 만들어진 구슬들로 구슬치기를 한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 직한 상상이 영화에 나온다.

우리는 학창시절 원자구조에 대해서 배웠다. 원자들의 중심에는 핵이 있고 그 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구름처럼 돌고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는 마치 태양계(원자)의 태양(핵)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행성들(전자)의 모양과 비슷하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학창시절 외운 적이 있는 태양계의 행성 이름들이다. 그런데 2006년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 명왕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도 하고 질량도 충분하지만 충분한 중력을 가지지 못 해 주변 천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유야 어쨌든지 결과적으로 태양계의 행성은 8개로 정리가 됐다.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은 마치 산소 원자구조와 비슷하다. 산소 또한 핵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는 8개의 전자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에서 전자가 돌고 있는 2개의 궤도 중 안쪽에는 2개, 바깥쪽에는 6개가 있다. 태양의 행성과 산소를 이루는 전자의 수가 8개로 같다.

가장 바깥쪽 궤도를 도는 전자의 수도 8개일 때가 가장 안정적이다. 그런데 6개밖에 없기 때문에 산소 2개가 서로 붙어서 전자 2개씩을 공유하게 된다. 산소가 항상 두 개로 짝이 돼 분자(O₂)로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보통 옥텟규칙이라고 한다. 옥텟(octet)은 팔중창이나 팔중주로 바로 ‘8’이다.

산소의 가장 바깥쪽 궤도를 도는 전자가 8개를 유지하지 못하고 간혹 한두 개가 부족해지기도 한다. 이때 산소는 불안정한 상태를 띠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활성산소라고 부른다. 불안정한 활성산소는 다시 다른 산소로부터 전자를 빼앗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안정을 찾지만 전자를 빼앗긴 산소는 새로운 활성산소가 된다. 이렇게 산소는 활성산소로 쉽게 변하기도 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사람이 산소를 소모하는 과정에서는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음식을 먹거나 호흡할 때도 우리 몸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과도한 활성산소는 산화 스트레스로 작용, 세포조직을 산화시켜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이 된다. 보통 항산화제라고 하는 것들은 활성산소에게 전자를 건네줘서 다시 8개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활성산소가 아니더라도 산소 자체도 물질들을 쉽게 산화시킨다. 쇠가 녹스는 것, 깎아놓은 사과나 바나나의 껍질 색이 검게 변하는 것도 모두 산화의 결과다. 산소를 만나지 않으면 산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과자봉지에 산소를 모두 제거한 상태로 질소만을 충전시켜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 산소는 21% 정도 포함돼 있는데 산소를 제거해서 과자의 보존력을 높이는 것이다.

태양계를 통해 산소를 떠올리는 것은 과장된 상상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산소)와 광활한 거시세계(태양계)는 우연찮게 많이 닮았다.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행성들의 수 또한 8개라는 사실도 단지 우연은 아닐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은 나름의 규칙을 갖고 움직인다. 만일 태양계에서 행성 하나가 사라진다면 태양과 행성들 사이의 중력에 변화가 생겨서 엄청난 재앙이 몰아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재앙들이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산소 속의 하찮아 보이는 전자 하나가 부족한 것 때문에 우리 몸이 병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활성산소가 전자를 찾아 헤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산소는 태양계를 닮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