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잠이 안 와요~ 수면제 한 알 더 먹어도 괜찮겠죠?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잠이 안 와요~ 수면제 한 알 더 먹어도 괜찮겠죠?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6.22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정희(가명)님은 정기적으로 스틸녹스정을 처방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몇 년간 2달에 한 번 28정을 처방받아 오셨는데 이번에는 한 달 만에 오셨어요. 처방조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제 복용기간이 짧아졌다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김정희 님, 오늘도 수면제 처방받으셨어요. 그런데 이번엔 좀 빨리 다녀오셨네요?”

“네, 그렇게 됐어요. 오늘도 28정 처방 나왔죠?”

“네, 역시 자기 직전 반 알 드시고 계시죠?”

김정희 님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 네. 이번에는 한 알 복용해도 잠이 안 오는 느낌이 있어서 두 알씩 먹기도 했어요.”

“역시 빨리 재방문하신 이유가 있었네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증상이 생기셨어요?”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두 알 먹으니 확실히 잠은 잘 오더라고요.”

“다음날 몽롱하거나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맞아요. 잠은 잤는데 잘 깨지 않아서 고생했어요.”

“수면제는 정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드시는 약이에요. 잠이 안 온다고 약을 드시면 안 됩니다. 더군다나 의사 지시 없이 복용량을 늘리면 안 돼요. 부작용 위험성과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저는 잠이 잘 안 오면 그냥 먹어도 되는 줄 알았어요.”

갈수록 잠 못 드는 대한민국입니다. 삶을 즐기기 위해 잠을 덜 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잠을 자고 싶어도 삶이 퍽퍽해서 못 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만성화돼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이 있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잠을 이루지 못해 병원 진료를 본 환자는 무려 56만8067명이나 됩니다. 환자가 많은 만큼 약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수면제 대표 약물 졸피뎀은 2018년 8월부터 1년 동안 무려 1억3800만정이 사용됐습니다. 사용한 인원이 178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3.4%에 속하며 29명 중 1명은 졸피뎀을 복용했다고 하네요(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실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졸피뎀은 초단시간 수면제입니다. 복용 후 신속하게 흡수돼서 빠르면 10분 내, 늦어도 30분 내 효과가 나타납니다. 주로 잠들기 어렵거나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운 사람에게 처방됩니다.

졸피뎀은 대뇌를 진정시키는 효과로 수면을 유도합니다. 지속시간이 7시간 정도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도 잠이 덜 깬 느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어 다른 수면제보다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졸피뎀 복용 후 4시간 정도밖에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복용하면 안 됩니다. 약물로 인한 뇌 진정효과가 유지돼 기억상실, 몽유병 행동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면제약효가 지속돼 운전 시 사고가 나거나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졸피뎀 복용 후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 들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졸피뎀은 단기간 사용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기간이라고 하면 보통 1~2일 정도, 최대 4주(28일) 이내를 말합니다. 이 이상 복용하게 되면 금단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 전문가들은 수면제, 특히 졸피뎀 복용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냥 잠이 안 오는 정도에서 복용하지 말고 진짜 날을 샐 것 같을 때 복용하라는 것이죠. 짧은 기간 복용해서 잠을 잘 자더라도 졸피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졸피뎀 용량도 꼭 알아둬야 합니다. 졸피뎀은 증상에 따라 복용량은 달라지지만 보통 5mg(반 알)부터 복용하기 시작해 10mg(한 알)까지 증량합니다. 단 한 알을 복용해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2알을 복용하면 안 됩니다. 부작용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임상적보고가 좀 갈리기는 하지만 졸피뎀도 내성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실제로 약국 현장에서는 이런 호소를 하는 환자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 알 또는 반 알 드시다가 잠이 잘 안 와서 용량을 늘린다는 것이죠.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 악마의 속삭임 편]에서 졸피뎀을 집중 조명한 적이 있었는데 한 번에 다량을 넘게 복용해 문제가 된 실제 사례가 나와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었죠.

김정희 님은 오랜 기간 간헐적으로 복용했던 졸피뎀이 잘 듣지 않는 느낌 때문에 임의로 용량을 늘려 복용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아무리 내성이 생겨 수면제가 잘 듣지 않아도 임의으로 용량을 늘리면 절대 안 됩니다. 약이 잘 듣지 않는 원인을 의사 진료를 통해 찾아내야 합니다.

간혹 갱년기 등의 증상으로 불면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처방이 아닌 갱년기보조 요법인 일반의약품을 드시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세인트존스워트(훼라민큐, 노이로민 등)나 길초근(노이로민 등) 함유 제품은 졸피뎀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해야합니다. 이런 성분들은 일반의약품 뿐 아니라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에도 함유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졸피뎀의 효과가 갑자기 떨어진 것 같다면 복용하는 다른 제제들도 확인해야합니다.

잠이 잘 안 올 때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잠 때문이 아니더라도 술자리는 많이 있죠. 만약 술을 드신다면 수면제는 절대 복용하면 안 됩니다. 알코올로 졸피뎀의 진정효과가 너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졸피뎀으로 인한 다양한 사건 사고는 거의 대부분 알코올과 관계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졸피뎀은 간에서 대사됩니다. 간 대사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효과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결핵약이나 항생제 등을 처방받으실 때는 약사에게 수면제 복용 사실을 꼭 말씀해 주시고 해당 약물과 상호작용이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수면제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겠죠. 하지만 또 수면제가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파라켈수스는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라 했습니다. 어떤 약이라도 잘 쓰면 약이요. 잘 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죠. 수면제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사용해야 불면증이 치료됩니다. 약을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보다는 남용, 오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