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식중독 잡는다는 매실, 잘못 먹으면 식중독 걸린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식중독 잡는다는 매실, 잘못 먹으면 식중독 걸린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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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매실을 이용해서 청을 만드는 분들이 많다. 매실은 과거부터 약으로 사용해왔고 매실청뿐 아니라 매실장아찌로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식중독을 예방한다는 매실을 잘못 먹으면 오히려 복통, 설사를 유발한다. 심지어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모두 알다시피 청매실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이 있다. 아미그달린은 청매실 말도고 청살구씨나 은행에도 많다. 심지어 사과씨에도 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씨앗에 들어있는 성분인데 특히 청매실에 많다.

아미그달린은 시안배당체(시안화합물)로 소화기에서 소화액을 만나면 청산가스(시안화수소)가 만들어지면서 독성을 띤다. 소량에서는 복통, 구토, 설사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고용량에서는 중추신경계 이상과 함께 마비증상이 생길 수 있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청매실은 섭취 시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문제는 청매실로 담근 지 얼마 안 된 매실청에는 많은 양의 아미그달린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보통 3개월 정도 숙성해서 먹는데 3개월 정도 상태에서도 아미그달린이 상당량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3개월째의 매실청을 먹은 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은 조금씩 희석해서 먹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이나 임신부, 노인은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이라도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복통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매실청의 아미그달린은 1개월째 최고 농도였다가 3개월째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다 숙성되면서 점차 줄어 1년 정도 지나면 안전한 수준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매실청을 먹는다면 지난해 담근 것을 섭취하고 올해 섭취하는 것은 1년이 지난 후 먹는 것이 안전하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매실에 포함된 유기산 등 다양한 저분자 수용성 영양성분이 모두 녹아날 수 있는 시간이다. 만일 3개월째에 급히 먹고자 한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아미그달린은 열에 약하고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매실을 모두 건진 후 매실청 액을 한 번 후루룩 하고 끓여서 식힌 다음 보관해놓고 먹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아미그달린 독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 건져낸 청매실은 버리지 말고 매실장아찌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이미 청매실 속의 아미그달린은 청 속에 모두 녹아났기 때문에 걱정 없이 장아찌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사실 이 상태의 청매실 속에는 비타민 성분, 카로티노이드 성분, 유기산 성분 이외의 다양한 고분자 생리활성 물질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아예 청매실로 매실장아찌를 만드는 경우다. 인터넷에 보면 청매실로 장아찌를 만들어 놓고 2~3주 만에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이때의 청매실이나 장아찌에서 녹아난 액에는 상당량의 아미그달린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매실로 안전하게 매실장아찌를 만들고자 한다면 청매실을 10분 정도 증기로 쪄내거나 삶아낸 후 장아찌로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미그달린은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은행을 구워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찌거나 삶아낸 청매실은 아삭거리는 식감은 줄겠지만 최소한 아미그달린으로 인한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부터 청매실을 약으로 만들어서 사용한 오매(烏梅)는 바로 불에 구워서 만들었다. 오매는 매실을 불에 구워서 검게 만든 것을 말한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만들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을 가하는 동안 아미그달린의 독성은 모두 제거될 것이다.

청매실이나 덜 익은 매실은 아예 맛도 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맛이 시고 떫어서 먹을 수도 없다. 매실은 노랗게 익은 황매실로 먹으면 맛도 좋고 독성도 없어서 안전하다. 올해는 황매실로 청을 한번 만들어 보기 바란다. 색은 더 노랗고 맛은 더 맛있고 건강에는 더 좋을 것이다. 식중독을 예방한다는 매실. 잘못 먹으면 식중독 걸린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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