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 눈 건강증진 효능 입증 안돼
과다복용땐 오히려 시력 해쳐
루테인은 우리 망막 속 황반에 농축돼 있다. 루테인은 카로티노이드의 한 성분으로 비타민A를 생성하는 노란 또는 붉은빛색소다. 식물은 스스로 루테인을 합성할 수 있지만 인체는 자가 합성이 어려워 식품을 통해 보충해야한다.
문제는 시장에 쏟아지는 다양한 루테인제품들이 하나같이 눈 건강에 특효약인 것처럼 광고하면서 무차별적으로 소비자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루테인=안구건강특효약’이라는 잘못된 공식이 일반화되면서 루테인시장규모는 매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루테인시장 규모는 1586억원으로 2016년 637억원에 비해 148.5% 성장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테인이 ‘눈 영양제’ 또는 ‘눈 특효약’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바꿔야한다.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루테인을 먹어도 눈 건강증진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과다섭취 시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루테인은 ‘중등도이상의 황반변성 진행억제효과’만 있을 뿐 눈 건강증진효과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는 “루테인에 대한 역학적 연구결과 노화로 인한 중등도이상의 황반변성 진행억제효과는 증명됐지만 다른 어떤 효과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건강한 사람이나 다른 안과질환자, 초기 황반변성환자에게는 권유하지 않으며 중등도이상의 황반변성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루테인의 진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가장 널리 인용되는 다기관연구인 아레즈(AREDS)2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레즈2 연구는 선행연구인 아레즈연구에서 황반변성 진행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구성성분(AREDS formula :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아연, 구리) 외에 새롭게 루테인, 제아잔틴, 오메가-3지방산이 추가된 연구로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이나 백내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 연구결과 추가된 새로운 성분은 부가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 흡연력이 있는 환자에서 폐암위험도를 높이는 베타카로틴성분을 제외하고 루테인, 제아잔틴으로 대체한 경우 황반변성 진행억제효과가 동일하게 유지됐다. 또 루테인복용량이 많은 군은 적은 군보다 상대적으로 백내장 진행억제효과가 있다고 보고됐지만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레즈2 연구결과는 루테인이 중등도이상의 황반변성환자를 제외한 정상인의 안구건강을 개선하거나 유지해준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한다. 즉 지금까지 루테인제품제조사들이 주장해온 것처럼 정상인에게 필요한 눈 영양제나 눈 특효약이 아니라 ‘중등도이상의 황반변성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유리 교수는 “루테인은 망막 황반부에 주로 분포하는 항산화물질이다 보니 따로 복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시력개선효과는 그 근거가 부족하다”며 “다른 눈 질환에 대해서는 효과가 아직 증명되지 않아 복용 시 반드시 전문의 진단이 우선돼야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황반변성은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데도 루테인제품제조사들이 각종 창구를 통해 20~30대의 루테인복용을 권장하는 행태도 큰 문제다. 심지어 루테인 과잉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조사들은 여전히 판매우선주의를 고수한다.
미국 유타주립대학병원의 모란안과가 진행한 연구에서 한 60대 여성이 8년간 루테인 20mg을 꾸준히 복용한 결과 녹내장과 황반변성결정체가 나타났다. 이는 루테인을 일일권장량인 10mg 이상 꾸준히 복용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적절한 루테인복용은 우리 몸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인은 루테인제품을 굳이 복용할 필요가 없다. 최근 제조사들이 루테인제품에 제아잔틴, 베타카로틴, 아연, 구리, 비타민E 등을 추가하고 있지만 이는 균형 잡힌 식단만으로 충분히 섭취 가능한 수준이다. 정 루테인을 복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안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