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기름지고 민감한 피부타입 위한 ‘모공’ 관리법 ②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기름지고 민감한 피부타입 위한 ‘모공’ 관리법 ②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25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길었던 지난 12주간의 칼럼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건강한 피부가 아름답다’는 주제였다. 이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모공치료를 받으러 오는 민감성피부 환자들이었다.

모공은 대부분이 살아있는 역동적인 조직이다 보니 내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부분도 크다. 모공의 크기가 피지 분비량과 일광변성에 비례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보통 민감성피부 환자들은 피부가 번들거리면서 붉은 경우가 흔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염증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피지 분비량은 더 증가돼 있다. 따라서 모공치료는 피지, 흉터, 염증 세 가지가 같이 해결돼야 호전됐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주에는 민감성피부 환자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모공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오늘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치료, 즉 항염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항염(抗炎)을 하려면 일광, 열, 한랭, 화학적 자극 등 염증 유발인자를 피해야한다. 고열을 주는 기계나 향기 좋고 자극적인 화학 박피 등으로 항염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름지고 민감한 피부에서 흔히 생기는 주사피부염(얼굴 주변, 특히 코나 뺨이 붉고 화끈거리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에 초음파치료를 하면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얘기들도 있고 최근 하이퍼럭스 등의 이중주파수초음파(dual frequency ultrasound) 기계로 주사를 가라앉힐 수 있음을 증명한 논문이 출간되기도 했다.

또 주사피부염환자는 글루타치온 관련 효소 문제로 산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항산화제나 항염제들을 초음파로 침투(초음파영동 sonophoresis)시키면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주파수초음파 기계들은 초음파영동에서도 더 우월하기에 항산화, 항염효과는 더 커진다. 위와 동일 논문에서 홍조가 호전되는 것과 피부장벽이 호전되는 두 가지를 증명했는데 그 말은 주사피부염환자는 피부장벽이 망가져 있고 이는 피부장벽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창해 보이지만 보통 무향의 자극적이지 않고 약간의 열감만 동반하는 치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민감성을 가라앉히기만 하면 모공이 다 해결될까? 그렇지는 않다.

그 다음으로는 피지분비량 자체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전까지 확실하게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던 식이가 여드름에 끼치는 영향이 2010년 서울대피부과 논문을 통해 밝혀지면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nsulin like growth factor)가 피지분비를 조절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즉 당지수 (glycemic index)가 높은 고탄수화물 음식들은 혈당을 빨리 올려 피지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 피지분비 때문에 식이조절을 하려고 하면 보통 고단백질, 저탄수화물 식단을 알려준다.

물론 혈당의 증가는 들어오고 나가는 양과 관련 있어 기초대사량 증가를 위해 심하지 않은 운동을 하라는 조언도 종종 한다. 심한 운동은 주사를 악화시킨다고 알려졌고 발한은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에 운동은 강도가 세지 않은 것 위주로 할 것을 권장한다. 어느 정도 땀이 나서 일시적으로 여드름이 악화될 수는 있지만 기초대사량 증가가 도리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어 필자도 운동을 권하는 편이다.

이밖에 화장품도 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분기 많은 재생크림, 아이크림, 클렌징오일 등의 화장품은 피지가 나가는 길을 막고 마찰이 심한 클렌징은 털을 자극, 털에 붙어있는 피지샘도 같이 자극받아 염증뿐 아니라 피지분비도 증가시킨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개선했는데도 피지분비량이 증가돼 있으면 로아큐탄으로 대표되는 레티노이드 약 복용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레티노이드의 부작용들이 회자되고 있고 최근 오리지날약인 로아큐탄이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피지조절제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 경우 차선책으로 선택해볼 수 있는 것이 물리적으로 피지샘을 타깃팅해보는 치료들이다. 이 또한 선택적인 치료와 비선택적인 치료로 나뉜다.

먼저 선택성을 가지는 치료는 레이저들이다. 레이저는 한 가지 색(단일파장)의 빛을 조사해 타깃을 만나면 열이나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만드는 기계다.

문제는 여드름을 짜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피지샘은 색이 없다. 즉 피지샘이라는 조직은 멜라닌이나 헤모글로빈 같은 발색단(레이저의 타겟)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선택적으로 레이저로 타깃하는 것이 어렵다. 물론 피지샘의 물과 기름 성분을 타깃팅하는 레이저도 있지만 선택성이 높지는 않다.

따라서 흔히 발색단이 없는 조직을 발색단으로 만들어서 레이저에 효과를 내게 하는 광역동치료를 하게 된다. 광역동치료의 원래 개념은 광감작제를 표적세포에 축적시킨 후 특정파장의 광선을 조사해 활성산소로 표적세포를 파괴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 후 일광노출을 피해야하고 활성산소에 의한 정상조직 손상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면서 ▲활성산소를 덜 내는 약물들을 이용한 광역동치료(ICG, Gold PTT 등)와 ▲일광자체를 광원으로 사용해서 광감작제를 도포하고 일광을 보는 치료(day light PDT) 이렇게 크게 두 줄기로 발전돼 가고 있다. 이는 필자가 재작년 학회에 보고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선택적인 광역동치료 외에도 고주파 등으로 피지샘 및 진피층에 에너지를 줘서 타이트닝을 시키면서 피지분비량을 같이 줄이는 비선택적인 치료법도 있다.

피지분비량이 줄면 모공이 줄어드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다 줄어들지는 않는다. 일광 및 다른 요인들에 의해 이미 변성돼 버린 흉터성 모공은 남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러 흉터 치료들이 모공 치료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닥 성공적이지 못하다. 자극이 많이 되는 고에너지의 흉터레이저들은 염증이 유발될 수밖에 없어 모공환자가 원래 갖고 있는 민감성을 악화시키고 이 때문에 다시 피지분비가 증가하고 모공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마침 자극이 적은 흉터레이저들이 필요한 시점에서 최근 피코초(picosecond) 레이저를 분획(fractional)으로 나눈 피코프락셀로 불리는 치료들이 등장, 기존 치료들보다 좀 덜 불편하게 흉터성 모공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지난주부터 두 차례 걸쳐 민감성피부를 위한 모공관리법에 대해 얘기했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치료는 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 상태에서 받으면 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피부 미용치료 역시 내 피부를 건강하게 가꿔놓은 후에야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