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유전자맞춤화장품’ 과학인가? 상술인가?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유전자맞춤화장품’ 과학인가? 상술인가?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6.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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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맞춤형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상태나 취향에 맞춰 원료를 배합한 화장품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 유전자검사를 더한 ‘유전자맞춤화장품’이 등장했다.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미래 피부상태를 예측하고 피부문제를 최소화하는 개인맞춤형화장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피부분석장비나, 설문지, 육안판독 등을 통해 피부타입을 파악했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전자분석이라는 최첨단과학기술을 동원한 것이다.

유전자분석을 통해 내 피부에 최적화된 나만의 화장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과학을 뛰어넘어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걸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2016년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혈압, 혈당 등을 중심으로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탈모 등 12개 항목과 관련된 46개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바로 여기에 착안해 유전자맞춤화장품이 탄생한 것이다.

소비자가 유전자검사업체에서 제공한 키트에 들어있는 면봉으로 구강상피세포(DNA샘플)를 채취한 뒤 분석연구소로 보내면 DNA샘플에서 피부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유전자맞춤형 화장품업체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맞춤화장품이라고 하면 현재 내 피부에 딱 맞는 화장품을 생각한다. 하지만 유전자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금의 피부상태가 아니라 예측되는 피부정보일 뿐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 특정유전자가 색소침착, 주름, 건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지 적은지 숫자로만 표현할 뿐 현재 내 피부상태가 거친지 부드러운지 색소침착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인의 HSPA12A유전자에 변이타입이 있는 경우 기미가 20% 더 잘 생긴다는 연구가 있었다. 유전자분석 이후 이들에게 화장품업체가 권유하는 화장품은 어떤 걸까? 결국 미백성분인 ‘나이아신아마이드’나 ‘렉틴’이 함유된 화장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미백화장품과 뭐가 다른가. 결국 소비자는 색소침착이 우려되면 미백화장품을, 주름이 우려되면 주름개선화장품을 사용했던 지금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다국적 유전자화장품회사인 ‘알리어(Allél)’의 제품을 사용해본 쌍둥이의 기사를 보면 본인의 자세한 피부정보는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그 화장품은 기대한 만큼 피부개선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또 심한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소비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상실험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다.

화장품은 화장품일 뿐이다. 화장품은 피부질환이나 상처 등을 치료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유전자검사라는 과학이 주는 신뢰감을 이용한 마케팅용어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화장품솔루션을 제공해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전자로 보는 피부진단’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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