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루테인제제, 정상인 눈 건강·황반변성 예방에 도움 안 돼
[특별기고] 루테인제제, 정상인 눈 건강·황반변성 예방에 도움 안 돼
  •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0.06.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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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 IT회사에서 일하는 김 씨(40, 남)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것이 일상이다. 퇴근 후에도 SNS와 유튜브 등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그런데 최근 노안이 시작됐는지 눈이 침침해서 사물이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TV 광고에서 루테인제제가 눈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구매했다. 복용 후 증상이 좀 완화되는 것 같아 친구에게 권유하고 부모님께도 명절선물로 드리고 있다. 이왕이면 어려서부터 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근시가 있는 어린 조카들에게까지 권유했다.

필자는 주변 친지들의 추천이나 광고로 인해 이미 루테인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눈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진 탓이다. 과연 루테인제제를 매일 복용하면 눈 건강을 유지하고 성인실명을 일으킨다는 연령관련 황반변성(노화로 인한 노인성 황반변성의 정식명칭)도 예방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전 먼저 루테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루테인은 식물색소인 잔토필의 일종으로 자연발생하는 600여종의 카로티노이드 중 하나다. 카로티노이드는 식물의 광합성을 돕고 자외선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다. 그런데 왜 식물성색소의 일종인 루테인이 사람의 눈에 좋다는 것일까?

바로 우리 눈의 구조에 정답이 있다. 흔히 중심시력을 형성하는(또는 물체의 초점이 정확히 맺히는) 망막의 가장 중요한 부위가 황반(macular lutea)부위다. 황반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노란 점이다. 황반에는 자외선, 청색광 등 외부유해광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황색색소가 다량 분포하는데 이 색소의 주성분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다.

즉 눈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황반이고 이를 보호하는 색소의 주성분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기 때문에 루테인제제를 먹으면 눈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추론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눈 건강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최소 100여종 이상의 루테인제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성인은 물론 심지어 유아와 청소년들까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루테인제제는 정말 눈 건강유지에 필수적일까. 루테인의 일일권장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도 정하지 않았다. 단 안전을 위해 하루 20mg 이하만 섭취하라고 권장할 뿐이다. 즉 루테인은 식약처에서 필수영양소로 인정하는 성분이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주도로 시행된 ‘연령관련 황반변성환자에서 항산화비타민제제’(매우 높은 농도의 비타민제제로 루테인이 10mg 포함됨)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의 연령관련 황반변성환자가 항산화비타민제를 복용하면 말기 황반변성으로의 진행속도가 줄었다. 이를 근거로 중등도 이상의 연령관련 황반변성환자에게는 루테인이 포함된 항산화비타민제를 매일 복용하라고 권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세 이상 성인의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유병률은 6.6%였다. 40세 이상 성인의 약 93%는 황반변성이 없다는 뜻이다. 즉 눈 검사 없이 40세 이상 성인이 루테인제제를 복용할 경우 90% 이상은 전혀 필요 없는 약물을 먹고 있는 셈이다. 연령관련 황반변성 등의 질병이 없는 정상인의 경우 현재까지 그 어떤 약도 눈 건강유지나 눈의 노화예방 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을 예방하거나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바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눈 질환이 없는 정상인은 눈 건강유지나 노안방지, 황반변성예방을 위해 루테인제제를 굳이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눈 건강을 유지해야할까.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나 식품을 먹기 전 우선 눈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부터 고쳐야한다.

첫째, 금연하자. 흡연은 눈 질환, 특히 황반부질환에 좋지 않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하자. 눈 질환은 물론 모든 질환예방에 효과적이다. 셋째, 녹황색 채소와 생선류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자. 넷째, 50세 이상은 증상이 없어도 안과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자. 안질환은 일찍 발견하면 그만큼 눈 건강과 시력보전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활수칙을 모두 실천하고도 굳이 루테인제제를 복용하겠다면 효과가 불분명한 일종의 비타민제재로 생각하고 드시기 바란다.

필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50대 중반의 안과 전문의다. 40대 초반에 노안이 와 다초점안경을 10년 이상 쓰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황반변성 없는 건강한 눈을 유지하고 있다. 일찌감치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채소가 풍부한 식단을 먹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아직까지 다른 비타민이나 루테인제제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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