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동반하는 ‘헌팅턴’, 숨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 필요
우울감 동반하는 ‘헌팅턴’, 숨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 필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6.30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팅턴병은 4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 ‘헌팅틴(Huntingtin)’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50%의 확률로 자손에게 유전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헌팅턴병은 4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 ‘헌팅틴(Huntingtin)’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50%의 확률로 자손에게 유전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폭력(暴力)’은 신체적인 손상을 가져오고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물리적인 강제력을 뜻한다. 하지만 폭력에는 물리적 강제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심코 던진 시선, 말 등 비(非)물리적인 행동 역시 남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유전병 역시 마찬가지다. 질환 자체로도 사람을 힘겹게 만들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질환을 대물림했다는 죄의식과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들은 단지 아픈 사람인데 우리의 시선으로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박아버린 셈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유전병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던지는 낙인을 걷고 그들이 힘겨운 투병기간 속에서 밝은 웃음을 짓게 만들어야 한다.

■4번 염색체 돌연변이로 탄생한 ‘헌팅턴’

유전병 중 하나인 헌팅턴병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과 같은 퇴행성신경질환중 하나다.

헌팅턴병은 전 세계 유병률이 0.005~0.1%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헌팅턴병환자는 지난해 기준 286명이지만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헌팅턴병은 4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 ‘헌팅틴(Huntingtin)’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50%의 확률로 자손에게 유전된다. 만일 유전인자를 물려받지 않았다면 병을 앓지 않지만 유전인자를 물려받았다면 언젠가 발현되는 질환이 바로 헌팅턴병이다.

헌팅턴병은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성인기에 주로 발병한다. 문제는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는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하지만 성인기 헌팅턴병은 발병 후 사망까지 15~25년이 걸린다. 즉 환자는 스스로를 돌보거나 가정의 작은 일 등을 도울만한 능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세 이전에 발병하는 유년기 헌팅턴(juvenile HD)은 병이 빠르게 진행된다. 보통 어린 환자들은 ▲몸이 굳고 ▲근긴장 이상 ▲활동저하를 동반하는데 마치 몸을 심하게 떠는 것이 간질 증상과 유사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 퇴행성뇌질환센터 김윤중 센터장(신경과 교수)은 “헌팅턴병의 원인유전자인 헌팅틴 유전자에는 글루타민(glutamine, Q)을 코딩하는 CAG 삼염기핵산의 반복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루타민 반복수 역시 증가한다”며 “증가된 글루타민은 단백질의 구조를 바꾸고 헌팅틴 단백이 독성을 갖게 되면서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질환이 바로 헌팅턴병이다”고 설명했다.

■감추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

헌팅턴병은 ▲운동장애 ▲인지장애 ▲감정장애 3가지 증상이 발생한다. 헌팅턴병 초기에는 초조, 불안정한 행동장애, 공격성, 우울증과 같은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인지장애가 발생해 의사결정, 집중력, 기억력저하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헌팅턴병은 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무도증’이 주된 증상이다. 무도증은 원치 않아도 손이나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증상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이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방문한다.

헌팅턴병 진단은 증상 및 가족력 조사를 진행하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헌팅턴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각 증상에 맞춘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가령 운동기능을 감소시키는 무도증의 경우 신경정신물질 도파민, 글루타메이트의 전달과 상호작용 및 수용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테트라베나진 ▲할로페리돌 ▲듀테트라베나진 등의 치료제를 사용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경우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 약물이 사용된다.

약물치료뿐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헌팅턴병이 악화하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돼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환자는 물론 가족과 지인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과 함께 이해와 관심을 갖고 환자가 투병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윤중 교수는 “헌팅턴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증상이 서서히 악화하는 질환인 만큼 환자는 질환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한다”며 “주변 사람들 역시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