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성심병원, 국내 최초 코로나19 중증환자 ‘폐이식’ 성공
한림대성심병원, 국내 최초 코로나19 중증환자 ‘폐이식’ 성공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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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센터의 협진, 신속한 대응시스템 빛 발해
“코로나19 정복 및 장기이식수술 활성화 앞장설 것”

한림대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중증환자 폐이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림대성심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현재 자발적으로 호흡하고 스스로 식사도 할 만큼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현미경을 통해 본 폐 사진.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코로나19환자.

■호흡 불안 지속에크모 치료 시작

이번에 폐를 이식받은 환자는 50대 여성환자로 지난 2월 29일 코로나19 중증환자로 한림대성심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환자는 전원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환자는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이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과 에이즈환자에 사용하는 칼레트라를 사용했고 항염증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팀은 3월 1일 환자에게 에크모 장착을 결정했다.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중환자의 심폐 기능을 보조해 생명을 유지해주는 장치다.

코로나19환자의 폐 사진 단면

■빠른 속도로 폐 딱딱해져폐이식 결정

환자는 에크모를 달고 의료진에게 계속 치료를 받았다. 3월 초 한 번의 코로나19 양성반응 이후 격리 2개월 만에 코로나19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러스만 사라졌을 뿐 폐 상태는 나빠졌다는 것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환자는 폐에 광범위한 침윤소견과 폐섬유화 속도가 상당히 빨랐으며 폐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사망위험이 높았다. 결국 의료진은 폐이식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 에크모치료를 유지한 채 폐 공여자를 기다리기로 했다.

공여자가 나타나 폐이식 수술은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21일 새벽 2시까지 진행됐다. 환자는 3월 1일부터 이식하기 전날인 6월 20일까지 무려 112일간 에크모 치료를 받아야했다. 이는 코로나19환자 중 세계 최장기간 에크모 착용기록이다.

■고난이도 수술 폐이식, 성공비결은?

다행히 수술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선제적으로 시행한 에크모치료뿐 아니라 의료진이 에크모 장착기간 감염, 출혈, 혈전증 등 여러 합병증을 막고 환자의 식이요법과 체력저하를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집중치료를 시행해온 것이 수술 성패를 좌우했다고 전했다.

에크모센터장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중 국내에서 최고의 중증치료 사례였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건강한 폐와 다르게 크기도 작게 수축됐고 마치 돌덩이처럼 폐가 딱딱한 느낌이었다”며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 폐이식까지 갈 수 있으니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심한 식이와 체력관리도 큰 원동력이 됐다고. 에크모치료를 오랫동안 받은 환자는 장기간 침상생활로 근육위축이 올 수 있어 주기적으로 근육운동을 해야한다.

이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폐이식을 결정한 순간부터 환자에게 폐활량 및 호흡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호흡근 운동(inspirometer)과 팔다리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앉거나 걷는 보행 연습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또 환자의 건강한 전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성분이 고르게 합류된 균형 있는 식이섭취를 적극적으로 하게 했다.

폐이식을 받은 코로나19 환자가 호흡근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환자는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 식사를 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재활운동을 통해 하지근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회복 중인 환자는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며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도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폐이식 이후 숨이 잘 쉬어지니까 수술이 잘 됐다고 느꼈다”며 “내게 폐를 공여해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허리에 파스 붙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던 간호사님과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에크모센터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박성훈 교수는 “폐는 숨 쉴 때마다 공기에 노출되는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장기로 감염에 취약해 이식환자 중 30~50%는 1년 안에 금성거부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아직 환자에게 급성거부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급성거부반응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하고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에크모센터 중 최고 시스템 보유

2015년 3월 첫발을 내디딘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각 분야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현재 흉부외과 김형수 센터장을 중심으로 중환자의학 박성훈 교수, 순환기내과 한상진·김현숙 교수, 응급의학과 하상욱 교수,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 신경과 유경호·오미선 교수, 외과중환자실 이순희 수간호사 등이 팀을 이뤄 중증심폐부전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에크모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최신 장비와 신속한 대응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에크모센터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에크모 장비인 PLS 시스템 7대와 EBS 시스템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중환자실 환자 감시시스템, 지속적 정정맥 혈액투석기, 최신 초음파 장비 등이 있다.

또 응급의학센터 내 하이브리드수술실을 갖춰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혈관조영술은 물론, 에크모를 장착하는 등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들도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신속하고 안전하게 에크모 치료가 가능하다.

일명 움직이는 중환자실로 불리는 ‘중환자 전용 구급차(Hallym Mobile ICU)’도 운영 중이다. 이는 중환자가 에크모를 장착하고 생명 유지 및 회복 치료를 지속하면서 병원 등 장소를 옮길 수 있고 증상 발생 후 30분 이내에 진단·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중증 응급환자 전용 이송체계다.

■“에크모 거점병원으로 제2 도약 이룰 것”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에서는 지난해 1년간 1일 평균 4대의 에크모가 중증환자의 심장과 폐를 대신했으며 급성호흡부전 환자들에서는 폐보조 에크모를 적용해 68%의 환자가 생존했고 외상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 생존률에서는 94%를 보였다.

김형수 에크모센터장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중환자 분야의 발전을 위해 최신의 장비로 최상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더 중요한 점은 환자의 생명 앞에서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고 여러 교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를 살리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넓게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림대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이번 폐이식 성공은 우리나라 중증환자 치료가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했다”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이번 코로나19환자 폐이식수술 성공을 기점으로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장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계적보조장치 및 심장·폐이식센터’로 도약, 심장이식과 폐이식 등의 장기이식수술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ECMO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점 병원으로 도약해 중증환자 치료의 질적 향상을 이루고 다년간 축적된 연구결과로 다가올 ‘인공장기이식술’ 시대의 서막을 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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