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와 스테로이드, 그들의 관계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와 스테로이드, 그들의 관계는?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7.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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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치료 시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는 고양이질환은 많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처방에 앞서 보호자 상담 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선생님 지금 꼭 스테로이드를 써야하나요? ▲좀더 지켜보면 안되나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스테로이드 위해반응이 많다는데 우리 아이 괜찮을까요? 등등. 스테로이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보호자들이 많다.

이번 칼럼에서 이러한 궁금증들을 하나하나 풀어보자.

그럼 먼저 ‘스테로이드’에 관해 알아보자. 스테로이드는 지질(lipid) 중 하나로 4개의 탄소고리가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지방도 지질에 포함된다. 스테로이드에는 테스토스테론, 안드로겐,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과 코르티솔, 알도스테론과 같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가 있다.

이 많은 스테로이드 중 이번 칼럼의 주제인 ‘스테로이드 약물’은 대부분 코르티솔 계통의 약물로 생체 내 면역 반응, 에너지 대사 등에 관여한다. 고양이에서 처방되는 대표적인 합성코르티솔제제는 프레드니솔론이다. 이 약물은 ▲부종완화 ▲항염증 ▲면역억제 등의 역할을 하는데 오른쪽으로 갈수록 처방용량이 높아진다. 그 밖에 종양 보조치료로도 활용된다. 자 그럼 빈번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지금 꼭 스테로이드 처방이 필요한가요?

스테로이드 위해반응을 감안해 다른 약물 혹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하지만 꼭 스테로이드 처방이 필요한 질병이 있다. 고양이에선 대부분의 염증성창자병(염증성장질환), 일부 세동이염, 림프구성담관간염, 천식, 아토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질환들은 스테로이드 처방 없이 증상을 개선시키기 힘들다. 따라서 위의 질문을 아래와 같이 바꾸는 게 좀더 현실적이다.

“스테로이드 처방이 필요한 질환으로 진단이 되었나요?” 다시 말해 다른 약물에 비해 위해반응이 있는 약물이니만큼 스테로이드가 확실히 필요하다는 진단명을 얻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진단된 질환에서 스테로이드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대부분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는 질환들에서 스테로이드의 역할은 ‘면역억제’다. 즉 위에 언급한 질환 특성 상 알레르기와 같은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억제해 주기 위해 처방된다.

-얼마나 많이 그리고 길게 먹어야 하나요?

스테로이드에 의한 위해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방 초기에 증상이 호전되었다면 이후 점차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은 감량하게 된다. 면역억제 목적으로 처방되는 스테로이드는 일부 예외는 있지만 수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투약을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 투약하는 이유는 약물 중단 후 재발을 방지하거나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다.

-약을 중단하면 질환이 재발하나요?

안타깝지만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는 질환들은 약물을 중단하고 나서는 물론이고 약물을 감량하는 중에 질환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질환이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감량 중에 약물로 질환을 잡아줄 수 없는 경우 재발할 수 있다. 만약 재발했다면 다시 스테로이드 처방용량을 올리고 더 길게 복용해야한다. 또 재발이 반복된다면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용량으로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 위해반응은 어떤 게 있나요?

스테로이드는 다른 약물에 비해 광범위한 효과를 갖고 있다. 따라서 원치 않는 효과(위해반응)까지 경험할 수 있다. 그간 여러 칼럼에서 다뤘지만 고양이가 겪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 위해반응에는 ▲간손상으로 간수치 상승 ▲당뇨로 음수량과 배뇨량 증가 ▲췌장염으로 식욕부진과 구토 ▲심장병 악화로 호흡수 증가나 노력성 호흡 ▲숨어있던 감염병 재발(피부사상균증(링웜), 허피스바이러스에 의한 각결막염, 백혈병바이러스에 의한 빈혈 등) ▲일반적이지 않지만 기력저하, 식욕부진, 이상행동 등이 있다.

-위해반응이 관찰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위에 언급한 위해반응들은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개선된다. 단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선 부신에서 분비되는 생체 내 스테로이드인 코르티솔 분비가 억제된다. 이유는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호르몬이라 외부에서 투여되기 때문에 몸안에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면 억제돼 있는 부신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코르티솔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져 기력이 떨어지거나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위해반응이 관찰되더라도 스테로이드는 갑자기 중단하지 않고 서서히 감량해서 중단해야한다.

-위해반응으로 스테로이드를 중단해야하는데 괜찮을까요? 아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요?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었던 스테로이드지만 위해반응이 확인된다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 스테로이드는 감량해서 중단하고 스테로이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면역억제제를 병용하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면역억제제 종류는 다양하지만 고양이에서 쓸 수 있는 약물은 개와는 차이가 있고 효과 및 비용도 천차만별이라 충분히 수의사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

-스테로이드 위해반응이 있어 다른 약을 먹었는데 효과가 전혀 없어요.

흔치는 않지만 다른 면역억제제에는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스테로이드에 의한 위해반응을 다른 약물로 관리하면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위해 수의사와 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

* 이번 칼럼을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2016년 3월부터 4년 넘게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그간 고양이 행동학을 시작으로 여러 고양이질환에 관해 질환의 원인, 진단, 치료 등 여러 방면으로 글을 썼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유익한 고양이 건강정보를 소개해 주신 이진수동물병원 이진수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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