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흔치 않아도 노령 반려동물이라면 안심 금물! ‘신경계 종양’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흔치 않아도 노령 반려동물이라면 안심 금물! ‘신경계 종양’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영상의학 부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7.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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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MRI가 있는 24시 동물병원이기 때문에 신경계 증상으로 오는 반려동물이 많은 편이다. 발작 또는 경련 증상으로 방문하거나 보행 이상 또는 통증 등으로 온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결과를 듣게 됐을 때 가장 충격을 받는 질환은 바로 ‘신경계 종양’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신경계 종양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종양은 반려동물의 몸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계에도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신경계에 생기는 종양은 다른 장기에서 생긴 종양이 신경계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에서 유래한 종양 또한 존재한다.

뇌종양이 있는 반려동물의 경우 발작, 의식의 변화, 균형을 잘 못 잡거나 한 방향으로 계속 도는 증상, 안구진탕 등의 전정기계 증상, 행동변화(공격성 증가 등)를 보이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이보다는 드물지만 시력 소실, 경부 통증, 양측 동공 사이즈가 다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보통 다른 종양과 유사하게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분화가 덜 된 세포 유래 종양의 경우에는 나이가 어린 반려동물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반려동물 뇌종양 중 개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것은 뇌수막종이라 불리는 종양이다. 이 종양은 뇌실질 유래가 아닌 뇌수막에서 유래하는 종양으로 자라는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주변 뇌실질의 부종을 동반하거나 크기가 매우 커져 뇌를 압박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도 뇌 실질을 구성하는 세포 유래의 종양, 뇌실의 종양, 다른 연부조직(비강, 두개골 등) 유래 종양 모두 발생할 수 있다.

중추 신경계를 이루는 척수에도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척수 종양의 발병률은 개와 고양이에서 비교적 드문 것으로 알려졌으며 척수를 구성하는 구조물들(척수 실질, 수막, 척추뼈) 모두 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와 고양이에서는 척수 경막 바깥 구조물(주로 척추체) 유래의 종양에 의한 척수 압박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뿐 아니라 말초신경에도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흔하지 않지만 개에서는 말초신경초 종양(PNST, Peripheral nerve sheath tumor)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고양이에서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종양들은 어떻게 진단하는 것일까? 종양을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영상검사가 중요하다. 신경계 종양의 경우 보통 조영증강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CT 촬영만으로도 종양의 존재가 어느 정도 진단 될 수 있다.

하지만 신경계 영역을 영상화하는 데는 CT보다 MRI가 더 유용하다고 알려졌으며 이는 종양의 진단에도 적용된다. MRI가 뇌종양을 진단하는 데 CT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사람 및 개에서 보고된 바 있다. CT만으로 대략적인 종양의 존재는 알 수 있지만 종양의 위치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 실질의 압박이나 부종을 평가하는 데는 MRI 검사가 훨씬 유용하다.

척수 종양의 경우 척수 지주막하 공간에 조영제를 주입해 척수를 영상화하는 CT myelography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 CT 촬영보다 유용하다. 하지만 MRI 촬영의 경우 조영제를 주입하는 시술 없이도 척수종양의 위치를 잘 영상화할 수 있어 현재는 대부분 MRI로 진단한다.

말초신경의 경우 MRI로 말초신경을 완전히 영상화하기가 다소 어려워 CT를 함께 촬영하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말초신경 종양의 중추신경 침습 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MRI 촬영이 유용하다.

물론 MRI 검사가 신경계 종양을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검사이지만 종양이 아님에도 종양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질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육아종을 형성하는 염증이다. 이 질환은 뇌나 척수 실질에 종괴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종양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농양, 혈종도 종양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단 혈종은 보통 조영증강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할 수 있다.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이 진단됐다면 예상되는 종양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만일 신경계 종양이 신경 실질 유래가 아니면서 수술적으로 제거가 가능한 곳에 존재한다면 수술이 권장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술 이후 방사선요법 또는 화학요법이 병행될 수 있고 이 치료방법 모두 단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항암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증처치만 진행하는 완화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대증처치는 발작 등 관련 증상이 있거나 종양에 의한 뇌의 압박 및 부종이 존재하는 반려동물에게 항암치료와 함께 진행될 수 있다.

이때 신경계가 가지는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항암제를 사용해야한다. 다른 종양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의 폭이 좁아 단독치료 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다. 신경계 종양은 임상 증상과 종양의 크기 및 주변 실질의 변화, 압박 정도에 따라 다양한 예후를 보일 수 있으며 뇌종양의 경우 임상 증상이 심하다면 보통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계 종양은 흔하지 않은 질병이지만 신경증상으로 방문한 노령 반려동물의 감별진단 목록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더욱이 노령 반려동물의 경우 보통 다른 만성 퇴행성질환, 다른 종양성질환, 호르몬질환 등 여러 질환을 같이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경계 종양 치료 시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몸 상태를 고려해 알맞은 치료 방향이 선택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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