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식욕억제제도 ‘마약’이라고?
수면제·식욕억제제도 ‘마약’이라고?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7.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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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식욕억제제 중독 위험정도 인식 최저
현재 예방교육은 불법적 약물·음주·흡연 위주
마약류에 속하는 의사처방의약품으로 교육 확대 필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이 약품에 대한 위험성 인식은 낮은 상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이 약품에 대한 위험성 인식은 낮은 상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약(痲藥)’은 사전적의미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 시 인체에 위해가 되는 약물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필로폰, 대마 등 위험한 불법약물이 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이하 마약관리법)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도 마약류로 포함된다. 문제는 법과 달리 현실에서 이 두 약품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은 부족한 상태다.

실제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발표한 ‘약물오남용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식욕억제제의 중독성(의존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0명) 중 22.5% 뿐이었다. 또 약물오남용으로 인한 신체 및 정신건강상의 위험정도에 대한 인식에서 식욕억제제와 진정제・수면제는 아편계(마약성)진통제, 흡연, 의료용대마, 음주에 이어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과한 욕심이 건강 무너트린다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로 인한 약물중독 위험인식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두 약품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면제·식욕억제제가 마약류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마약류에 속하는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 시 불면증, 습관성, 정신병적 양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중독은 오남용, 의존성, 금단증상 등의 단계를 거쳐 나타난다. 오남용은 사람들이 더 큰 약물효과를 얻기 위해 발생하며 이는 의존성·금단증상의 원인이 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독상태로 이어진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중독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처방 시 설명과 예방교육이 전무하다”며 “사용자체가 불법인 비의료마약류만 마약이라 생각해 합법적으로 처방받는 약품은 중독성이 없다는 편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대개 4주 이내로 처방하지만 3~4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하거나 오남용 시 만성불면증, 습관성, 수면 중 이상행동, 치매위험률까지 높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대개 4주 이내로 처방하지만 3~4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하거나 오남용 시 만성불면증, 습관성, 수면 중 이상행동, 치매위험률까지 높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향정신성의약품, 수면제·식욕억제제

▲수면제=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수면제는 ▲벤조디아제핀계(트리아졸람·플루라제팜·플루니트라제팜) ▲이미다조피리딘계(졸피뎀) ▲바르비탈류(펜토바르비탈·페노바르비탈) ▲클로랄유도체(포수클로랄)이다.

대개 수면제는 3주~4주 이내로 처방된다. 하지만 수면제를 장기간(3~4개월) 복용하거나 오남용하면 만성불면증, 수면 중 이상행동, 치매위험률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수면제 약물의존과 중독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은 ▲내성 ▲금단증상 ▲기능이상여부 등이 있는데 만일 수면제 오남용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의존약물투여를 중단하고 유사한 약물로 대체하는 제독치료가 이뤄지며 인지행동치료, 수면위생교육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

▲식욕억제제=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식욕억제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부프로피온+날트렉손 등이 있다.

보통 식욕억제제는 4주 이내로 처방된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 추가처방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장기간(3~4개월) 복용하거나 오남용 시 ▲습관성 ▲불면증 ▲혈압상승 ▲정신병적 양상 발생위험이 있다. 따라서 장기 복용 시 최소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상태를 확인해야한다.

식욕억제제로 인한 약물의존과 약물중독은 약을 먹는 양이 계속 증가하거나 조절실패경험, 부작용경험으로 판단한다. 치료방법은 행동문제가 심할 경우 입원치료를 하고 증상에 따른 치료, 급성중독에 의한 정신병삽화에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현재 이뤄지는 약물중독예방교육은 불법적 약물 위주의 교육과 음주, 흡연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의사와 복용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이를 근거로 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이뤄지는 약물중독예방교육은 불법적 약물 위주의 교육과 음주, 흡연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의사와 복용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이를 근거로 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점 많은 약물예방교육, 개선 시급

수면제와 식욕억제제 중독에 관한 인식자체가 낮아 이를 알리는 예방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약물중독 예방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2017년부터 유치원~고등학교 대상의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교육’ 등 7대 안전교육이 의무 시행되고 있다. 약물예방교육은 학기당 2회 이상, 각 10차시씩 교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는 교육 범위 내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교육에는 불법적 약물 위주의 교육과 음주, 흡연예방을 중점적으로 다뤄지는데 약물오남용 교육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가 의사처방의약품이다 보니 기존 약물예방교육 콘텐츠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학교 교육은 정규교과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로 시행되고 정보제공 위주의 교육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예방교육자료의 개발 및 보급도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의무교육이 없는 성인에게 마약예방교육은 전무한 상태.

약물오남용 사각지대에 놓인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를 의무교육에 포함시키고 성인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확대해야한다. 특히 의사조차 이 약품들의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사 대상 교육프로그램 실시와 처방 시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그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더욱이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의사처방의약품에 대한 홍보 예산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과 홍보사업이 확대돼야한다.

이해국 교수는 “의사와 복용 환자들의 역학조사를 통해 식약처, 보건복지부, 의사단체, 정신건강단체 등 관련 부처에서 예방교육에 대한 논의를 해야한다”며 “그동안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문제보도만 되고 끝났지만 앞으로는 이 약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위험성 ▲예방의 필요성을 알려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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