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자궁경부암, 예후 나쁜 ‘선암’ 多…예방 서둘러야
젊은층 자궁경부암, 예후 나쁜 ‘선암’ 多…예방 서둘러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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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주원인 HPV…젊은층 노출위험↑
HPV백신접종·정기검진 제때 챙겨야

코로나19에 식중독까지 각종 감염병이 기승이다. 그래도 백신이 있는 감염병은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암 중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암이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환자의 99%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ollomavirus, 이하 HPV)가 발견될 만큼 HPV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HPV백신은 자궁경부암의 확실한 예방책이다. 만 12세 여학생은 물론 성인 여성도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특히 성접촉이 있기 전 아동·청소년기(만 9~14세)에 접종하면 면역반응이 높아 그 이상의 연령에서 접종한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백신·정기검진으로 암 예방 가능

사실 HPV는 남녀 모두 흔히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그 종류만 200여종 이상이다. 주된 감염경로는 성관계. 감염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는데 문제는 그렇지 않고 암으로 진행될 경우다.

실제로 HPV 감염자의 10% 정도는 2년 이상 감염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자궁경부 상피 내에 종양이 발생하며 방치할 경우 자궁경부상피내암,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HPV에 감염된 정상세포가 침윤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고 알려졌다.

다행히 HPV감염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확실한 예방책이 있다. 바로 HPV백신접종과 정기검진이다. 현재 나라에서도 만 20세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무료검진을, 만 12세 여학생들에게는 HPV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는 “HPV백신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 정보로 인해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HPV백신의 부작용 위험은 독감 및 다른 백신보다 낮은 수준으로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30 자궁경부암환자 눈에 띄게 늘어

그런데도 국내 자궁경부암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궁경부암환자는 약 6만3000여명으로 최근 5년간 15%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젊은 환자가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5년 새 47% 상승했다. 전체 환자가 약 15% 증가한 것에 비하면 3배에 이르는 수치로 눈에 띄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한관희 교수는 “HPV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데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젊은층의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연령도 어려지면서 HPV 노출위험이 더 높아졌다”며 젊은 환자의 증가 이유를 분석했다.

자궁경부암 전암 단계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며 초기 침윤암의 경우 생리 이외의 비정상적인 출혈, 성접촉 시 출혈,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암이 진행돼 주변 조직을 침범하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붓는 등의 증상까지 나타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젊은층 자궁경부암 예후 나빠 더욱 주의

젊은층은 HPV에 노출될 위험이 높지만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고 아직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에 정기검진과 예방접종에 소홀하다. 실제로 건보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에 따르면 20대 자궁경부암의 검진율은 약 20%에 그치며 예방백신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한다.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발견되기 더 어렵고 예후도 나쁘기 때문이다.

한관희 교수는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상피세포암보다 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의 비율이 높은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선암은 발견도 더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다고 알려졌다”며 “HPV백신과 정기검진은 국가적으로도 권고되고 있는 사항인 만큼 적극 실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HPV백신·정기검진 효과 이렇게나 높아 

최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도 HPV백신접종과 정기검진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란셋에 실린 모델링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빈국 78개국이 HPV예방접종, 자궁경부암 검진, 치료 프로그램을 신속히 진행하면 100년 이내 6200만명의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고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97%, 사망률을 99% 감소시킬 수 있다. 이대로만 실현되면 100년 후에는 공식적으로 자궁경부암 퇴치가 선언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도 유발…남녀 모두 접종해야

HPV백신은 성생활 시작 전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성경험이 있어도 백신접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접종 권고 나이는 9~26세며 26~45세 여성도 접종 가능하다. 만 12세 여학생은 국가 지원에 의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유형의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남성 역시 HPV감염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현재 성별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예방접종 가능한 HPV백신에는 ▲가다실(4가백신·0, 2, 6개월 간격 접종) ▲가다실9(9가백신) ▲서바릭스(2가백신·0, 1, 6개월 간격 접종)가 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 모두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바이러스(HPV16형·18형)를 차단한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가다실9은 여성 자궁경부암환자의 90%, 여성과 남성 항문암환자의 90~95%, 여성 질암환자의 80~85%, 여성과 남성 생식기 사마귀환자의 90%에서 나타나는 HPV6·11·16·18·31·33·45·52·58 등 9가지 HPV유형을 예방해준다.

실제로 가다실9의 경우 16~26세 여성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를 통해 ▲HPV31·33·45·52·58형에 의한 자궁경부, 질, 외음부질환에 대해 97.4%(95% CI 85.0-99.9, p<0.0001) 예방효과를 보였으며 ▲같은 유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3기(CIN 3)에 대한 100% (95% CI 39.4-100, p<0.0001) 예방효과를 보였다.

■30세 이후부턴 HPV검사도 함께 받는 것 권장

단 백신을 접종해도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성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 만 20세 이상부터 2년마다 무료 지원되는 자궁경부암 검진은 자궁경부암세포검사. 하지만 이 검사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세포의 이상변화를 볼 수 있을 뿐 HPV를 직접 찾아내는 검사는 아니다.

HPV에 감염됐는지 보다 정확히 알려면 직접적으로 감염여부를 알 수 있는 HPV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20대부터 당장 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자궁경부암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30대 이후부터는 자궁경부세포검사와 HPV검사를 함께 받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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