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폐암 진단…이제 나노기술로 1기부터 확실하게”
“피 한 방울로 폐암 진단…이제 나노기술로 1기부터 확실하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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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공동연구팀 폐암 조기 진단법 개발
나노기술·인공지능 활용해 혈액 속 엑소좀 분석
95%의 정확도로 정상 vs 폐암세포 구분

폐암은 여전히 사망률 1위의 암이지만 검사, 진단, 치료법 등에 대한 연구가 그 어느 암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조기발견이 어려운 폐암의 특성상 바이오마커(단백질, DNA 등을 활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한 조기 진단법 개발이 활발한데 최근에는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대구로병원은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및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공동연구팀이 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혈액 속 암 진단 바이오마커인 엑소좀(Exosome)을 분석,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혈액 속을 떠다디는 엑소좀은 몸속 깊숙한 종양세포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정상인 20명과 비소세포폐암 1, 2기 환자 43명의 세포 배양액에서 엑소좀을 분리한 뒤 표면 증강 라만 분광학 기반의 나노기술을 활용해 라만 분광학 신호 2000여개를 검출했다.

이렇게 검출된 신호를 활용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모델을 훈련시켰고 정상세포와 폐암세포 엑소좀을 95% 정확도로 분별하는 데 성공했다. 또 폐암환자의 엑소좀을 폐암세포 유래 엑소좀과 비교해 약 84%의 민감도와 85%의 특이도로 분류하는 데도 성공했다.

왼쪽부터 최연호 교수, 김현구 교수, 신현구 제 1저자.
왼쪽부터 최연호 교수, 김현구 교수, 신현구 제 1저자.

사실 폐암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50% 정도의 환자에서만 진단이 가능해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연구팀이 개발한 기법은 84%까지 폐암여부를 진단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을 뿐 아니라 폐암의 진행단계까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조기발견이 어려웠던 폐암 1기환자도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폐암 여부 확인이 가능해 조기진단을 통한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는 “이들 연구결과는 엑소좀 분석기법과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법의 폐암 조기 진단법으로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결과”라며 “폐암 1기에 대한 진단은 물론, 폐암 기수가 높을수록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정확도도 높아져 폐암 진행단계 예측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는 CT검사 시행 전에 혈액검사를 통해 폐암 가능성이 있는 군을 사전 선별해 필요한 경우에만 CT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면서 “특히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최연호 교수가 대표이사로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의료기술지주 회사 엑소퍼트의 기술이 활용됐다.

엑소퍼트는 암환자 혈액 내의 엑소좀을 보다 높은 순도로 빠르게 분리해낼 수 있는 분리키트와 엑소좀을 이용한 암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개발된 기술의 신뢰성 향상 및 상용화를 위해 향후 정상인 및 환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고대구로병원을 포함한 5개 병원이 참가하는 다기관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엑소좀 분석을 통한 초기 폐암 진단(Early-Stage Lung Cancer Diagnosis by Deep Learning-Based Spectroscopic Analysis of Circulating Exosomes)’이라는 제목으로 화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ACS Nano(IF:14.5)’ 5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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