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작은 키’ 고민?…“의학적 치료 필요한 경우는 따로 있답니다”
아이 ‘작은 키’ 고민?…“의학적 치료 필요한 경우는 따로 있답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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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아람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부모는 아이의 성장속도를 세심하게 살피되 만 3~4세 이후에도 동년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디다고 생각되면 성장클리닉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모는 아이의 성장속도를 세심하게 살피되 만 3~4세 이후에도 동년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디다고 생각되면 성장클리닉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만 해도 아이 키가 쑥 크는 데는 집밥이 제일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아이 성장과 관련한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면서 혼란스러워진 부모들. 성장은 아이의 평생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아람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올바른 성장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 별도의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정확히 어떤 경우인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저신장증’이라고 한다. 저신장증은 같은 성별과 나이의 아이들 100명 중 3번째로 키가 작은 경우 또는 연간 성장속도가 4cm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부모님의 키가 작거나 체질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 등 어떤 병 없이 유전이나 체질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80%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한다. 

▲성장호르몬결핍증, 갑상선저하증과 같은 호르몬 이상 ▲터너증후군, 다운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같은 염색체 또는 유전자이상 ▲만성신부전,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같이 어떤 병에 의한 저신장도 20% 정도 된다. 이를 ‘병적 저신장’이라고 한다.  

- 좀 더 쉽게 부모가 저신장증을 의심할 수 있는 단서는 없나.

아이가 작게 태어나더라도 대개 2살까지는 정상적인 키로 일명 따라잡기 성장이 이뤄진다. 하지만 만 3~4세 이후에도 그렇지 못한다면 성장클리닉이 있는 병원을 방문해 진찰받아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영유아검진을 통해 저신장이 조기 발견되는 추세지만 부모가 이러한 정보들도 함께 알고 있으면 조기 발견에 더욱 도움이 된다.

- 저신장증으로 진단되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

현재 확실하게 입증된 안전한 치료방법은 성장호르몬 주사치료다. 담당의사가 정한 용량을 약제에 따라 매일 또는 1주에 1회 팔, 다리, 배, 엉덩이 등 부위를 바꿔가면서 주사한다.

성장호르몬 주사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은 ▲키가 동일 연령과 성별 대비 3% 이하이면서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거나 ▲출생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저체중아(SGA) 또는 ▲터너증후군, 프래더윌리 증후군, 누난증후군 등 치료가 필요한 저신장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만 적용된다.

병적인 요소가 없는 특발성 저신장도 성장호르몬 주사치료가 가능한데 위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비용을 오롯이 환자가 부담해야해서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양아람 교수는 “아이마다 저신장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파악하고 알맞은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성장호르몬 주사치료는 건강보험 적용 요건과 동반질환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양아람 교수는 “아이마다 저신장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파악하고 알맞은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성장호르몬 주사치료는 건강보험 적용 요건과 동반질환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성장호르몬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하나.    

최종 키에 도달할 때까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판이 열려 있는 기간 시행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순간적으로 키를 키우는 것이 아닌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충분히 시행해 향후 최종 키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급여대상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골연령(뼈 나이) 기준으로 ▲여아는 14~15세 ▲남아는 15~16세까지, 키 기준으로는 ▲여아 150cm, 남아 160cm까지 급여를 적용받으면서 치료받을 수 있다. 터너증후군, 다운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같은 염색체 또는 유전자이상에 의한 저신장증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속설도 많다. 부작용은 없는지.

만성신부전을 앓거나 뇌종양 등으로 뇌수술을 받은 경우 또는 뇌 방사선치료로 뇌하수체가 손상된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극히 떨어져 성장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기저질환에 대한 관해(관련 증상이 없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또 다른 문제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일시적인 두통, 성장통, 손발 부기 외에 아주 큰 부작용은 없다. 발만 커진다거나 턱만 길어진다는 등의 얘기는 낭설이다.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성장호르몬 치료는 뼈 성장에 관여하기 때문에 사춘기와 기전부터가 다르다.

- 저신장증 아이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점은.

체질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건지, 어떤 병으로 인한 건지, 단순히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등 저신장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해도 골이형성증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경우라면 오히려 치료에 반응이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동반질환을 먼저 치료해야한다. 저신장증에 해당해도 아이가 다른 질환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 성장호르몬 치료는 꽤 긴 여정인데 어떻게 부모와 아이를 이끌어가는가.

일단 부모와 아이 모두 성장호르몬 치료에 동의해야 효과가 좋다. 따라서 왜 치료해야하는지 최대한 많이 설명해서 이해를 돕는다. 또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편안한 치료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주삿바늘에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바늘을 보이지 않게 하는 등 치료기구부터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 요즘은 키 영양제에 의존하는 부모들도 많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시중의 키 영양제들은 연골세포 분화를 촉진해 키를 키운다고 홍보하지만 연골세포도 제 기능을 다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키 성장에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키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건강유지에 도움을 주는 보조제에 불과할 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밥을 너무 안 먹는 아이들은 키 영양제에 든 다른 영양소 보충 차원에서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내 아이가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먼저 전문의에게 평가받은 후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해야한다. 무분별한 섭취는 성장판 노화를 촉진해 오히려 성조숙증을 부를 수 있다.

- 자책하는 부모들도 많다. 이들을 위한 조언 말씀 부탁드린다.

아이 성장에는 유전이 70%, 환경이 30%의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작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작은 건 아니다. 환경적인 요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우리 가족의 생활습관이 아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동요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제대로 성장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이가 어떤 병적인 원인으로 키가 작은 것이라고 해도 적기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우선 성장호르몬 치료가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치료인지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이왕 치료를 시작했다면 부모는 아이가 스트레스 없이 치료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담당 의사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한다.   

TIP. 생활 속 성장관리법

1. 학업으로 바쁘더라도 인스턴트식품을 자제하고 영양분이 고루 함유된 식단으로 세 끼 규칙적으로 먹기

2. 어떤 운동이든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 한 가지는 꾸준히 할 수 있게 유도하기(줄넘기 추천. 장소와 시간 제약이 없으면서 성장판을 자극함)

3. 자외선 강한 시간대 피해 가족이 함께 산책하는 등 햇볕 쬘 수 있는 야외활동 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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