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한 번 먹는 ‘진통제’ 빈속에 먹어도 될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한 번 먹는 ‘진통제’ 빈속에 먹어도 될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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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머리가 아픈데 두통약 하나 주세요.”

“최진수(가명) 님, 안녕하세요. 두통이 갑자기 나타났나요?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신 건 아니시죠?

“그렇지는 않은데 살살 기분 나쁘게 아프네요.”

“진통제를 드릴게요. 전에 진통제 드시면서 불편하셨던 건 없으셨어요?”

“뭐, 별로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럼 나프록센제제로 드릴게요. 식사 직후 바로 드세요.”

“빨리 낫고 싶은데 그냥 여기서 먹고 가면 안 되나요?”

“최진수 님은 평소 위장 점막이 약한 편이니 한 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어요. 식사를 못 하시는 상황이면 우유 한잔 충분히 드시면서 복용하세요.”

“약을 우유랑 먹어도 되나요?”

“약에 따라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는데 지금 드리는 진통제는 같이 드셔도 괜찮습니다.”

진통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일 것입니다. 통증처럼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제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과 같죠.

진통제는 크게 ▲항염작용이 없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과 ▲항염작용이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이하 NSAIDs : 부루펜, 탁센, 이지엔6프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다 많이 사용되지만 두통, 생리통, 관절통, 근육통 등 염증이 수반되는 상황에서는 NSAIDs가 더 많이 쓰이지요.

우리 생활에 매우 유용한 NSAIDs에도 많이 나타나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작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소화불량, 속쓰림, 위염, 위궤양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1입니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의 최신 사용 지침2에서 박민규 등은 ‘NSAIDs의 위장관계 부작용이 10~60% 환자에게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60% 환자에게서 소화불량, 속쓰림이 나타나고 20~30%의 환자에서 궤양, 1~1.5%에서 천공, 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부작용 보고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약이 바로 NSAIDs네요.

NSAIDs의 위장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위를 보호해주는 ‘위 점막’ 생성3을 억제하고 위산을 분비4하게 만들어서 위벽을 손상시킵니다. NSAIDs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위점막을 보호하는 성분을 만들기도 하고 위산분비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NSAIDs가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함으로써 염증반응을 막기도 하지만 위장보호 성분 생성을 막거나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위장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NSAIDs는 위장 상피세포에 독성⁵이 있습니다. NSAIDs는 지용성 물질로 위장 상피세포로 쉽게 흡수됩니다. 상피세포로 흡수된 일부 NSAIDs는 혈액까지 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데 이 양이 많아지면 세포가 스스로 죽어 버립니다. 때문에 위장 상피조직이 손상되면서 위염, 위궤양, 심하면 위장 출혈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위염이나 위궤양, 위출혈과 같은 위장 부작용은 사람에 따라서 단기간에 생기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기간 NSAIDs를 복용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하지만 단기간 진통제를 복용해도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NSAIDs가 위산분비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NSAIDs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위장 보호막 생성을 방해하고 위산분비를 촉진합니다. 특히 위산 분비 부작용은 단기간 복용해도 신속하게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용량이 높을수록 심해집니다.⁶ 약을 복용한 후 수분 내에 위 상피세포 손상이 일어나 수시간이 지나면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7

만약 위장 점막이 원래 약한 사람이라면 그 부작용이 훨씬 심해질 수 있어요. NSAIDs을 복용할 예정이라면 고용량보다는 저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위장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NSAIDs는 대부분 정제 형태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NSAIDs 정제는 대부분 위장에서 녹아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위장점막에 물리적인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정제가 클수록 그 자극은 심해질 수 있지요.

만일 정제 NSAIDs를 복용한 후 위장장애가 있다면 시럽이나 액상, 또는 연질캡슐로 만들어진 액상제제를 복용하길 권해드립니다. 특히 연질캡슐 제제는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도 좋기 때문에 보다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8

이런 두 가지 이유 모두 공복 상태라면 더욱 심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됩니다. 약사들이 NSAIDs 복약 상담을 할 때 꼭 식후 즉시, 또는 식사와 함께 복용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위장관 독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함입니다.

식후라고 말씀 드렸지만 여기에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식사를 하는 이유는 위산에 의한 위장 손상을 막기 위해서지요. 만일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을 드신다면 위장장애는 더욱 심해질 수 있으니 피해야합니다. 또 햄버거, 피자, 기름기 많은 육류 등 너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드시고 NSAIDs를 복용하면 흡수시간과 흡수율이 떨어져서 항염, 진통, 해열효과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91011

너무 기름진 식사와 함께 NSAIDs를 복용하면 소장 점막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연구결과12도 있으니 약 복용 중에는 되도록 지방 함량이 낮은 식사로 권장합니다. 식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정량의 우유와 함께 복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NSAIDs의 위장 부작용을 막는 길은 복용을 안 하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참을 수 있는 정도 통증이라면 되도록 복용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또 높은 용량보다는 낮은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13

해당하는 통증에 사용해야 할 적정용량은 의사 또는 약사와 꼭 상의해 주세요. 위장이 나쁜 편인데 진통제를 꼭 드셔야 한다면 NSAIDs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약국이나 병원에 방문 시 위장상태를 미리 말씀해 주시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 참고자료

1) 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약물정보파트 Vol17(6)
2)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의 최신 사용 지침(2020)
3) The pathophysiology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induced mucosal injuries in    
stomach and small intestine(2011)
4) Nonsalicylate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ugment Prestimulated Acid Secretion in Rabbit 
Parietal Cells(1991)
5) How do NSAIDs cause ulcer disease?(2000)
6) Nonsalicylate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ugment Prestimulated Acid Secretion in Rabbit
Parietal Cells(1991)
7) NSAID로 인한 소화기 장애와 그 대안(2006)
8) Diclofenac Potassium 25 Mg Liquid Capsules: Earlier and Higher Exposure to Diclofenac. A Fasted, 
Single-Dose, Comparative Bioavailability Study vs. Diclofenac Potassium 2 X 12.5 Mg Tablets(2012)
9) Effects of food on pharmacokinetics of immediate release oral formulations of aspirin, dipyrone, 
paracetamol and NSAIDs – a systematic review(2015)
10) The Effect of Food on Absorption of Drug in the Gastrointestinal Tract(2006)
11)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의 최신지견(2004)
12) High-fat diet-mediated dysbiosis exacerbates NSAID-induced small intestinal damage through the 
 induction of interleukin-17A(2019)
13)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Making safer treatment choices(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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