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붙은 ‘핑크택스(PinkTax)’ 그만한 가치 있나
건강에 붙은 ‘핑크택스(PinkTax)’ 그만한 가치 있나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7.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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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택스는 여성만이 가진 특성과 여성건강의 약점을 노린 공포마케팅의 일종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년 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미용실 커트비용에 핑크택스(같은 상품·서비스에 ‘여성용’을 붙여 비싸게 받는 현상)가 있다며 청원이 올라왔고 이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핑크택스는 비단 국내만의 이슈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여성들이 지불하는 웃돈을 성차별적 가격(Sexist Price)이라 명명했고 최근 뉴욕주는 핑크택스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 법안제정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핑크택스는 건강제품에도 있다. 문제는 추가금액을 더 지불할 만큼 ‘효용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여성용 대표건강제품 3가지를 분석해봤다.

■여성건강에 좋다는 대표제품 3

▲생리통초콜릿=생리통완화에 도움을 준다며 허브, 식물추출물 등이 함유된 초콜릿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9000원(40g)~2만원대(75g)로 꽤 비싼 편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감초, 캐모마일은 생리통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외 허브의 효과는 물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문제는 초콜릿 자체가 생리통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초콜릿 속 카페인은 혈관수축, 골반통 악화,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오히려 생리 중엔 초콜릿처럼 당분이 많은 식품을 피해야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성은 교수는 “설령 생리통초콜릿 같은 비싼 식품이 생리통완화에 효과가 있다 해도 즉각적 반응은 없다”며 “차라리 값싸고 효과 빠른 진통제복용이 오히려 도움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용홍삼과 생리통초콜릿은 생리조절과 생리통완화 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두 제품 모두 생리에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홍삼=잇따라 출시되는 여성용홍삼제품은 생리조절과 여성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용홍삼은 일반제품보다 많게는 30% 이상 비싼데 과연 그만큼 효과적일까?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는 “홍삼 자체는 몸이 차고 기운이 없을 때 열을 올려 체력증진과 여성건강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리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홍삼제품 대부분에 식물성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석류농축액과 맛을 내기 위한 레몬밤, 오미자, 크랜베리 등이 들어있다. 문제는 석류농축액비중이 크지 않고 한방에서 월경통에 처방하는 사물탕(四物湯)인 당귀, 숙지, 천궁, 작약이 기본제품에는 있는데도 여성용 홍삼에는 모두 또는 일부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기본제품이 생리통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진무 교수는 “여성건강 자체에는 어느 제품도 상관이 없어 제품구매 시 기호에 따라 선택하거나 성분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속옷=기존의 여성용 삼각속옷은 압박이 심했다. 이에 사타구니착색, 림프절 자극개선과 여성건강을 위한 여성용 트렁크·드로즈팬티가 출시돼 인기다. 실제로 통기성이 좋은 트렁크·드로즈팬티는 질염, 습진, 착색, 부종 등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 중인 여성용 트렁크·드로즈팬티 대부분은 여전히 예쁜 엉덩이, 슬림한 라인 등 미적 부분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여성용 트렁크팬티는 속옷보다 패션바지에 가깝고 드로즈팬티는 여전히 압박이 심하다. 심지어 천연섬유가 아닌 합성섬유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남성용에 비해 2배~3배 이상 비싸다. 이에 남성팬티를 구매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수림 교수는 “통기성이나 혈액순환 측면에서 남성용 팬티를 입어도 문제는 없다”며 “단 여성건강을 위해서는 흡습성이 낮은 합성섬유보다 질강내 산성도 유지, 질분비물 흡수가 용이한 천연섬유를 선택하고 복부나 사타구니에 자극이 없는 넉넉한 사이즈가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여성용 타이틀에 현혹되기보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 제품의 효능을 정확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소비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많은 여성용 제품이 효용가치가 없거나 크지 않은데도 계속 생산과 소비가 이뤄진다. 이는 여성만이 가진 특성과 여성건강의 약점을 노리는 공포마케팅이다.

물론 여성용 제품이 실제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성용 제품이 기능에 집중하는 반면 여전히 여성용 제품은 맛, 디자인 등 미용측면에 치중한다. 이런 풍조가 계속된다면 질 낮은 여성용 제품만 시장에 나와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가 감당해야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변해야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되기보다 소비자 스스로 의심하고 꼼꼼히 따져야한다”며 “특히 여성용제품을 구매할 경우 효과에 대한 특허나 공신력 있는 인증마크 등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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