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염증성장질환, 잘 알수록 증상 조절 쉬워
아는 것이 힘…염증성장질환, 잘 알수록 증상 조절 쉬워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7.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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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염증성장질환 환자 298명 추적관찰 결과 발표
염증성장질환 지식 높은 환자, 강한 약제로 변경할 확률 낮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박지혜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박지혜 교수.

분당서울대병원은 27일 본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연구팀이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은 환자일수록 강한 약제로 변경없이 증상조절이 잘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염증성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흔히 설사, 복통, 혈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경증 단계에서 단순 장염과 혼동하거나 증상이 견딜 만하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장 협착, 장 폐색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염증성장질환 치료는 크게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킨 뒤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태가 심하지 않은 환자는 메살라민과 같은 약한 약제로 염증을 조절해 ‘관해(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도하고 반응이 없으면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제제 등 강력한 약물을 사용한다. 특정 약물을 사용해 관해 상태에 이르면 약물종류와 강도를 유지한 채 이를 주기적으로 투약,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 가능한 약제의 종류가 많지 않고 효과가 강력한 약제는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제를 비롯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는 감염, 종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해야하는 질환인 만큼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에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 환자가 약한 약제로도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염증성장질환 클리닉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환자 298명에 대해 ‘염증성 장질환 지식 정도 평가도구(IBD-KNOW)’로 질환 관련 지식을 평가하고 이후 치료 경과를 추적 관찰했다. IBD-KNOW는 양석균/윤혁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한 환자용 설문 문항으로 총 10개 분야(▲장의 구조 ▲기능 ▲식이습관 ▲염증성 장질환의 역학 ▲일반 지식 ▲약제 ▲합병증 ▲수술 ▲생식 ▲백신 접종)에서의 24개 질문지로 구성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환자의 지식수준은 흡연 여부, 질환 발견 연령, 질환 양상 등 다른 요인들에 비해 증상조절과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조사 당시 24점 만점인 IBD-KNOW에서 16점 이상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환자는 이후 강한 치료약제로 변경한 경우가 19.7%로 16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기록한 환자(33.2%)에 비해 약 40%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즉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강한 약제로 변경 없이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환자들이 다른 조건이나 환경 등에 앞서 우선 자신이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약한 약제로도 증상이 조절될 가능성을 높이고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제1 저자인 소화기내과 박지혜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비교적 희귀한 질병이지만 최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치료받는다면 정상인과 동일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질환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혁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고혈압과 같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증상이 단순 장염과 비슷해 환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증상에 잘 대처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6월 ‘Plos One’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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