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항생제’… 남용은 큰 부작용 불러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항생제’… 남용은 큰 부작용 불러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7.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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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박나리(가명)님, 안녕하세요. 오늘 처방에는 항생제가 빠져 있네요. 많이 좋아지셨어요?”

현재 박나리 님은 기관지염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약을 썼는데도 특별한 호전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세파클러로 약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박나리 님이 재방문 했을 때는 세파클러가 빠져 있었습니다.

“모르는 말씀 마세요. 그 약 먹고 과민반응이 나타나서 큰일 날 뻔했어요. 응급실 다녀왔다니까요.”

본래 박나리 님은 아목시실린에 알레르기가 있었던 환자였습니다. 아마도 ‘교차과민반응’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에고, 그래서 약 드릴 때 주의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진짜 나타났네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증상을 아니까 반응 나타나자 마자 응급실로 갔지요. 다행히 별일 없이 회복됐어요. 병원에서는 일단 항생제 없이 약을 복용해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네 고생하셨어요.”

사토 겐타로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에서 ‘페니실린을 “세계사를 바꾼 평범하지만 위대한 약”이라고 불렀습니다.1

정말 ‘페니실린’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페니실린은 세계 2차대전에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구해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전쟁의 판세를 뒤엎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페니실린 주사가 공급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군인들의 사기가 크게 상승해 연합군 승리에 공헌을 했다고2 하니 정말 세계사를 바꾼 약이라 불리울 만합니다.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1900년대 중후반은 항생제 전성시대를 열게 됩니다. 주사제만 있었던 항생제가 입으로 복용하거나 바를 수 있는 제제까지 다양화되면서 치료가 어렵던 폐렴, 수막염 등 다양한 질병들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을까요? 기적 같은 효과를 보였던 항생제는 남용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항생제는 장내세균을 손상시켜 설사를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교란하거나 신체조직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내성입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17일 “슈퍼 박테리아를 막을 수 있는 항생제는 사실상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항생제의 개발 속도보다 세균의 진화 속도가 더욱 빨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겁니다. 바야흐로 세균의 역습이 본격화3되고 있는 셈입니다. 과연 인간은 다시 병원균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사실 가장 무서운 항생제 부작용은 ‘과민반응’입니다. 항생제 과민반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허재균은 [소아에서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에 의한 과민 반응]에서 스웨덴 조사를 인용해 입원 환자 중 항생제 유해반응 빈도는 42~53%에 이른다4고 언급했고 킴벌리 블루멘샬 등은 [Antibiotic allergy]에서 약물 과민반응은 인구의 8%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5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약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이물질입니다. 만일 이 성분들이 흡수돼 혈액이나 조직에 머물게 되면 우리 면역체는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작동합니다. 이때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이 과민반응입니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인체에 그다지 큰 해가 되지 않는 물질인데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과민반응은 어떤 면역체가 작용하는가에 따라 4가지 형태로 나뉘며 작용 시간에 따라 즉시형과 지연형으로 구분됩니다.

약물과민반응 중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은 ‘제1형 즉시형 과민반응’입니다. 제1형은 B세포에 알레르기 원인 물질인 약물이 결합한 뒤 항체 ‘IgE’가 생성되고 IgE가 비만세포에 결합해 히스타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합니다.

아토피, 천식, 비염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증상유발시간은 20분 이내로 빠르기 때문에 즉시형 과민반응이라고 불립니다. 약을 복용한 후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장관에서 증상이 유발되면 구토나 설사 ▲코 점막에 발생하면 콧물, 재채기 ▲기관지에서 발생하면 천식 ▲피부에서 발생하면 홍조, 가려움, 발진 등이 나타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유발되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입니다.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물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특히 기도부종과 기관기수축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300명이 급성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한다고 할 정도니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합니다.

항체 ‘IgG’나 ‘IgM’이 관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제2형 과민반응이라고 불리며 즉시형입니다. 혈액형이 맞지 않은 사람에게 수혈한 뒤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약물 복용 후 약물이 적혈구나 혈소판에 달라붙어 파괴되게 만들기 때문에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을 일으킵니다.

항생제에 의한 지연형 과민반응은 즉시형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제4형으로 분류되면 T세포에 의한 과민반응입니다. 보통 1~3일 사이에 나타나기 때문에 지연형이라고 불리죠. 옻나무, 화장품 등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 조직 이식 거부 반응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항생제에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T세포가 항생제를 외부인자로 인식해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발생합니다. 가려움, 홍조, 조직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모든 항생제가 약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페니실린계가 가장 많은 발현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아목시실린,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칼륨(오구멘틴 등) 복합제는 비염, 기관지염, 중이염 등 호흡기계질환뿐 아니라 요도염 등 비뇨기계, 화농성피부염이나 헬리코박터 제균요법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당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구조가 유사한 다른 약물에도 나타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합니다.

페니실린계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세파클러, 세파드록실과, 세프포독심(바난 등) 같은 세팔로스포린계에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보통 약 3~7% 정도가 교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한 가지 항생제에 알레르기가 유발됐다면 다른 유사 계열 약물에도 발현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합니다.

박나리 님의 경우에도 페니실린계 알레르기 이력이 있었던 환자였는데 세팔로스포린계 약물인 세파클러를 드시고 다시 증상이 나타난 것이죠. 단 세팔로스포린계는 아나필락시스 유발율이 현저히 적고 발진이 주 반응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였습니다.

항생제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느꼈을 때는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상황에 따라 혈관을 수축시키는 교감신경 약물이나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을 빠르게 투여해야합니다. 빠르게 치료받을수록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 없이 병원을 가야합니다.

제형에 따라 같은 성분이라도 과민반응은 10배가 넘는 발현율6을 보이기 때문에 입원환자 등 혈관으로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반드시 피부에 소량을 접촉하는 ‘알레르기 테스트’를 먼저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경구로 복용하는 경우 이런 테스트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알고 있지 않다면 의사나 약사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즉시형 반응은 알레르기 반응 전력이 있는 경우 다시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진료나 약을 받을 때 꼭 얘기해야합니다.

또 ▲연령대가 29~49세인 경우 ▲여성인 경우 ▲아토피 등 면역 과민 반응이 있는 경우 ▲오랜 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 등 항생제 과민반응 위험인자가 있다면 항생제를 복용할 때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어떤 약물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기억해두고 피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약을 복용하고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잊지 않도록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진료나 약을 받을 때 의사, 약사에게 먼저 말해주세요. 단골 병원, 약국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도 약물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1.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사람과나무사이(2018)

2. ‘노르망디작전 뒤에 페니실린 있었다’ The science Times 2017년 6월 5일 기사

3. ‘”슈퍼박테리아 막을 항생제 사실상 없다” WHO ‘심각성’ 경고’ 동아사이언스 2020년 1월 19일 기사

4. 소아에서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에 의한 과민반응(1995)

5. Antibiotic allergy (2019)

6. 약물학 제1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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