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렵고 붓고? ‘벌독 알레르기’ 있다면 이걸로 안 끝나요
가렵고 붓고? ‘벌독 알레르기’ 있다면 이걸로 안 끝나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8.0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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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두드러기, 혈압저하 등 심한 증상 나타나
쇼크 등 아나필락시스 반응 일어날 수도
벌독 알레르기검사로 사전 대비 필요

꽃가루나 식품알레르기는 들어봤어도 곤충 알레르기는 좀 생소할 것이다. 알레르기는 특정물질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면역계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인데 곤충에 물려도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벌독 알레르기는 대표적인 곤충 알레르기다. 벌에 쏘여도 어떤 사람은 가렵고 붓는 것에서 끝날 수 있지만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여름은 벌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인 만큼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벌에 쏘이면 해당 부위만 붓고 아픈 경우도 있지만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혈관부종이 생기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보다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사망위험도

흔히 벌에 쏘였을 때 증상이 심하면 독이 센 벌에 물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알레르기 반응에 있다.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을 인식하는 비만세포가 있는데 비만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면 백혈구 등 외부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들을 불러들이는 히스타민이 분비된다.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늘리고 상처부위에 부종과 통증, 가려움을 유발한다.

그런데 유독 특정 물질에 민감한, 예컨대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히스타민이 너무 많이 분비돼 가렵고 붓는 증상을 넘어 혈압이 떨어지고 전신에 두드러기가 발생한다. 또 사람에 따라 위경련, 자궁수축, 설사 등의 증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인두나 후두 또는 기도 위쪽이 심하게 부어 쇼크가 발생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렇게 쇼크까지 부르는 심한 알레르기반응을 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 어떤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가장 경계해야한다.

양봉업자 등 평소에도 벌에 쏘일 위험이 높은 사람은 사전에 벌독 알레르기검사를 받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벌독 알레르기 검사로 미리 대비

벌은 비단 여름뿐 아니라 언제든 쏘일 수 있다. 따라서 검사를 통해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벌독 알레르기 여부는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검사로는 ‘이뮤노캡 벌독 알레르기 검사’가 있으며 ‘벌독 항원 검사’를 받으면 알레르기 유무는 물론, 어떤 종류의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벌독 알레르기환자들은 꿀벌, 말벌, 땅벌 등의 벌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데 이 중 절반은 꿀벌독과 말벌독에 모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동시 양성). 이는 어떤 항원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가 그 항원과 성질이 비슷한 물질에 대해 반응하는 ‘교차반응’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추가적으로 벌독 성분항원 검사를 받아서 동시 양성과 교차반응을 구분, 정확히 어떤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에피네프린 주사기 소지, 향수 등은 사용 자제

검사를 통해 자신이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나면 혈압이 빠르게 떨어져 위험하다. 이를 대비해 산 등 벌이 많은 곳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를 처방받아 갖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는 혈압을 즉시 상승시키고 심장박동과 호흡수를 늘려준다. 비상시 허벅지에 주사하면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향수, 화장품, 스프레이 등 벌을 자극할 수 있는 물품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GC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 전문의는 “특히 벌에 쏘인 후 알레르기증상을 경험했던 환자의 경우 다시 벌에 쏘이면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할 확률이 무려 75% 이상으로 알려졌다”며 “벌독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받은 뒤 주치의와 대비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경우 면역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소방관, 양봉업자 등 벌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근무한다면 벌독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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